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자주 생각합니다. 여기를 떠나 거기로 가고 싶다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먼 곳으로 가고 싶다고. 이 여행의 처음이 그랬습니다. 무작정 여기만 아니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예전의 거기가 아닌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리워하던 거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떠남이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p207』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기존의 획일화된 자리를 탈피하고 낯설지만 새롭고 뭔가 가슴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를 열망하고 찾아 나서게 되는 게 우리들이 아닐까 한다. 어제와 다른 내일,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의 상반된 두 가지 마음을 품고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나서는 여행 혹은 지나간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재정립하기 위한 여행 등 그 목적이 어찌되었든 간에 모두는 여행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시중에는 세계 각지를 여행한 이들이 자신의 기록을 꼼꼼히 담아 낸 여행 서적들이 즐비하다. 이중에는 보통의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쓴 여행 에세이도 있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특별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공용화하고자 선보인 적도 있으리라. 현실적으로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서적도 좋지만 작가의 순수한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듣는 일도 실로 즐겁고 유쾌하다. 그 언젠가 나도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꿈과 함께.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 여행에서 어떤 의미를 깨닫게 될지. 망연한 그리움처럼 먼 곳에 떠 있을 뿐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중략) 기차에게 묻습니다. 여째서 여기까지 왔는데도 알 수가 없는 거냐고. 기차가 대답합니다. 그것이 인생이야. 끝까지 걸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알 수 있는 거야. 어서 걸어. 여행을 계속해. 사막을 향해 걸어. 거기에 답이 있어. ,-p218』




작가의 이전작인‘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 했습니다’는 읽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시선을 두게 된 것은‘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이라는 책의 제목이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막이라 하면 보통 뜨거운 태양이 작렬 하는 광활한 대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과연 소금사막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더구나 작가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잉카 제국의 일부인 남미 볼리비아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친 것들은 치유되어야 합니다. 좌절한 것들은 일어서야 합니다. 실패한 것들은 회복되어야 합니다. 미움은 용서되고, 두려움은 극복되고, 모든 도망친 것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날개가 부러진 플라밍고는 다시 날아야 합니다. 나도 당신도 다시 날아야 합니다. -p238』




우리나라와 같이 볼리비아 또한 역사상 뼈아픈 상처가 있었다. 타국가로부터 침략을 당하고 영토를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고산병 치료약으로 생산되고 있는 코카가 그들이 오래 고수해온 전통과 문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범죄자를 양산하는 마약의 생산지로 둔갑되어버린 현실이라니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의 지난 아픔이 곳곳에 되 새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 또한 그들 나라만의 치유되어야 할 일부분일 것이다. 지난날의 본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분명히 변화되어야 할 삶의 면면은 존재하고 있다.




『여행은 일상을 까닭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일상을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여행자는 인생을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는 사람, 여행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한곳에 오래 머뭅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고 싶듯,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듯 여행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걷는 방식의 여행을 즐깁니다.-p247』




위험천만한 길을 건너 새로운 목적지로 향하고 두려움을 안고 떠났지만 곳곳에 묻어있는 타지의 낯선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새로운 목표점을 찾았을 것이다. 이는 현실을 조금 더 사랑하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요, 새로운 꿈을 안고 살아갈 에너지를 줄 것이 분명하다. 걷고 또 걸으며 볼리비아의 이모저모를 보고 듣고 느낀 그의 감성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듯한 이야기. 그가 직접 찍은 사진에서 새로운 일상을 엿본다. 그리고 그가 그러했듯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게 된다. 나의 일상을 위해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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