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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여행을 떠나지만 정작 여행지에 오면 내가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것, 그게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p43』
그 목적지가 어딘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고 돌아올 수 있을 때 돌아올 수 있다는 것, 그 어떤 현실의 제약을 생각지 아니하고 나의 뜻대로 행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 누구나가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는 분명 저마다의 소망이 자리하고 있을 터, 나에겐 여행이 그러하다. 매사 적극적이지도 못하고 새롭고 낯선 일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이제껏 나 자신을 상대로 그 어떤 새로운 도전조차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단 하나의 카메라를 들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그가 부럽기만 했다.
『여행 중에 만나는 길은 나에겐 설레임이다. 때론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가 만난 세상의 모든 길들이 내겐 각별하다. 난 그 길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무한정 기다림을 갖기도 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p231』
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까? 그 어디를 간다 한들 그는 분명 한 사람의 이방인에 불과했고 이로 인해 조금은 어깨가 움츠러들 수 있었을 텐데도 오히려 더 그들과 더 가깝고 친근한 사이처럼 서로의 시선을 나누고 바라본 듯하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이들의 모습은 어른이건, 아이이건 너무나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으니까. 그래 이렇듯 사진은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을 기억하게 하고 누군가와 추억할 수 있게 한다.
『여행자에게 여행은 순탄한 길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가 걸었던 수없이 많은 다양한 길들은 내 삶의 목적인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선택하며 걸어야 하는 길이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수없이 절망하고 다시 일어서야 했다. -p291』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과거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그 길에서 놓치고 온 것을 후회하고 자책하고 또 아파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삶에서 이를 채우려고 더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과 여행은 여러 면에서 맞닿아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기대는 그 여정을 지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난관과 돌발적인 상황들로 인해 점차 여행자를 지치게도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도 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경험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용기와 다짐을 가지게도 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사랑이고, 우정이고, 그 모든 것들을 주워 담는 거대한 그리움이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누군가는 여행에서 이별을 경험한다. 내게 여행은 두고 온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움이다. -p195』
그가 다녀온 많은 여행지 중에서 나의 기억에 남는 곳은 파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몽마르트 언덕 못지않게 나 역시 공원에서 책을 펼쳐들고 독서에 열중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들의 그런 여유가 너무나 부럽더라. 또한 십여 년 전에 비해 다각도로 변화된 베트남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분명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많은 대표적 상징이 그 나라를 이야기하고 그 장소를 말하고 있다. 그 점에서 우린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어느 도시를 가든 여행자의 마음은 단 한순간도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가슴에 남겨지는 것은 사람들이다. 아무리 많은 곳을 보아도 마음에 담겨지는 것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이다. 설령, 그들이 나를 잊는다 해도…말이다. -p 296』
낯설고 두려운 마음도 잠시, 저자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 곳 사람들과 동화되고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사진을 찍어 가끔은 추억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호기심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눈, 코, 입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인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이 아주 잠깐의 만남에서 그를 만나고 뒤돌아서는 순간 잊는다 해도 그만은 잊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의 사진 속에서 그들은 영원히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을 테니까. 그가 걸어온 여정, 그 힘겨운 발자취도 이젠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