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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모르는 사람은 절대 따라가면 안 돼’라는 말을 주입하기 시작했을까. 세상 밖으로 나가 뛰어 놀아야 할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미끼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극악무도한 이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한, 부모 된 이들이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은 그 만큼 험난하고 무서운 범죄의 온상이 되어버렸다는 증거일 테고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파렴치한 범죄 중의 하나가 유괴다.
『지금까지 몸값이 목적인 유괴를 완벽하게 성공한 인간은 없다. 그 이야기는 히데요시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대가 먼저 나 잡아 잡수하며 찾아와준 유괴범도 없겠지. 나는 최초의 성공자가 될지도 모른다. -p36』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주는‘유괴’ 이 두 음절의 단어가 랩소디(사전적 의미 :관능적이면서 내용이나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상적인 기악곡)라는 말과 만나니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언제나 그렇듯 유쾌한 웃음을 독자들에게 넌지시 던져주는 작가‘오기와라 히로시’표 유머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서른여덟이나 먹었지만 마누라도 자식도 없다. 살 집도 없다. 돈도 없다. (중략) 차도 없다. 이제 직장도 없다. 나에게는 이제 정말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320만 엔의 빚과 전과기록뿐이다.』
살아가야 할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이 벼랑 끝에 선 남자 다테 히데요시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지 만은 않는 법,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마지막 선택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혼자 가출을 결심한 부잣집 아들 덴스케가 나타난 것이다.『아아, 신이시여, 고맙습니다. 방황하는 저에게 휴대전화와 지갑과 봉투에 든 현금이 부록으로 딸린, 집에 가기 싫어하는 꼬맹이를 내려주셔서.』이 꼬마의 등장으로 그는 유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그려보게 되는데 과연 뜻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 빠르게 전개되는 초중반의 이야기 전개에 피식 웃음이 자꾸 새어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쩜 이리도 복이 없단 말인가. 하필이면 야쿠자의 아들을 유괴한 꼴이라니!
아이를 담보로 큰돈을 움켜쥐려 했지만 이마저도 어이없는 상황으로 도리어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렸고 다시금 아이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어딘가 모자란 듯 어설픈 주인공과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요지부동인 덴스케. 이들의 만남은 시작부터 웃음을 연발한다.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한 야쿠자 조직의 추적과 이들을 쫓는 경찰의 행보까지 긴장감보다는 어처구니없이 연이어지는 상황은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역시나 오기와라 히로시는 언제나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을 내세워 유쾌한 웃음과 함께 가슴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기보다는 어리 숙한 모습에 오히려 더 동정이 가는 주인공이라니, 여섯 살의 꼬마 덴스케를 바라보며 자신의 죽은 동생을 떠올리는 그의 모습과 굴곡 많은 인생 속 에 남은 과거의 상처가 보여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야쿠자인 아버지 또한 언제나 아내와 아들(가족)에게만은 냉철한 듯 보였지만 유괴된 아들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더 좌충우돌해 보이는 이들의 여정이 더 큰 웃음으로 다가오고 그 안에서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감사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작가‘오기와라 히로시’만의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