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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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진하고 운명보다 질긴 두 여자의 우정. 부채위에 쓴 비밀의 문자 누슈에 담긴 여자의 일생.”이 책의 주된 스토리는 이렇다. 남자들 간의 우정을 소위 의리로 이야기한다면 여자들의 우정은 같은 공감대 안에서 시작될 것이다. 나에게도 십년지기 친구가 있다. 나리와 설화가 비밀 문자 누슈로 서로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진한 우정을 주고 받았듯이 학창시절의 나는 교환일기를 통해 우리만의 표현방식으로 서로의 우정을 키웠으리라.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통코우 마을의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던 설화와 푸웨이 마을의 뼈대있는 부유한 집안의 딸인 나리는 중매쟁이 왕부인을 통해 라오통이라는 관계를 맺게 된다. 라오통이란 어떤 일이 있어도 갈라설 수 없는 마음의 결합을 의미했다. 서로 떨어져 있는 물리적인 거리, 의견의 차이, 외로움 그 외 어떤 이도 갈라놓을 수 없는 결합인 것이다.


『우리는 다정한 말로 서로를 위로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자들 방에서 함께 속삭이고 수를 놓을 것입니다. 우리는 三從과 四德을 행할 것입니다. 우리는 행실을 바르게 하고 유교의 가르침을 따를 것입니다. 우리는 진실만을 말하며 우리의 결속을 맹세합니다. 천리를 가는 동안 하나의 강으로 합쳐지는 두 개의 개울과 같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걸음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 사이에 거친 말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죽을 때가지 단짝일 것입니다. 우리 마음은 지금 기쁩니다.』-1권 p104


얼마 전 종영한 소울메이트라는 드라마에서처럼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다음 생에서도 만나고 그 다음 생에서도 만나며 전생에서도 이어온 인연. 운명의 끈으로 이어져 온 관계처럼 설화와 나리의 라오통 관계도 그런 의미이리라. 삶이 절망의 늪에서도 오직 나를 이해해주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힘이 되는 존재. 내 안의 외로움과 번뇌와 속절없는 괴로움 속에서도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설화와 나리의 관계가 바로 소울메이트인 것이다.


과거 우리 어머니 세대들에서와 같이 그 당시 중국에서도 여자들의 삶이란 많은 희생과 인내가 필요했다. 결혼하여 아들을 낳는 것이 곧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는 일이며 집안에서의 권리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자들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으며 오로지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희생의 전유물인 것이다.


『우리는 네가 결코 떠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모든 딸들은 출가를 한다. 모두가 알고 그렇게 해. 너는 울면서 친정집으로 오고 싶다고 빌고, 우리는 네가 떠난 것을 슬퍼할 수 있지만 너는 그리고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 옛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산불이 산을 태우지 않으면 땅이 비옥해지지 않듯이, 딸자식이 시집가지 않으면 딸은 쓸모가 없다’』-1권 p156


19세기 중국여성들에게는 또 하나의 관습이 있었다. 일곱 살이 된 딸들은 전족을 통해 발을 작고 예쁘게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 시대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고 안타깝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그 당시엔 꼭 해야 할 의무이자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보다 나은 여성이 되고 누군가를 위해 꼭 행해야할 일이었던 것이니 이를 받아들여할 여성들의 고충이 컸을까. 설화와 나리도 많은 시간 고통을 감내하며 순순히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숙녀는 자기 인생에 어떠한 누추함도 들이지 않는 법이다. 오로지 고통을 통해서만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단다. 오직 인내를 통해서만 평화를 찾을 수 있어. 네 발을 이렇게 감싸고 묶는 사람은 나지만 보상은 네가 받을 거야.』


오로지 딸들의 미래를 위해 엄마들도 이런 모진 말을 되풀이 하였을 것이다. 딸을 향한 동정과 가여움의 감정이 왜 없겠는가? 어떠한 감정도 배제한 채 딸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시집을 가서 좀 더 재능 있고 능력 있고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신분을 보장받길 원하는 것이리라. 얼굴도 보지 못한 남편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시어른들게 복종하며 오직 아들을 낳아 대를 잇게 하는 여자로의 삶. 그래야만 자신의 지위를 보존할 수 있는 그 시대의 모습이 우리의 과거를 생각하게 하고 구구 절절히 설화와 나리의 삶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라오퉁 관계를 통해 맺어진 어린 소녀 설화와 나리는 서로 시집을 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로의 안위를 묻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만남을 계속해간다. 금련으로 나리는 부유하고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되고, 한때는 부유한 가문의 소생이었으나 아버지의 아편중독과 무지한 어머니로 인해 집이 기울게 된 설화는 백정에게 시집을 가게 되면서 설화와 나리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상반된 인생의 굴곡을 보여준다. 또한 설화가 의자매를 들이고 자신을 버린 것으로 오해한 나리로 인해 설화는 많은 상처를 받게 되지만 결국 진실된 마음은 둘을 하나로 통합하게 된다. 시기와 오해가 주는 상처가 얼마나 큰 결과를 낳는지를 볼 수 있다.


후난성의 작은 마을에서 10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전해서 내려온 여성들에게만 전해진 비밀의 문자 누슈가 그들의 고된 삶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하며 심적으로 얼마나 많은 의지와 힘을 주었는가. 비밀 문자를 통해 그들은 서로를 기억하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시어머니의 모진 구박과 질책도 남편의 이유 없이 계속되는 폭력과 폭언도 서로의 끈끈한 우정이 버팀목이 되어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고 이겨낼 수 있게 했으리라.


중국 여성들의 삶의 여정과 그 시대의 배경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이 주는 행복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두 소녀의 백합보다 아름다운 우정의 향이 내 가슴에 와 닿는다.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론 숭고하리만큼 절절한 그들의 관계. 의자매라고 하기엔 너무나 서로를 끔찍이 진실로 사랑했던 여인들. 나리와 설화의 삶이 소설이 아닌 현실세계에 살아 숨쉬는 듯 하다. 아직도 그 시대의 관습이 이어져 오고 있을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모든 걸 강요하고 인내해야만 했던 그 시대 여성들의 위대함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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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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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식 시인의 시 中 “슬픈 날은 술퍼, 술푼 날은 슬퍼”


현대 사회에서 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20살의 성인식,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회사 회식자리 혹은 애인과의 결별후 위로차, 사람과의 어울리는 자리에까지 어김없이 등장하는 술은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생의 고락을 함께 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애주가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 장승욱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그에게 있어 술은 인생의 철학이자 삶의 이유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월간 PAPER에 연재된 ‘취생록’이라는 제목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 장승욱의 술 이야기,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소소히 담겨있다.


예상치 못한 두께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구수한 청국장 냄새와 소박하고 정겨움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혀졌다. 학창시절에 공부보다는 술을 벗삼아 잠을 취미삼아 생활했던 그.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그의 주변 친구들도 못지않게 술을 즐기고 좋아하는 무리들, 일명 주당이었던 것이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그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을 그들의 주일(酒日)로 삼아 술을 즐겼다고 한다.정말 황당하리만치 웃음이 나는 장승욱식‘물교’교리는 다음과 같다.

「술은 곧 물이요, 물은 곧 하늘이니 술은 하늘의 현신에 다름 아니며,

  술을 마신다는 것은 하늘을 우리 몸 안으로 모시는 경건한 접신 행위인 것이다.」- P 55


고등학생 장승욱부터 연대생이었을 당시 친구들과 함께 한 술에 대한 추억담이 그려져 있으며 지나온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의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평범치 않은 군대생활 이야기, 복학생으로써의 생활, 그 이후 기자로써의 사회인인 그의 모습까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해온 그의 모습속에서도 술만은 여전히 그와 함께 해왔던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한 자전거 무전 여행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게 들렸다. 언젠가 대학생 국토횡단을 해보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었는데 아직 실현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젊음의 한 시절, 청춘! 무엇이든 도전할 기회가 있고 시간이 허락된 그 때, 비록 실패하여 쓴잔을 맛보더라도 아쉬움 없는 날들, 저자는 돈 주고도 얻지 못할 경험을 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소위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네 살에 한글을 마스터하고 학창시절 뒤에서 두 번째 등수는 맡아두었던 그가 대입을 한달여 앞두고 공부하여 연대생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두 번의 아이큐 검사에서 150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순 없을 듯 싶다. 또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이들과 달리 교사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편집기자, 방송사 공채 기자로의 이직, 출판사 대표, 여행가이드까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 앞에서 멈칫하지 않고 당당히 도전하는 삶을 사는 그가 무척이나 놀랍고 부럽기까지 하다.


술을 마시는 이유 또한 저마다 다르듯이 그는 술에 대한 확고한 주관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당연히 소주고, 으뜸으로 싫어하는 술은 맥주다. 양주 가운데서는 테킬라, 그 다음으로 보드카와 럼이 내 입맛에 맞는 편이다. 위스키 중에서는 스카치보다 버번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폭탄주는 역시 스카치위스키로 만들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P 319


# 고은 시인과의 인터뷰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을 때, 그의 답변은 이러했다.


왜 술을 마십니까?

나는 술이라는 무기형을 선고받은 무기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은 나의 존재 이유이며, 존재 증명입니다. 내가 술이고, 술이 나입니다.


술꾼은 누구나 고갈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단 한번도 내 술의 샘이 마를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또 말라본 적도 없습니다. 아마 나는 죽어서도 술을 마시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의식주를 옷과 밥 그리고 술이라 자신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

술을 예닐곱 병은 기본이요, 보통 사람보다 배는 마셔도 그 다음날이면 일상에 별지장 없는 그는 술을 먹고 난 후 요상하게도 책으로 해장을 한다고 한다. 몇 시간씩 부동자세로 책에 몰두한다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려니 우습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답게 술버릇 또한 독특하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전화하기, 예쁜 여자 따라가기, 옆에 앉은 여자에게 뽀뽀하기, 길바닥에서 춤추기, 철길 베고 잠자기, 공중전화 부수기 등 이 얼마나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술버릇이란 말인가. 그의 행동이나 삶의 가치관을 통해 색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주로 드나들던 오래된 낡고 황폐화된 풍경이 드리운 단골집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학교 앞 철길, 청송대 근처 노천술집들, 신촌의 술집들, 광화문의 단골집 가을과 서라벌, 감격시대와 왕갈비 등 그 이름부터 얼마나 소박하고 정겨운가. 그 시절 삶의 자취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낭만과 추억이 드리운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내 푸근한 감성이 깃든다. 저자가 말하길 아쉽게도 그 시절 단골집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술통”은 술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술을 통해 맺어진 인연들의 이야기(친구, 선후배, 동료 등)일 수도 있고 저자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술이 없는 인생은 그에게 총알 없는 총이요, 실없는 바늘이지 않을까. 그 만큼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술이야기. 술과 함께 걸어온 인생, 술로써 꽃피워온 삶의 면모를 통해 사람살이의 정과 추억, 인생의 苦樂을 이야기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하나의 공감대에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에 반하게 된다. 장승욱, 그와 같은 세대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글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홀연히 앉아 아니 그의 주당 친구들 ~팔이로 불렸던 이들과 함께 인생을 논하고 있지 않을까. 더불어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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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살아남는 법
헤럴드 블룸필드 외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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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이별하고 처음처럼 사랑하라. 이 책의 표지에 실린 한문장이 가슴을 울린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별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답은 “없다“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부모님과의 이별, 우리 형제자매들과의 이별, 사제간의 이별, 이웃과의 이별 등 무수히 많은 이별을 경험하며 그 가운데 이겨내지 못하는 많은 아픔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다.


이별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내적, 외적인 변화들을 우리는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 대화로 이겨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이겨낼 수도 있고, 컴퓨터 오락 삼매경에 빠져 볼 수도 있고,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며 이별 자체를 잊어버리려 발버둥 칠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방법들이 심리적으로 이별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이 책의 저자는 세명이다. 심리학자이자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시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 그 외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 심리학을 전공하고 문학, 철학, 카운슬링을 통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들. 이들은 독자들이 좀 더 현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대처하기를 바라며 94가지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좀 더 장황하고 자세히 이별을 경험한 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물론 저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해라. ~할것이다. 라는 식의 해법만 넌지시 제시해주는 것 같기도 해 조금은 아쉬웠다. 핵심 포인트만 짧막하게 기술하고 있는 이 책은 실질적으로 이별에 아파하며 감기약처럼 먹는 즉시 빠른 해법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조금은 부족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별들에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내 가슴을 울릴만큼 큰 이별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 내 가족 혹은 이웃들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있다. 그들이 앞으로의 삶에서 이별을 잘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책에서 말하는 이별대처 방법 _ 공감한 이야기


1.  마음껏 슬퍼하라.

고통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거나, 감추거나, 도망치려 하지 말라.

지금은 그 고통을 받아들여라. 그 밖의 모든 일들은 잠시 미루어도 좋다.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처럼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마음껏 슬퍼하기 위해 다른 일들은 미루자. 고통은 일찍 받아들일수록 빨리 사라진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껴안는 것이다.


2. 끝났음을 인정하라.

깨진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들은 고통스럽고, 회복을 방해하며,

에너지를 낭비시키는 멍청한 짓이지만, 거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거부하라.

마지막 희망마저 포기하는 것이 어쩌면 치유를 위한 이 모든 노력 중에서 가장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에너지를 치유와 성숙에 올인하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데, 새로운 인생에 투자하라.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인생의 가장 값진 교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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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삼국지 1 - 삼국의 태동 주몽의 고구려 건국
임동주 지음, 김종선 그림 / 마루&마야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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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나는 우리나라 역사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학창시절, 국사시간을 통해 접한 것이 고작이었을 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필독서 삼국지조차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사실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 고대사에 대한 연구를 해온 서울대 임동주 교수가 우리나라 삼국지 전권(10권)을 펴냈다. 이 중 내가 읽은 1편은 삼국의 태동(주몽의 고구려 건국)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 금와왕, 그에 관계된 유래

만주 한복판에 북만주 일대를 주름잡던 강국 부여의 해부루왕은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어느날 치성을 드린 아낙들이 모두 임신한다는 곤성의 소문을 듣고 그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하자 자신의 말이 연못가 한 바위 앞에서 멈추어 눈물을 흘리자 이를 기이하게 여겨 주변을 살피자 어린 사내 하나가 누워 있었고 이를 하늘이 뜻으로 여긴 그는 금개구리를 닮았다 하여 그의 이름을 금와라 지었고 총명하고 멋진 청년으로 자란다.


# 금와왕과 유화부인의 만남

해부루에 이어 왕위에 오른 금와왕은 현명하고 어진 성품으로 나라를 잘 다스렸고 그 즈음 정황도 살필겸 사냥에 나서는데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한 여인을 발견한다. 그녀는 신 하백의 딸 유화로 태양의 신 해모수가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무작정 이끌고 왔는데 그녀의 아버지 하백이 이에 격노하여 해모수와의 한판 대결을 벌이지만 이내 천제의 아들임을 인정하고 그와 혼인시키기로 한다. 하백은 자신의 딸이 해모수로부터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죽부대에 갇히게 하지만 해모수 혼자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가고 그녀를 수궁의 죄를 더럽혔다며 입술을 꿰어 말을 하지 못하게 한 채로 우발수에 버렸다. 이를 가엽게 여긴 금와왕은 유화를 자신의 궁으로 데려가 후비로 맞이하지만 해모수를 잊지 못한다.


# 주몽의 탄생배경과 어린시절 그 후

유화부인은 얼마 후 다섯되 정도 되는 큰 알을 낳게 되는데 돼지들이 그 알을 빛이 잘 드는 곳에 굴려 놓고 지나가는 소나 말도 알을 피해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본 금와왕은 상서롭지 않은 알이라 여기게 된다. 며칠 후에야 그 알이 깨지더니 잘 생긴 사내 아이가 나온다. 금와왕은 이 아이를 자신의 자식들과 똑같이 왕자로 대우하여 기르게 된다. 주몽은 다른 형제들보다도 빼어난 활솜씨로 영특하고 모든 면에서 두드러졌다. 이에 다른 왕들은 주몽을 견제하고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에 금와왕은 주몽에게 옥채찍을 주며 연타발이 다스리고 있는 졸본부여로 떠나라 명한다.


# 주몽의 고구려 건국

주몽은 자신의 부인 예씨 부인과 아내를 남겨두고 졸본부여로 떠나게 되고 토지가 비옥하고 비류수를 끼고 있는 졸본 땅에서 재사, 무골, 묵거 이 세 족장들과 함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이루고자 한다. 아들 없이 딸 셋만 둔 연타발왕은 왕위를 넘길때 소서노씨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혼인시키고자 하고 술자리의 꾐으로 소서노를 자신의 두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이게 된다. 주몽은 연타발에 이어 졸본부여의 왕위에 오르고 “으뜸가는 고을”이라는 이름의 고구려로 나라 이름을 칭하게 된다. 가장 신성하고 살기 좋은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자 하는 주몽의 뜻이 내포되었다.


# 유리왕자의 방문 그리고 태자옹립

예씨 부인은 자신의 아들에게 아버지는 천제의 손자이며, 물의 신 하백의 외손이신 고구려 주몽왕이라는 사실을 일러주고 동부여를 떠날 때 일곱 모 난 돌 위 소나무 밑에 부러진 칼조각을 숨겨 놓았으니 이를 자신의 징표로 가지고 찾아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에 유리왕자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가게 되고 주몽은 태자옹립 문제에 봉착한다.

큰 고민에 휩싸인 주몽은 비류, 온조, 유리의 무예시합으로 결국 유리를 태자로 착봉한다.


# 비류와 온조왕자의 새 나라 건국

왕위 문제로 진노한 소서노 왕후는 비류와 온조 왕자에게 새로운 땅에서의 새 나라를 건설을 명하고 비류는 미추홀을 도읍지로 정하고 중계무역으로 상업을 이루어 부강한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 반면 온조왕자는 위례를 도읍으로 삼아 자신을 믿고 따라온 신하들과 함께 나라 이름을 백제로 칭한다. 소서노 왕후는 이들에게 우리의 근본은 고구려이니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를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왕가의 위엄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한다.


# 비류왕자의 결혼 그리고 죽음

요동태수의 둘째딸 목화와 결혼한 비류왕자는 온조왕자와의 합심으로 나라 안위와 지역패권까지 장악하게 되지만 배의 조난으로 그만 목숨을 잃게 된다. 이에 온조왕자는 형이 이뤄놓은 비류국의 합류로 백성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는 통치이념을 내세운다.


# 주몽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는 유리왕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된 유리왕자는 송양의 딸과 결혼하게 되지만 몸이 허약했던 송씨는 병에 걸려 죽고만다. 신하들의 청으로 두 번째 부인 화희를 맞아들이게 되나 성품이 곱지 못한 그녀에게 정을 주지 못하고 내내 송씨를 그리워한다. 결국 효심깊은 치희를 맞이하게 되지만 화희의 계속된 괴롭힘으로 인해 결국 떠나고 만다. 이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노래가 이것이다. “하늘 하늘 나는 꾀꼬리는 암수 다정히 노니는데 외로울사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가리” 문학시간 때 배운 기억이 나는 시조다.


# 뻗어가는 백제

온조대왕은 주변의 말갈족들과 여타 다른 나라들의 침략에도 나라의 안위를 잘 살피며 강성대국으로 키워나간다. 마한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친교를 맺어나가며 말갈족이나 낙랑국과는 계속 대치된 상황에서도 군사력을 키워 안위를 잘 지켜나가는 용맹한 왕이다


# 비운의 해명태자 그리고 유리왕자의 슬픔

유리명왕의 아들인 해명태자는 어릴때부터 힘이 세고 무예가 뛰어났다. 해명의 과격함이 늘 위태롭고 불안했던 견원지간인 설지는 유리왕자가 해명에게 도성으로 돌아오라고 한것을 자결하라는 왕의 뜻으로 전하여 효심강한 해명태자는 스스로 말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끓는다.

해명태자를 두려워했었던 부여의 대소왕은 고구려를 침략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편 영특함과 담대함을 두루 갖춘 어린 소년 무휼의 모습에 유리명왕은 놀라고 기뻐한다.


# 고구려와 부여의 계속되는 싸움

이후 유리명왕이 죽고 고구려의 왕위에 무휼이 오르게 된다. 그는 대무신왕으로 불리며 부여의 대소왕과 계속적으로 견제하게 된다. 부여왕 대소는 백성들의 원성은 듣은 체도 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군사만 일으키게 되고 대무신왕은 국경의 읍락을 점령해가며 부여의 남부 요충지 반석성을 향해 진격해간다. 신하들을 독려하며 나아가는 대무신왕, 반면 대소왕은 우이지의 희생으로 간신히 목숨은 건지지만 결국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나선 괴유로 인해 죽임을 당한다.


#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낙랑국의 약탈로 인해 그들의 군사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큰 입지를 세우라는 왕의 뜻으로 받아들인 호동왕자는 낙랑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우연히 낙랑공주를 만나 첫눈에 반한 호동왕자는 그녀와의 혼인을 결심한다. 하지만 신하 위사물이 호동왕자를 찾아가 이는 혼인 후 우리를 침략하려는 그들의 의도라고 고하자 호동왕자도 뭔가 석연치 않아 한다. 이에 공주와의 사랑과 나라 사이에서 고민하던 호동왕자는 결국 공주에게 그 당시 낙랑국에는 적의 침입을 알리는 보물인 자명고와 자명적이 있었는데 이를 찢어달라고 청하고 곧 공주를 찾으러 오겠다는 말을 남긴다. 호동왕자의 말을 믿고 이를 행한 공주. 하지만 고구려의 갑작스런 침략을 받은 낙랑국은 황폐화되고 자신의 딸이 사랑 때문에 나라를 망친것에 격분한 왕은 공주를 찔러 죽인다. 고구려는 성공을 자축하지만 자신 때문에 공주가 죽은 것에 슬픔에 잠긴 호동왕자는 이내 목숨을 끊는다.


부여에서 이탈해 고구려로 불리어지며 얼마나 많은 주변국들의 침략과 약탈을 받아왔는지, 그들에게는 현명하고 어진 왕이 있었고, 그들이 사랑한 여인들, 신뢰와 충성심이 가득한 신하들의 이야기까지 주몽이란 인물이 고구려라는 나라를 건국하고 강성대국으로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이 책 한권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초로 하고 있지만 저자의 상상력이 덧붙여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역사 이야기를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현재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주몽”의 인기와 더불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에 조금 더 쉽게 역사소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 같다. 똑 떨어지는 과거사의 지식을 주는 역사서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가볍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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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라는 책을 읽었던 것이 언제였던가?  지금도 내 방 책꽂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린 베스트셀러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그의 책에는 우리 삶의 모습에서 놓치기 쉬운 인간 관계, 죽음,  가족 등 휴머니즘적인 가치관이 담겨있다.

 

무척이나 정감있고 따뜻하게 우리네 일상을 그려내는 작가 미치 앨봄의 신작 "단 하루만 더" 가 출간되었다. 그의 이번 신작은 지금까지 그가 줄곧 그려왔던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 모두가 가장 공감할 만한 가족이라는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  남편의 자리도 아버지의 자리도 잃고 만 슬픈 가장 '찰스 베네토'

50대의 전직 야구선수이기도 했던 찰리는 알콜에 빠져살다가 어느 날 아내로부터 이혼을당하고 이후 딸 마리아의 결혼식에도 초청받지 못하면서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고 가슴 아파한다. 가족행사에도 초대받지 못한 가장 찰스. 주정뱅이로 딸에게도 아내에게도 인식되어온 그의 모습이 안타깝다. 프롤로그를 통해 소개된 그의 현재 삶의 모습은 처량함을 뛰어넘어 애달프기까지 하다. 한 때 IMF라는 경제 위기로 우리 주변의 수없이 많은 가장들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얼마나 방황했던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뛰어다닌 그들의 노고는 허사가 되고 실패자, 전락자로 하루아침 무너지고 있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을 표상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프고 저려온다.

 

# 자신의 고향, 페퍼빌 비치로 가는 고속도로에서의 사고

어린시절을 보낸 자신의 고향 페퍼빌 비치에서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찰스. 그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한 편의 점에 들러 맥주 두캔을 마시고 음주음전을 하던 중 페버빌 비치의 출구를 이내 놓치고 만다. 결국 그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위험한 역주행을 감행하다가 한 트럭과의 충돌사고로 인해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그는 차로부터 튀어나와 어느 풀밭에 나가 떨어져 이내 눈을 뜬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살아있다는 안도감이 아닌 그 날이 자신의 마지막 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온 찰스가 그 자리에 있다.

 

# (과거 회상) 아빠의 아들에서 엄마의 아들이 되다.

'엄마 아들이 될 수도 있고, 아빠 아들이 될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아들이 될 수는 없다' 그의 아버지가

한 말씀대로 그는 어느 날 아버지의 아들이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닮아 글러브를 끼고 놀았으며 아버지의 웃음과 걸음걸이까지 꼭 닮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를 자주 볼 수 없었고 어린 나이에 여동생 로베르타와 나는 그렇게 한순간 아버지를 잃고 엄마의 아들이 되었다.

 

# 이혼녀가 된 어머니, 우리를 품에 안고 살아가다

그 당시엔 이혼이라는게 생소했던 일이기에 주변사람들은 어린 로베르타와 나에게는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며 친절을 베풀었지만 이혼녀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던 어머니.

어린 두 아이들을 양육하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는 편모가정의 아이들이 흔히 느끼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도록 무한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한다. 쪽지로 포옹으로 ....

 

# 어머니의 생신, 아버지를 만나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어머니의 79세 생신 파티가 열리고 카드를 읽고 선물을 뜯는 가운데 울린 전화 한통. 아버지의 갑작스런 전화. 아들 찰스의 야구 선수로써의 인생을 더 포기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선배의 날 행사에 꼭 참석하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에 찰스는 다음날 어머니와의 브런치 약속 뒤로하고 비행기 예약 후 가족들을 속인 채 마지막으로 선배의 날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2년동안이나 소식을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

경기가 끝난 후 아내 캐서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쓰러지셨고 이내 숨을 거두셨다는 것. 그것도 내가 야구경기를 하고 있을 시간, 회사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 채로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야구장으로 향했는데 그 시각 어머니는 생을 마감하신 것이다.

 

# 어머니, 사랑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볼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누군가의 아들이며, 아버지이며,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한 한분. 바로 어머니의 존재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는 어머니. 그 분의 숭고한 희생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 책에서 찰스의 어머니는 간호사로 미용사 보조로 그리고 다시 남의 집 가정부로 자신을 희생하며 어린 자식들을 부양하는 강인한 분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아이들에게 끝없는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는 분. 따뜻한 가족을 이루는데에는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노력으론 절대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서로의 이해,관심,사랑,희생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또한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어머니가 감춰온 또 하나의 상처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찰스와 로베르타. 아버지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던가. 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 내면에 상처를 한겹 쌓아놓고 사는 것과 다름 없다. 이 책에서도 찰스의 불안한 심리가 곳곳에 보여진다. 어머니가 그들에게 아무리 잘해준다 한들 채울 수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 그래서 찰스는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사연이 책의 후반부에 숨어 있다. 두 어린 자녀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온 어머니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남편에게 또다른 여자와 숨겨둔 아들까지 있었다는 것. 예상치 못한 결말에 마음이 더 저려온다. 그녀가 이혼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 사실이 훗날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지 모른다는 판단하에 이혼을 결심하고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잊기를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 끝맺으며..

이 책에는 안타까운 삶의 단면들이 너무나 많이 보여진다. 사랑으로 이룬 소중한 가정을 등한시한 아버지와 그를 꼭 닮은 아들. 자신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며 살아오신 어머니의 죽음,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의 슬픈 회한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줄곧 알코올에 찌든 모습으로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그가 지켜야할 소중한 딸 마리아와 아내 캐서린을 지켜주지 못하고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족을 등한시해버리는 꼴이 된 것은 아닐런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하려 했던 그 순간, 어머니가 나타나 그에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려 했던 것일까. 내 생애, 꼭 한번 돌아가고 싶은 하루. 그건 오늘이 아닐까 싶다. 매일의 삶을 소중히 살아간다면 어떤 후회도 번민도 하지 않고 언제고 떠올려도 추억할 수 있는 날들이 될 테니까. 찰스라는 인물을 통해 인생의 많은 걸 되새겨 볼 수 있던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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