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라는 책을 읽었던 것이 언제였던가?  지금도 내 방 책꽂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린 베스트셀러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그의 책에는 우리 삶의 모습에서 놓치기 쉬운 인간 관계, 죽음,  가족 등 휴머니즘적인 가치관이 담겨있다.

 

무척이나 정감있고 따뜻하게 우리네 일상을 그려내는 작가 미치 앨봄의 신작 "단 하루만 더" 가 출간되었다. 그의 이번 신작은 지금까지 그가 줄곧 그려왔던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 모두가 가장 공감할 만한 가족이라는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  남편의 자리도 아버지의 자리도 잃고 만 슬픈 가장 '찰스 베네토'

50대의 전직 야구선수이기도 했던 찰리는 알콜에 빠져살다가 어느 날 아내로부터 이혼을당하고 이후 딸 마리아의 결혼식에도 초청받지 못하면서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고 가슴 아파한다. 가족행사에도 초대받지 못한 가장 찰스. 주정뱅이로 딸에게도 아내에게도 인식되어온 그의 모습이 안타깝다. 프롤로그를 통해 소개된 그의 현재 삶의 모습은 처량함을 뛰어넘어 애달프기까지 하다. 한 때 IMF라는 경제 위기로 우리 주변의 수없이 많은 가장들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얼마나 방황했던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뛰어다닌 그들의 노고는 허사가 되고 실패자, 전락자로 하루아침 무너지고 있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을 표상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프고 저려온다.

 

# 자신의 고향, 페퍼빌 비치로 가는 고속도로에서의 사고

어린시절을 보낸 자신의 고향 페퍼빌 비치에서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찰스. 그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한 편의 점에 들러 맥주 두캔을 마시고 음주음전을 하던 중 페버빌 비치의 출구를 이내 놓치고 만다. 결국 그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위험한 역주행을 감행하다가 한 트럭과의 충돌사고로 인해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그는 차로부터 튀어나와 어느 풀밭에 나가 떨어져 이내 눈을 뜬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살아있다는 안도감이 아닌 그 날이 자신의 마지막 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온 찰스가 그 자리에 있다.

 

# (과거 회상) 아빠의 아들에서 엄마의 아들이 되다.

'엄마 아들이 될 수도 있고, 아빠 아들이 될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아들이 될 수는 없다' 그의 아버지가

한 말씀대로 그는 어느 날 아버지의 아들이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닮아 글러브를 끼고 놀았으며 아버지의 웃음과 걸음걸이까지 꼭 닮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를 자주 볼 수 없었고 어린 나이에 여동생 로베르타와 나는 그렇게 한순간 아버지를 잃고 엄마의 아들이 되었다.

 

# 이혼녀가 된 어머니, 우리를 품에 안고 살아가다

그 당시엔 이혼이라는게 생소했던 일이기에 주변사람들은 어린 로베르타와 나에게는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며 친절을 베풀었지만 이혼녀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던 어머니.

어린 두 아이들을 양육하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는 편모가정의 아이들이 흔히 느끼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도록 무한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한다. 쪽지로 포옹으로 ....

 

# 어머니의 생신, 아버지를 만나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어머니의 79세 생신 파티가 열리고 카드를 읽고 선물을 뜯는 가운데 울린 전화 한통. 아버지의 갑작스런 전화. 아들 찰스의 야구 선수로써의 인생을 더 포기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선배의 날 행사에 꼭 참석하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에 찰스는 다음날 어머니와의 브런치 약속 뒤로하고 비행기 예약 후 가족들을 속인 채 마지막으로 선배의 날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2년동안이나 소식을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

경기가 끝난 후 아내 캐서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쓰러지셨고 이내 숨을 거두셨다는 것. 그것도 내가 야구경기를 하고 있을 시간, 회사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 채로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야구장으로 향했는데 그 시각 어머니는 생을 마감하신 것이다.

 

# 어머니, 사랑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볼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누군가의 아들이며, 아버지이며,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한 한분. 바로 어머니의 존재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는 어머니. 그 분의 숭고한 희생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 책에서 찰스의 어머니는 간호사로 미용사 보조로 그리고 다시 남의 집 가정부로 자신을 희생하며 어린 자식들을 부양하는 강인한 분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아이들에게 끝없는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는 분. 따뜻한 가족을 이루는데에는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노력으론 절대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서로의 이해,관심,사랑,희생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또한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어머니가 감춰온 또 하나의 상처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찰스와 로베르타. 아버지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던가. 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 내면에 상처를 한겹 쌓아놓고 사는 것과 다름 없다. 이 책에서도 찰스의 불안한 심리가 곳곳에 보여진다. 어머니가 그들에게 아무리 잘해준다 한들 채울 수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 그래서 찰스는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사연이 책의 후반부에 숨어 있다. 두 어린 자녀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온 어머니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남편에게 또다른 여자와 숨겨둔 아들까지 있었다는 것. 예상치 못한 결말에 마음이 더 저려온다. 그녀가 이혼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 사실이 훗날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지 모른다는 판단하에 이혼을 결심하고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잊기를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 끝맺으며..

이 책에는 안타까운 삶의 단면들이 너무나 많이 보여진다. 사랑으로 이룬 소중한 가정을 등한시한 아버지와 그를 꼭 닮은 아들. 자신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며 살아오신 어머니의 죽음,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의 슬픈 회한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줄곧 알코올에 찌든 모습으로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그가 지켜야할 소중한 딸 마리아와 아내 캐서린을 지켜주지 못하고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족을 등한시해버리는 꼴이 된 것은 아닐런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하려 했던 그 순간, 어머니가 나타나 그에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려 했던 것일까. 내 생애, 꼭 한번 돌아가고 싶은 하루. 그건 오늘이 아닐까 싶다. 매일의 삶을 소중히 살아간다면 어떤 후회도 번민도 하지 않고 언제고 떠올려도 추억할 수 있는 날들이 될 테니까. 찰스라는 인물을 통해 인생의 많은 걸 되새겨 볼 수 있던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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