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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미치 앨봄이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참 따뜻하다. 어떤 일에서든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던지고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잔잔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전해주곤 하니까.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을 때면 주인공의 삶에 쉽게 동화되곤 한다. 그리고 현실의 나와 그들의 삶을 견주게 된다. 이생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는 각자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고 양방향을 유지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신중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주인공 에디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팔십 평생을 놀이공원의 정비공으로 살아온 에디는 어느 날 문제가 있는 놀이기구에서 승객들을 구해내는 가운데 한 여자아이를 구하려다가 그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게 된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매일의 삶은 그 어떤 확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 이후의 삶은 있는 것일까.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는 물론 인간의 죽음이 그 자체가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비록 현생에서의 삶은 끝났을지라도 이전의 삶을 되돌아보고 뉘우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평온한 안식처가 있지 않을까.
죽음 이후, 에디는 현생과는 또 다른 천국이라는 공간에 안착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자신과 현생에서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었던 이를 만나기도 하고 그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이와의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런 만남 뒤에는 어린 시절 그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가 자리하고 있다. 강하고 거친 아버지의 겉모습 뒤에는 그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다.
전쟁참전으로 인한 부상과 아버지에 대한 아픈 상처,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온 삶에 대해 그는 이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나를 중심으로 맺어진 인연, 그들의 가치를 되새겨보게 한다. 나의 죽음은 어쩌면 타인의 새로운 생의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 생은 끝나지 않는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비록 상처와 눈물과 통회로 얼룩진 삶일지라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생은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고 나와 타인의 관계를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100%만족하는 삶이란 과연 가능할까.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도 분명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새로이 정립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의 삶이 지루하다고 불평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단 한 시간뿐이라면, 나는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할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통찰, 이로써 독자들은 각자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평소 좋아하는 문구 중 일부를 소개하려고 한다.
『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다.
생존하고 있는 자체가 감사할 일이요,
사람들의 혜택을 받고 사는 것도 감사한 일이요,
내가 남을 위하여 마음을 쓰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