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 1 - 그대가 하늘이오
허수정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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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였으며 무엇보다 그 시대 정황을 미루어 기술한 작가의 상상력이 눈에 띄는 역사 소설이다. 역사 소설하면 가장 먼저 어렵다?! 그 시대의 배경 지식이 많아야만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설, 그 자체가 주는 흥미와 더불어 그 시대 사회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해월 최시형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는 지금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의미들을 재생시키며 살아있는 인물들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제지소에서 일하는 청년 경상은 어느 날 밀린 종이 값을 받고자 흥해 서원을 찾아간다. 어디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젊은 청년 경상의 기백에 서원 주인인 김하원은 물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양반 이하응을 깜짝 놀라게 한다. 마땅히 지불해야 할 값을 지불하지 않는 양반의 처세에 이하응(흥선대원군)은 경상의 편에 서서 쓴 소리를 내뱉는다. 이유 없이 문전박대 당하던 경상을 바라보는 이하응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이는 양반에게 착취당하는 평민의 신분임에도 옳은 기백과 똑 떨어지는 경상의 행동은 범상치 않은 훗날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게 한다.


『황망한 말씀이라 드리기가 계면쩍지만 저는 한울님께서 우리 두 사람의 연을 이렇게 맺어준 게 아닌가 싶어 그저 하늘을 향해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 최제선의 말 中』


제지소에서 일하던 경상은 열여덟의 나이에 손봉구의 조카 분순을 아내로 맞아들이게 되고 어느 날 길가에 쓰러져있는 선비를 집에 모셔와 간호를 하게 되는데 그 선비가 훗날 경상에게 동학을 전수해주는 스승 최제우인 것이다. 김하원과의 악연으로 경상은 동료들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나게 되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에 점차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경상에게 아내 분순은 흥해 아제 손봉조를 찾아가보라고 권하게 되고 동학을 천주학과 별다를 게 없다고 여기던 그는 동학에 입도한지 2년 만에 북접대조주의 길에 이르게 된다.


『우리 동학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 그건 행복일세. 지상신선이란 게 무엇이던가? 이 세상의 억조창생 모두가 시천주하여 행복을 누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누구든지 동학에 입도하여 시천주, 곧 한울님을 자신의 마음에 받아들일 자세만 된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고 득도인 게지. 이 점이 십 년 공부를 요하는 유학과는 구별될뿐더러 야소의 종을 자처하는 천주학과도 다른 점이라네.- 1권 p181』


스승 최제우의 가르침아래 일정한 거처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동학의 뜻을 전수하던 해월 최시형의 뜻과 같이 점차 그 조직은 확대되어가고 당대 사회 전반에 걸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선보이게 된다. 권력과 횡포, 이기와 사심을 뒤로하고 오로지 나와 네 마음이 합일된다는 오심즉여심 [吾心卽汝心]의 가르침을 전수하는 동학은 현재 우리의 시대상황에도 꼭 필요한 바가 아닐까싶다. 신분과 계급 사이의 그 어떤 차별과 인간의 존엄성에 해를 끼치는 그 어떠한 부정적인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은 과거나 현세에서나 인간 삶의 가장 근본이 되는 가르침으로 우리 자신 모두가 마땅히 귀감삼아야 할 명분이다.


온갖 세상사의 모든 허물과 부패는 오로지 인간 스스로의 내면을 깨우친 후에야 청렴결백해질 수 있으며 그 후에야 우리는 새 시대, 새로운 희망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동학  교도들의 삶과 해월 최시형, 그 주변인들의 고된 삶을 통해 우리는 눈앞에 놓인 현실의 모순점을 즉시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인지를 스스로에게 물게 될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 머리와 마음이 하나 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 중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그 날, 세상을 보다 평화롭고 살갑게 바라볼 수 있을까? 꼭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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