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의 여정
소냐 나자리오 지음, 하정임 옮김, 돈 바트레티 사진 / 다른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그 동안 책을 읽으며 이토록 마음이 저리고 아팠던 적이 있었던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한 채 살아가는 것이 이 어린 소년에게는 얼마나 가혹한 삶이었기에 목숨을 내걸고 그 위험천만한 죽음의 여정 길을 떠나야만 했을까. 온두라스의 소년 엔리케는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엄마를 한없이 그리워하다가 더 이상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 엄마를 찾아 나서게 된다.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시기에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매일을 살아가는 엔리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 험준한 산과 같았으리라.


가난으로 인한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라우데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누가 자식과의 이별을 쉽게 생각할 수 있으랴. 오직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발 벗고 나가야 한다는 것. 미국으로 가면 어떤 일이든 지금보다는 보다 나은 보수를 보장받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얼마간 고생하면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도 보낼 수 있고 좀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것이 엄마 라우데스가 어린 자식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조금만 더 참아. 곧 돌아갈게.”하지만 현실은 쉬운 지름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이들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어두운 그림자만 찾아올 뿐, 그녀에게 미국의 삶은 호락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엄마와의 만남을 기대했던 엔리케는 점차 실망과 분노를 갖게 되고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12년 만에 스스로 엄마를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로지 엄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온갖 무리와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되는 엔리케. 엔리케가 걸어가는 그 길에는 사람의 탈을 쓴 극악무도한 짐승들이 산재해있는 것이다. 이주민 아이들의 돈을 갈취하며 협박을 일삼는 부패한 경찰들, 육체적 폭행과 잔인한 범죄어린 소녀들을 강간하고 노리개로 일삼는 갱들과 무장 강도들까지. 이 어린 소년 혼자 그 길을 가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으리라. 죽음의 기차를 타고 베고픔과 추위를 이겨내며 말 그대로‘엄마 찾아 삼만리’사선을 넘나드는 삶의 질주를 하는 엔리케.


이것은 비단 엔리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매년 미국에 있는 엄마들을 찾아 나서는 4만 8천 명의 아이들이 실제로 겪는 일부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치의 마음 저림 없이 이 책을 읽어나가기엔 한 소년의 여정길이 너무나 구구절절 안타까웠다. 한 사람의 인격을 무자비하게 발로 뭉개버리는 그 혐오스러운 이들 가운데서도 허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열차위로 물과 빵을 던져주던 사람들, 폭력과 폭행으로 생긴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병원까지 안내해준 이들. 자신들도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보살핌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모든 일이 훗날 엔리케에게는 먼 훗날 길이 기억에 남을 일이요, 감사할 일인 것이다.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유 없이 짓밝히고 인격 자체를 모독당하며 폭행과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사례들이 참 많다. 그 죄가 아무리 중한 것이라 한들, 누가 감히 타인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엔리케 한 소년의 삶을 바라봐도 이토록 가슴이 아픈데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저 먼 미지의 세계에 있는 이들은 누가 구원해줄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을까. 한 인간의 끝없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끝없는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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