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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on the Pink
이명랑 지음 / 세계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전에 이명랑 작가의‘꽃을 던지고 싶다’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한 성장기 소녀의 눈에 비친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 읽으면서도 지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볼 수도 있었고 그 대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었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문단에 데뷔했던 이명랑 작가의 책이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더라. 최근 국내 작가의 책을 본의 아니게 등한시 하였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어른들은 모르는 10대들의 이야기.‘날나리 on the Pink' 라니, 참으로 거침없지 않은가.
매일 7시면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부모님이 정성껏 싸주신 도시락을 챙겨들고 늦을 세라 집을 나섰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어느새 십여 년 전의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지나고 나야 그 때 그 시절이 눈물이 날만큼 그리워 질 것이라는 당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고 만다. 그래서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것이 없다고 하는 걸까. 정말 요즘 학생들 교복입고 다니는 모습만 봐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 나도 가방 메고 지금이라도 당장 그들처럼, 학교로 향하고 싶어지니까 말이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듯, 과거 우리들의 모습과 지금의 10대들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행동, 사고방식마저도 확연히 다르다. 어디를 가도 자기들이 원하는 건 고수해야 하고 저마다의 가치관대로 모든 것을 바라보며 어른들의 말에 앞서 그들 자신이 원하는 바는 꼭 이루어야 한다. 그것이 옳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현재 10대들의 모습은 그러하다. 작가는 현재 10대인 여고생들의 모습을 거침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과장된 듯 보이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실제의 모습과 다를지 않은 듯 그렇게.
공부가 삶의 전부라고 어른들은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할 십대들에게 매일 같은 주문을 한다. 물론 공부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되고 기본적으로 배워야 이 사회에서도 인정해주는 시각이 존재한다. 허나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이미 알고 있다.‘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며 전용 도로가 아닌 갓길로 자신의
꿈을 찾아 가려는 것이다. 그 길이 비록 순탄하지 않더라도 끝끝내 찾아갈 지혜로운 십대들, 내가 나아가야 할 길 앞에서 우리 중 누구 하나 고민하고 방황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내가 겪은 일을 후세대의 어린 친구들도 고스란히 그 전처를 밟는 것 뿐 이리라. 그래, 그들은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그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소녀들의 모습이 현재 청소년기에 있는 십대의 모습이라고 전적으로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명랑 작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스한 관심과 보호의 손길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각인시키려는 게 아니었을까. 저속한 단어와 무분별한 욕이 그들의 소통에 필요한 문화 코드라면 어쩔 수 없지만 어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십대의 시기를 이미 지나온 나와 고되지만 마음껏 자신의 꿈을 품은 채 살아갈 희망의 빛인 청소년들은 현실에서도 다른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삶의 목적이 다르지만 적당히 보듬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서로에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성장기의 내 모습을 어떠했었는지 되돌아 추억할 수 있고 어린 소녀들의 면면을 통해 내 가족, 아들과 딸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가지게 될 수도 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