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내게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그의 이전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 작가가 그 동안 펴낸 책의 소재가 범상치 않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사회 이면들을 내밀히 분석하여 그 문제점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자기 내면의 치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이 모든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상기시키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그 한계선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인간인 우리들이다. 시시비비를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며 살아가고 있고 상대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스스로 유지하며 유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의 우리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 통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몰리라는 여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생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곳인,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네 남자들은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몰리의 옛 남자였던 작곡가 클라이브와 신문사 편집국장인 버넌, 두 남자다. 또한 그녀의 남편인 조지와 촉망받는 정치인인 가머니까지 한 울타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서로를 거리에 둔 약간의 미묘한 감정이 오고가게 되는데 이는, 가머니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 발견되면서부터 더욱 큰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만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 이를 이용하려는 자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여자 몰리에 대한 마지막 존엄성을 지키려는 자의 대립구도로 이어지게 된다. 무엇이 개인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자신의 본성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일까. 등장인물인 이들 본성(선함과 악함)을 면밀히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이야기 곳곳에 보여 지며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인간의 내면과 본성에 근거를 둔 사회악, 도덕성 그 밖의 것들을 너무나 통쾌하게 발설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스스로에게 일침을 가한다. 내가 아닌 타인의 잘못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잘잘못을 따지려들면서 자기 앞에 놓인 문제들은 합리화시켜버리는 우리들의 단죄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놀랍지 아니한가. 그런 그들이 암스테르담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그 곳에서의 재회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곳은 모든 것이 합법적인 자유로 보장받는 곳이라고 한다.‘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는 이들의 만남과 화해의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여 극의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정확한 한계선을 그어놓는 것도 중요하다지만 인간 세상사가 어디 그처럼 쉬운 일이랴. 좀처럼 가볍지 않은 사회의 통념들과 인간들의 욕망과 아무 의미 없는 허상에 타인에 대한 감정의 골만 깊어갈 뿐이다. 가끔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아가는 일이 하나의 소망처럼 내 맘에 자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 나와 상대의 적절한 거리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내 자신만큼이나 타인의 존엄성도 인정할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이 작가의 책, 은근히 가독성이 있는 것 같다. 부담스럽게 많은 분량도 아닌 것이 적당히 손에 쥐고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의 모습까지 비춰보게 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지, 사회의 필요악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은 무엇인지 이처럼 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결의 실마리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인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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