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시간 - 장미의 채색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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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만해도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돌아오는 미술 시간이 그렇게도 곤욕스러울 수 없었다. 그저 기본만 따라 해도 감지덕지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미술이 하나의 취미생활로 부상하였기 때문일까. 점수해 연연해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그 소재에 맞는 색감을 찾아 덧칠하는 시간이 사뭇 즐겁다. 이 책의 저자인 또한 책의 말미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취미라 말하고 있듯이 하나하나의 단계를 밟다보면 조금 더 쉽게 미술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배움에 있어서는 하나의 기초과정이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주어진 밑그림에 맞는 색상 선택과 좌우, 상하에 적당한 간격의 명암을 주어 소재의 입체감을 살리고 한눈에 살아있는 꽃으로 표현하는 법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 우선 이 책은 꽃 중에서도 장미를 포인트로 하여 우리가 알지 못했던 10가지의 장미를 소개하고 각각의 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해준다. 그림에 대해서는 초보자인 독자들이 수순대로 한 단계씩 밟아나갈 수 있도록 채색 기법을 설명하고 있으니 어려워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따라 해보면 된다.




초보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색연필을 이용하여 장미를 이루고 있는 하나하나의 면모를 채워나가도록 안내한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려면 보이지 않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듯이 장미를 채색하는 기법에도 홑잎과 겉잎을 나누어 채색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하여 초보자들이 따라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나의 잎을 그렸으면 그 잎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색채가 들어가고 그 후엔 입체감을 주기 위한 마무리 작업까지 따라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꽃의 일부분만을 표현했을 뿐인데 뭔가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듯하다. 




처음부터 잘하는 일이란 없듯이 하나의 과정을 밟으며 연습에 연습을 하다보면 멋진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잎을 채색하는 과정이 끝난 후에는 꽃의 채색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저자가 설명해주는 순서대로 해보면 그런대로 꽃 하나가 탄생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꽃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다만 꽃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장미의 종류에도 이처럼 여러 가지 품종이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마담 캐롤라인, 로라, 레이디 힐링던 등 다양한 종류의 장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채색 기법을 소개하고 있어 닮은 듯 전혀 다른 향과 색을 가진 장미가 있었음을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꽃을 다루는 하나의 직업을 염두 해 두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또 다른 배움의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장미라는 하나의 꽃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려주었고 색연필이라는 단순한 도구만으로도 생화 같은 꽃으로 표현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을 받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멈칫하게 된다. 알고 보면 그다지 어려울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레 겁부터 먹는 것이다. 이 책에는 초보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저자가 세심하게 배려하여 밑그림을 미리 그려놓았다. 우리는 이전에 저자가 알려준 방법대로 하나씩 채색하는 즐거움만 맛보면 된다. 이렇듯 조금 더 흥미롭고 유쾌한 미술놀이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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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 황금 코안경을 낀 시체를 둘러싼 기묘한 수수께끼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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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히가시노 게이고’의 몇 작품만 접해왔을 뿐 여타의 다른 유명 작가나 이야기에 대해서는 사실 무지하다. 그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도 모르면서 무슨 추리소설?! 할지도 모르나, 여성 작가가 그리는 추리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막연히 궁금했다. 무엇보다 어떤 사건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다는데 있어서 독자들은 하나의 숙제를 부여받은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 묘미가 있는 듯하다.




추리 소설의 절대불변의 공식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하나의 의문의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욕조에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신원불명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이와 유사한 시기에 한 사람이 실종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변사체로 발견된 인물이 바로 실종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막힐 만큼 긴장감 있고 생생한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이로 인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장 한 장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종착지에 와 있는 듯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은 덴버 공작 가의 둘째 아들인 피터 윔즈 경이라는 인물로, 고서 수집이 취미이자 범죄 수사가 취미다. 살인 사건의 해결점을 찾는데 관심이 많은 그는 그간의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토대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 한다. 인간의 내재된 측면이 결코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행동에는 누군가의 심리와 행동과 상당히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사항이 아닐까.




단순한 이야기 구성을 보이는 소설보다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묘사와 함께 왜 그러한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히 추궁해가는 그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다. 사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핵심 인물인 피터 경에 대한 신뢰도에 사실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만 같다. 뭔가 강인한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는커녕 그의 말이나 행동거지가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끔은 너무 엉뚱하고 주변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은 이가 과연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또한 영국 귀족출신으로 그가 느끼는 영국 사회에 대한 심리적인 면이 곳곳에 드러나긴 더 많은 것을 알기엔 주어진 정보가 적어 다소 아쉬웠다.




확실히 추리소설은 전반부부터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강한 흡입력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범인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제시해주던가. 의문의 시체를 둘러싼 탐정의 예리한 지적 그리고 여느 추리소설과 다르지 않게 범인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드러내 보여준다. 아주 많은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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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1 - 엘파바와 글린다 위키드 6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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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읽었던 이야기 한 편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처럼 깊고 푸르렀던 희망의 세계를 그린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선한 등장인물이 등장하여 악한 이를 상대로 환상적인 모험의 나래를 선사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고전 동화에 대한 관심은 이후, 뮤지컬 또는 영화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각색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원작 소설과 다른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오즈의 마법사’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서쪽마녀의 사악함, 그 배경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이 책은 그저 가볍게 읽고 마는 단순한 판타지 동화는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환경과 그 안에서 느끼는 관계의 고립은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 우리 이웃 누군가의 모습일 수 있으며 그 어디에도 오롯이 서있을 수 없는 주인공 엘파바의 모습에 안타가운 연민마저 든다. 남들과 조금 다른 얼굴색(초록색)을 가지고 태어나 가장 힘이 되어야 할 가족에게도 차별적인 냉대를 받으며 심리적으로 가장 차가운 고뇌를 경험하게 된다. 불륜을 일삼는 엄마와 유일교 신앙에만 매진하는 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엘파바 그리고 양팔이 없이 태어난 동생 네사로즈까지. 이 생애 존재하는 것 또한 온전한 나의 선택일 수 없듯이 엘파바의 양 어깨에 부여된 장애라는 이름의 삶의 짐 또한 컸으리라 생각된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누군가에게 공격과 핍박을 받을 이유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모두가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함이 당연한 일인 것을,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의 발걸음과 모습에서 마음이 이내 무거워지고 만다. 자신이 마음이 원하고 바라는 일마다 마치 누군가가 조정이라도 하는 듯 무참히 두 손 놓아야 하는 현실의 삶이라니,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많은 부분 일맥상통하기에 그저 웃어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동물들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주인은 알아본다고 하는데, 이성을 가진 한 인간의 무자비하게 짓밟힌 하나의 존엄함이 이처럼 처량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엘파바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자기만의 틀을 세우고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경계하며 살아야했기에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항상 외로운 자신과 대면해야했기에 그 어디에서도 동화되지 못하는 마녀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겉모습은 마녀로 보이지만 실은 그녀가 살아온 삶의 모습들을 되뇌어보면 부조리하고 악한 마녀의 모습만이 아닌 그녀 자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과 타협점을 찾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선과 악의 실체는 사실, 어느 하나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내가 아무리 세상에 앞에서 선하게 살아가려해도 나의 마음과 다르게 이 세상은 저 반대편으로 물 건너갔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강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마음 여린 엘파바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닮아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왔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안타까운 결말을 드러낼지라도 소수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반기를 들려고 했던 엘파바의 모습에서 판타지의 새로운 한 영웅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진실로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우리 중 그 누구도 비판할 권리가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형식의 위키드를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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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전
쓰카 고헤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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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설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그의 이전 작품들에 눈길이 간다. 잠깐 두 눈으로 힐끗 살펴보니 아직 만나본 작품이 없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오, 아타미 살인 사건?! 이것은 예전에 기회가 되어 우연히 보았던 연극 아닌가. 한순간 반가운 마음이 피어오르려는데 작가의 이력 또한 참 흥미진진하다. 재일 교포 출신으로 처음 나오키 상을 수상했고 그간 우연인지 필연인지 많은 상을 수상하며 짧은 시일 내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우선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시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대 일본이다. 어느 나라든지 그 시기를 살아가는 와중에 서로 대립이 되는 갈등 양상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당시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 운동이 있었던 것이다. 내 이 두 발로 뛰고 걸으며 광주 학생운동에 동참했던 사람들이라면 그 날 그 시간의 뼈아팠던 일들을 기억하게 될 터, 그저‘화려한 휴가’라는 학생운동을 다룬 영화로 과거의 한 역사를 더듬어가는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 그 날의 일을 전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간바야시 미치코라는 한 여인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명분상 재벌가의 집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밑에서 찬밥 아닌 찬밥 신세 취급을 받으며 자라난 미치코는 의사의 꿈을 품은 채 도쿄로 상경하게 되고 우연히 가쓰라기라는 한 남자의 연설을 통해 운동의 선두에 서게 되고 그를 좋아하게 된다.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의 지각 변동은 더 나은 삶에의 희망을 꿈꾸게도 하지만 미치코에겐 절대적인 희생과 강요만을 낳게 하니, 참으로 사랑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것 같다. 서로의 마주봄의 사랑이 아닌 어느 한 사람(방향)만의 사랑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절대불면의 진리가 녹아 있는 듯.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려는 한 남자가 있으니 그는 그녀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야마자키다. 학생들을 모아 그 선두에서 진두지휘해야 하는 입장에 선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모두 내보이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한 여자의 본 목적을 알고 나서야 그녀를 증오하게 된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미치코는 참 어리석은 여자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그 누구보다 끔찍이 아껴주는 이의 마음에 칼을 댄 꼴이니 여기서도 저기서도 환대받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만 받게 되는 것이리라. 그녀만큼의 능력과 기회만 주어졌더라면 충분히 하나만 보고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이용하려는 한 남자의 비열한 사랑과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이용하려 했던 한 어리석은 여자의 사랑 그리고 뒤늦게 깨닫게 되는 참된 사랑의 쓸쓸한 그림자.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했던 일본의 학생 운동의 한 정점을 그리고 있기에 단순한 연애 소설만의 느낌만 남겨주지는 않는다. 그녀의 짧았던 생애가 여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참으로 고단하고 안타깝다. 남들처럼 그저 평범한 한 성공한 의사로서의 입지만을 구축한 채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 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더라면 어떠했을까.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다. 희생과 강요에의 삶, 자신을 지키기엔 너무나 처절했던 삶의 원형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이야기의 중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시각의 차이가 하나의 갈등 요소로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를, 그 날 그 시간의 일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듯해 이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사랑의 참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준다. 아, 사랑에도 분명 희생이 따르지만 그 희생의 무게를 빛나게 해줄 참된 사랑의 주인공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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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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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라는 나라에 가본 적은 없다. 다만 인도 여행을 하고 온 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인도에 여행을 한 달 다녀오면 책을 쓸 수 있고, 일 년을 다녀오면 에피소드를 이야기 할 수 있고, 10년을 살다 오면 정작 인도에 대해 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아마도 이는 인도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 어느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색을 가진 나라임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 그 이상으로 비좁고 어두운 혼란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 혼돈의 상처를 아직까지도 치유하고 있는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인도 현직 외교관인 저자의 이력도 새로웠지만 인도 소설이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왔다. 약간 부담스러운 책의 두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오히려 기우로 작용하여 대강의 줄거리만 접했을 때보다 더욱 흥미롭게 읽혀졌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여덟 살의 가난한 웨이터 출신인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소년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청년이 이유도 모르는 채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잡혀가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나니 더 기가 막힌다. 십억 루피의 상금이 걸려있는 퀴즈쇼에서 당당히 우승을 했기 때문에!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이 어린 소년이 왜 우승을 할 수 있었는지에 죄목을 붙이다니, 이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인가. 다만, 이 소년이 처한 삶의 현실에서는 가당키조차 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죄라면 죄이리라.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다가 하층민의 삶에서는 더더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 누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의문은 품을 수 있겠다. 사실 우리가 가진 편견의 벽 앞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허나 이런 일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을 대변해 줄 변호사에게 모든 문제를 맞히게 된 경위와 배경을 하나씩 설명하게 되고 그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연속적인 놀라운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힌두교(람), 이슬람교(모하마드), 기독교(토머스)를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채 고아나 다름없이 태어나고 자라난 소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상에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모든 고난과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 왔고 오로지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들이 반증이 되어 조금의 위선이나 헛됨 없이 퀴즈쇼의 우승자가 된 것일 뿐이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왔을 뿐이고 그 진실한 삶이 곧 바로 정답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모든 것은 사기이며, 누군가 조정했을 일이라고 반기를 드는 꼴이라니!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무리 옳은 방향으로 살아간다 해도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삶에 대해 목 놓아 그건 틀린 일이라고 이유 없이 호통 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삶의 일부분을 이루고,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듯 람이 퀴즈쇼에 섰던 그 과정 또한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리라. 다만, 인도라는 나라의 참혹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하여 그 안에서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그의 의지와 노력이 퀴즈쇼의 우승자라는 하나의 테마로 인도 사회에 대한 새 희망을 꿈꾸게 한다. 빈곤에 쪄든 많은 이들,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비인격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시선이 인간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결코 그 곳에 닿지 못했을 독자들의 관심을 이끈 저자의 흡입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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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