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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라는 나라에 가본 적은 없다. 다만 인도 여행을 하고 온 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인도에 여행을 한 달 다녀오면 책을 쓸 수 있고, 일 년을 다녀오면 에피소드를 이야기 할 수 있고, 10년을 살다 오면 정작 인도에 대해 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아마도 이는 인도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 어느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색을 가진 나라임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 그 이상으로 비좁고 어두운 혼란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 혼돈의 상처를 아직까지도 치유하고 있는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인도 현직 외교관인 저자의 이력도 새로웠지만 인도 소설이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왔다. 약간 부담스러운 책의 두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오히려 기우로 작용하여 대강의 줄거리만 접했을 때보다 더욱 흥미롭게 읽혀졌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여덟 살의 가난한 웨이터 출신인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소년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청년이 이유도 모르는 채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잡혀가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나니 더 기가 막힌다. 십억 루피의 상금이 걸려있는 퀴즈쇼에서 당당히 우승을 했기 때문에!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이 어린 소년이 왜 우승을 할 수 있었는지에 죄목을 붙이다니, 이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인가. 다만, 이 소년이 처한 삶의 현실에서는 가당키조차 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죄라면 죄이리라.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다가 하층민의 삶에서는 더더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 누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의문은 품을 수 있겠다. 사실 우리가 가진 편견의 벽 앞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허나 이런 일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을 대변해 줄 변호사에게 모든 문제를 맞히게 된 경위와 배경을 하나씩 설명하게 되고 그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연속적인 놀라운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힌두교(람), 이슬람교(모하마드), 기독교(토머스)를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채 고아나 다름없이 태어나고 자라난 소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상에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모든 고난과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 왔고 오로지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들이 반증이 되어 조금의 위선이나 헛됨 없이 퀴즈쇼의 우승자가 된 것일 뿐이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왔을 뿐이고 그 진실한 삶이 곧 바로 정답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모든 것은 사기이며, 누군가 조정했을 일이라고 반기를 드는 꼴이라니!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무리 옳은 방향으로 살아간다 해도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삶에 대해 목 놓아 그건 틀린 일이라고 이유 없이 호통 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삶의 일부분을 이루고,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듯 람이 퀴즈쇼에 섰던 그 과정 또한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리라. 다만, 인도라는 나라의 참혹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하여 그 안에서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그의 의지와 노력이 퀴즈쇼의 우승자라는 하나의 테마로 인도 사회에 대한 새 희망을 꿈꾸게 한다. 빈곤에 쪄든 많은 이들,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비인격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시선이 인간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결코 그 곳에 닿지 못했을 독자들의 관심을 이끈 저자의 흡입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