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누구? - 황금 코안경을 낀 시체를 둘러싼 기묘한 수수께끼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간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히가시노 게이고’의 몇 작품만 접해왔을 뿐 여타의 다른 유명 작가나 이야기에 대해서는 사실 무지하다. 그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도 모르면서 무슨 추리소설?! 할지도 모르나, 여성 작가가 그리는 추리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막연히 궁금했다. 무엇보다 어떤 사건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다는데 있어서 독자들은 하나의 숙제를 부여받은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 묘미가 있는 듯하다.




추리 소설의 절대불변의 공식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하나의 의문의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욕조에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신원불명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이와 유사한 시기에 한 사람이 실종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변사체로 발견된 인물이 바로 실종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막힐 만큼 긴장감 있고 생생한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이로 인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장 한 장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종착지에 와 있는 듯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은 덴버 공작 가의 둘째 아들인 피터 윔즈 경이라는 인물로, 고서 수집이 취미이자 범죄 수사가 취미다. 살인 사건의 해결점을 찾는데 관심이 많은 그는 그간의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토대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 한다. 인간의 내재된 측면이 결코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행동에는 누군가의 심리와 행동과 상당히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사항이 아닐까.




단순한 이야기 구성을 보이는 소설보다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묘사와 함께 왜 그러한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히 추궁해가는 그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다. 사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핵심 인물인 피터 경에 대한 신뢰도에 사실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만 같다. 뭔가 강인한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는커녕 그의 말이나 행동거지가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끔은 너무 엉뚱하고 주변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은 이가 과연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또한 영국 귀족출신으로 그가 느끼는 영국 사회에 대한 심리적인 면이 곳곳에 드러나긴 더 많은 것을 알기엔 주어진 정보가 적어 다소 아쉬웠다.




확실히 추리소설은 전반부부터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강한 흡입력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범인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제시해주던가. 의문의 시체를 둘러싼 탐정의 예리한 지적 그리고 여느 추리소설과 다르지 않게 범인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드러내 보여준다. 아주 많은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