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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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토 우지다카 지음/21세기북스

 

6년간 한 과목에 대해 한 선생이 담당한다.
예외는 없다. 수업교재도 수업방식도 담당 선생의 재량에 맡겨진다.
해서, 수업 받은 기수에 따라 아이들의 인성이 바뀔 정도라고 한다.여기 메이지 시대 소설<은수저>를 수업교재로 3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하시모토 다케시가 있다. 그의 수업은 50여년 동안 이어졌으며, 이 책은 그 제자들이(1기생이 일흔이 넘었다) 어른이 되어 들려주는 <은수저>수업교실의 기적이다.

 

국어교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수업과 변화
전율이 흘렀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씩이나.

학창시절 나의 국어수업 시간을 떠올렸고 수업 시간에 읽었던 작품들을 생각해봐야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국어시간,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작품이나, 떠올리는 수업풍경이 있었던가.

그게 살아가는데 힘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은? 국어교사는 또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던지, 국어교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수업과 그 변화를 직접 목도했다.

 

3년간 소설 <은수저>를 통한 수업법
노트는 없다. 대신 에티선생이 만든 유인물이 있다. 베껴쓰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쓰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다. 단락마다 ‘내용’을 정리하고, ‘감상’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 문장을 발췌한다. ‘단문연습’에는 <은수저>에서 사용한 어구를 활용해 자유롭게 문장을 만든다. 각 장마다 스스로 제목을 붙이고 발표하면서 친구와 토론하며 공감하는 결론을 이끈다.
古文에 쓰인 단어라 의미를 유추하고 확대해 본다. 물고기 魚가 들어간 모든 한자를 찾아보기도 한다.
수업은 종종 샛길로 빠진다. 몸소 느끼는 수업을 위해, 소설 속에 연날리기가 등장하면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하고 물엿사탕을 먹으면서 책속 배경과 주인공에 빠져들기도 한다.
단연 눈길이 가는 것은 ‘은수저 연구 노트’ 만들기. 자신만의 어린시절을 회상해서 수필로도 써보고 방학기간에는 특별한 연구주제를 정해 조별로 연구논문을 쓰게 한다. 학생의 학습 의욕과 끈기를 기르기 위한 수업으로 1990년대 미국의 폴트폴리오 교육법보다 앞서는 수업법이다. 이는 자기 손으로 쓴 것, 자신이 정리한 것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에티선생의 생각과 기적
에티선생은 국어실력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또한 속도가 중요한게 아니라, 천천히 가더라도 사물의 본질을 깊게 파고들어 근본원리와 배경을 탐구하도록 했다. 교육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책 천천히 읽기를 통해 공감과 감성능력을 키우며, 이밖에 정리, 작문, 연구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과 끈기있게 파고드는 연구의 방법을 익혀가게 했다. 나는 책을 통해 에티선생의 교수법,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사는 삶의 풍경 속에서 들어갔다. 그의 기적은 사립 나다중학교 설립이래 최초 도쿄대학 진학이나과 최고 도쿄대학 진학율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그의 제자들은 일본의 주류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에티선생이 꿈꾸고 기대했던 결과는 놀랍게도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 에티선생을 웃음짓게 했다. 그런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과 그런 제자의 인터뷰에서 고마움을 느끼며, 자신도 또 다른 '은수저 아이, 형뻘되는'이라고 하는 에티선생. 그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콧끝을 찡하게 한다.

 

우리는 무엇을, 왜 배우고 있는가
“한국교육이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앨빈 토플러의 말을 새삼 떠올린다.

 

일본은 2010년 초중학교 학습 지도요령을 ‘살아가는 힘’에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교육의 목적과 현실은 대입이나, 취업, 돈버는 일에 두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왜 배우고 있는가..

 

'은수저 아이' 되기 

세가 넘은 나이에도 바뀐 시대에 맞게 <은수저>의 새로운 교재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에티선생님께 깊은 존경의 맘을 전한다.

책을 읽은 나는 몹시도 에티선생의 한국판 '은수저 아이'가 되고 싶었다.

슬로리딩, 천천히 미독하며 소리내어 읽어 진동을 주는 것.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느끼고 실천한다면 교실에서의 기적이 아니라 삶에서의 기적을 이룰런지도 모르겠다. 환갑 아니 백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앞으로 나가고 있을 나를 꿈꾸며.

 

* 좋은 글을 책의 제목과 표지가 오히려 반감시킨다는 생각을 한다. 원제 <기적의 교실>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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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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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해서 좋은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의 책 <끌림>에 이은 두번째 책 리뷰이다.

7년만에 나온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예고없이 솟구친 좋아하는 감정을 담백하게 함축한 제목만으로도 설렜는데,

책을 덮자마자 다시 첫장을 넘기고 있었다.

테잎이였다면, 늘어진 테잎이 되었을텐데, 책이라 참 다행이다.

아무리 반복해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니

첫마음을 주면 잊을 수 없는 사랑이랄까.

여행산문집이지만 그가 어느 나라 어느 장소를 갔는지 알 수 없다.

사진집을 방불케 하는 사진을 품었지만, 사진 속에서도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심지어 언급된 사람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인지, 추억속 사람인지도 헷갈린다.

가끔 그의 글 속에서 내 추억 속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목차도 없다. '논리'와 '구성'은 풀어던져 놓고 맘껏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참 바람직한 여행 산문집 아닌가.

이병률이 '시간 벌어온 여행',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내게 있어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이병률은 배고프겠다와 배고팠지?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알겠는가? 저 둘의 차이를?)

사랑을 잃고 양파를 볶다가 짐을 싼 시인이며, 여행길에서 토끼를 기르겠다고 토끼를 산 대책없는 이다.

그는 여행길에서 앞을 볼 수 있다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고,

아버지가 혼자 떠났던 여행길을 사진만을 들고 떠난 아들과 배고파서 거짓말을 한 여인을 만난다.

그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어린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니 그 사랑의 빛깔 또한 가지각색이다.

한 권의 책에 그의 길 위에서 만난 인연, 부표처럼 떠오르는 생각, 그리고 추억들이 오롯이 담겼다.

 

'색'으로 기억되고 표현되는 이야기

"애초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 색이 되려고 태어난 무엇이 아니라
공기가 되려는 것을 한사코 잡안놓은 것. 색깔의 사생아.."

"주홍은 배고픔의 색깔.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

사랑에 굶주린 사람, 사랑에 병든 사람이나 병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래서 주황이다.

소원을 불에 태우면 그 색이 주황이다."

"흰색은 반성문 같다. 실제로는 적을 것 없으면서도 마음으로 눈으로 빼곡이 적어내려갈 수 있는 것 같은"

"사랑에 미쳐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보라색은 볼 수 없을.."

"오래된 빨강을 치웠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물감을 끼얹고 다시 당신이 나에게 물감을 끼얹으면

나도, 당신도 다시는 아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히 충/격/적이다.

분홍과 주황 등의 색깔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은?

나는 그의 낯선 표현들 속에서 갇혔던 표현의 틀이 깨지는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대체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래...

책을 읽다가 한 귀퉁이에 긴 글을 적었다.

'대체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래...."

사진을 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책을 읽다말고 자꾸만 저자 소개 사진을 들여다 본다.

"사랑하냐고 묻는 건, 단지 그걸(사랑) 만지고 싶어서 일텐데..."

"당신에게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한 사람. 안되는 사람이 아니라 불가능한 사람"

단 한번의 여행을 떠나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는 여행길에서 서성이는 이병률,

분홍과 보라로 삶을 사는 사람이 회색으로 살고 있는 이병률 때문에 기분이 '지랄맞다'

 

또, 바/람/이 분/다 뭔/가/꼼/지/락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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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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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인연'에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그리고 일어나는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언제 산 지도 까마득한 류시화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을 읽으며, 근래에 인터뷰한 두 분을 떠올린다.

사람과 책이 공통적으로 내게 뭔가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건축가, '빈자의 미학' 실천가 승효상은 땅과 집의 사용권은 있어도 소유권은 없다고 말했다. 집에 숫자가 아닌 '이로재'와 같은 이름을 지어, 삶의 방식을 사유하길 권했다. 또한 슬리퍼를 신고도 다닐 수 있는 미술관과 숲, 공동체를 언급했다.

숲유치원 전도사, (사)나를 만나는 숲의 장희정 박사 역시 '공동체'를 언급했으며, 성찰문화, 관계성을 생각한 통합적 교육, 자연(숲)에서의 교육에 대해 얘길 나눴다.

그런데, 류시화의 책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었다. 내게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한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인디언의 가치와 문화가 인류를 구원할 시기가 온 것일까.

대지 속으로 사라져 간 인디언 영혼의 울림

류시화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15년간의 자료수집과 집필 기간을 거친, 천 여페이지에 달하는 인디언 역사라 할 수 있다.

특이한 건, 그 역사가 얼굴 흰 사람들이 얼굴 붉은 사람들(인디언)을 침략해서 짓밟은 1900년대까지 있었던 추장들의 연설 41편의 연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아는가. 1942년부터 1990년 사이 인디언 숫자 90% 감소한 것을.

책은 연설문과 함께 연설 할 당시 상황과 인디언 문화에 대한 작가의 해설, 인디언들의 어록(기도문, 헌법), 그리고 그들의 얼굴과 일상이 담긴 사진들을 담았으며, 부록으로 인디언 달력과 이름까지 실었다.

그들은 소멸하는 별빛과 같은 자신들의 운명 앞에서, 얼굴 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삶의 가치와 방식에 대해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단순하면서도 당당하게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현 시대에 '친환경' , '자연생태주의'라는 용어로 다시 회자되고 있는 건 왜일까. 그들의 이야기에 새삼 귀를 기울여야 할 순간이다.

서양적 문화우월주의와 사고가 가져온 결과

사실, 난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첫번째 연설문인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이 책은 내 일생일대의 책이 될 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꼭 기록해야할 순간으로 인식했다.

나는 몇 편의 연설문을 통해 '물질과 욕망'에 기초한 백인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아메리카 원주민을 땅에서 쫓아내고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문화와 가치를 짓밟았는 지 낱낱히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현재도 진행 중인 일이다.

얼굴 붉은 사람들(인디언)은 땅을 팔라는 얼굴 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유하지 않은(못하는) 것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어떻게 물건과 대지가 같을 수 있는가(한번도 땅을 사고 파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어보지 못했다.)

얼굴 흰 사람들은 얼굴 붉은 사람들을 미개인이라는 부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백인의 지식을 가르쳐 그 어느 쪽 가치관도 가치 못하게 만들었다.(앨빈 토플러가 말한 필요치 않을 지식, 존재치 않을 직업을 위해 공부하는 우리네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왜가리와 거위를 보호하면서 인디언의 삶의 방식은 보호하지 않았다. 또한, 자기네도 아직 왈가왈부하는 그들의 유일신을 강요했다.

삶 자체가 지구 전체에 대한 애정 표현이었던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들은 권력이나 물질을 원하지 않았고 다만, 그들 '자신'이 되길 원했었다.

그러나, 머물 곳과 먹을 것, 살아가는 방법 알려준 그들에게 되돌아 온 건, '소멸' 뿐이었다.

요즘 인류적 위기의 문제 해결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인디언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그들의 문화와 가치다.

지금의 위기는 그들의 영혼이 그들의 어머니 대지로 돌아가, 지금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건 아닐까.

얼굴 붉은 사람들의 연설들은 비장하지 않지만, 당당했고 담담했지만 슬픔이 배어있었다. 그건 단지 자신들이 소멸해 간다는 슬픔이 아니었다. 얼굴 흰 사람들의 미래와 그들의 가치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통해 '신대륙 발견' 뒤에 숨겨진, 최초의 환경주의자요. 권력없는 민주주의를 수행한 인디언의 피의 역사를 본다. 그리고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한 '서양 중심'의 사고를 되돌아 본다.

천페이지의 글을 통해 내 영혼이 인디언의 영혼을 닮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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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 이후
서정윤 엮음, 신철균 사진 / 이가서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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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버릇과 우연을 가장한 우주의 답 사이에 '시집'이 있다.

영화 '시'에서도 봤듯이 '시'가 사라져가는 시대, 의식적으로 정기적으로 '시집'을 가지려 했다. 시를 느끼는 '안테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두고 골치 아픈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번잡할 때 눈을 감고 책장을 펼친다. 펼쳐진 페이지에서 우연을 가장한 우주의 '답'을 찾는다.

제법 맞았고 나름 해답을 찾았기에 놀이하듯 시집을 야금야금 읽어나가는 맛에 뜸하게라도 시집을 놓지 않았다.

어느 곳을 펼쳐도 내 이야기가 되고, 또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 '시집'만이 가진 매력이다.

"홀로서기" 서정윤 시인이 손수 고른 따스한 시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서정윤의 홀로서기의 일부다. 서정윤의 '홀로서기'는 내 고교시절의 내 정서의 일부였다. 그의 시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익히고 그런 사랑을 하리라며, 주문처럼 암송하며 다녔었다. 홀로서기 이후 그를 잊었던 지라 신간에서 만난 그의 책이 무척 반가웠다.

그의 시집이 아니었지만, 그가 고른 '사랑'에 관한 따사한 시선, 그리고 시에 대한 서정윤의 단상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다.

곳곳에 서정윤의 시도 만날 수 있다.

시집제목은 강제윤 시인의 동명 시 제목을 차용했다.

 

먼 옛날 이야기를 전하는 사진

보면 볼수록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삽화처럼 들어간 신철균 사진작가의 사진들이다.

어쩌면, '견딜 수 없는 사랑'을 하기에 이미 불꽃마저 꺼져버린 나이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자꾸만 사진에 눈길이 간다.

사진작가에 대한 짧은 약력 외에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다.

60~70년대 사진쯤 되었을까.

5남매는 기본이었던 시절, 언니, 오빠가 막내동생의 보모겸 부모가 되었어 놀이처럼 놀고 있다.

상중에 아이를 보는 달랑단발의 언니, 초가집 아래 '죽음'에 멀찌감치 물러서 있는 남매의 모습이 의연해 보인다.

능숙하게 막내를 들쳐업었는데 아래동생은 배고프다고 칭얼되고 그 사이 다른 동생은 흙을 파먹는다.

난처하거나 짜증을 내기는 커녕 나무처럼 굳건히 선 살림밑천 맡누나다.

추운 겨울 방울 털모자에 시소가 놀이터의 전부였던 시절

기차길 선로따라 시래기를 주으러 가는 누나와 따라오지 말라는 데도

쫄랑쫄랑 아빠 장화신고 쫓아가는 까까머리 남동생

엄마따라 간 빨래터인지 논두렁인지 모를 곳에서 빨래 놀이를 하는 아장아장 아이

엄마가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러 나간 사이

골목길 또래 친구 셋이 모여 속닥속닥 까르르 웃어 댄다.

 

책으로라도 소장해야 할 그 시절, 오남매

사진 속 이야기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음에도.

귀소본능은 아닐터인데..사진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는 느낌이다.

옛 것에 대한 아련함, 서로 돌보고 키웠던 형제자매에 대한 그리움

그 막내가 바로 나였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사진 속 아이들이 행복해 보여서 보는 이도 행복하다.

사진에 대한 에세이를 묶었으면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지만,

시는 시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여러 사람에게 선물도 가능하겠다.

특히, 형제많았던 집안에 '막내인 너를 업어 키웠다'고 말하는 언니, 누나가 있다면 정말 소중한 선물이 되겠다.

시집 한권을 통해 우린 시간을 거슬러 유년의 물가에 이르러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그 시절, 까까머리 오빠와 단발머리 언니, 그리고 아장거리던 어린 나를 만날런지도 모른다.

감히, 소장해야할 사진첩 시집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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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디자인 - 기업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힘
닛케이 디자인 지음, 유주현 옮김 / 나무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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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인상깊었던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펴낸 디자인 전문 출판사 ‘나무 [수]’의 책이다. (특정 분야에 전문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갑다) 일본 경제언론사 <닛케이> 종합정보지 <닛케이 디자인>에 연재된 디자인경영 기업 성공사례를 엮은 책으로 24개 기업이 등장한다.

글로벌화시대 점유율 경쟁의 끝은 가격경쟁이고 그것은 결국 모두가 상처를 입는 소모전일 뿐이다. 이에 가격경쟁이 아닌 ‘디자인’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디자인이 껍데기인 시대는 갔다
디자인이 포장이나 장식이던 시대는 갔다. 디자이너는 단순 상품 컨셉트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브랜드를 바꾸는 사람이다.
경영자가 그리는 기업의 방향성을 직원이나 소비자에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인 시대가 왔다.

기업 스스로가 앞으로는 이런 제품을 팔겠다는 ‘의사표시’ 그것이 기업 디자인이며, 즉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24개 기업의 CEO는 모두 ‘디자인’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다. 디자인 철학을 중심으로 흥미로웠던 기업 몇을 소개한다.

기능을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 다이슨(청소기)
다이슨은 높은 기능성을 생산제품의 최고 가치로 여기고 이 기능을 표현하는 것을 디자인으로 정의한다. 디자인과 기술의 경계를 없앤 것이다.


기능을 높이기 위해 사내직원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고 엔지니어나 디자인 등 제품 개발의 근간을 담당하는 인재가 경영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다이슨의 특별한 사원 연수프로그램도 주목할만한다. 입사자들은 해체된 청소기를 직접 손으로 조립 후 가져가서 사용해야 한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청소기 모터에 착안 바람개비? 없는 선풍기를 개발했다.

기능 중심 디자인과 비주얼 마케팅 - 타비오(양말)
양말 디자인을 신경쓴 것이 아니라, 돌아가지 않는 등의 양말의 기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고, 상품의 장점을 꼼꼼히 전달하기 위해 비주얼과 퀄러티 높은 팸플릿 시즌별 배포했다. (전신을 찍어 코디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함)


아버지날에는 어버지가 아이를 바에 올려 비행기 태워주는 장면 이미지화해서 고객들에게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경험을 공유하고 나눈다 - 호시노 리조트
호시노야 다케토미는 전통가옥과 도회적 쾌적함 융합하여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꿈꾸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치스런 시간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세계 여러 유적지를 경험하며, 타사와 브랜드 가치를 나눈다.


타사로부터 운영 위탁 받은 경우, ‘호시노 리조트’로서의 통일성을 추구하지 않고 지역의 개성, 매력 반영시키는 것 최우선, 통일성은 호시노 직원이 운영함으로써 저절로 생겨난다는 것. 외국인 타깃이지만, 내국인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

디자인은 하나의 부품, 소비자 끼어들 수 있어야 - 하구루마 봉투
디자이너에게 완성품 의뢰하지 않는다. 소비자 정서가 끼어들 수 있는 디자인이어한다. 해서 디자인은 하나의 부품이 된다. 고객이 자기만의 상품 만드는 체험을 해야만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애책이 생긴다는 철학이다. 이것은 주문제작방식이라 재고리스크도 낮은 비즈니스를 형성한다.
10년 전, 10년 후에 봐도 좋은 디자인을 추구한다. 유행을 좇으면 단기적 이익을 내게 되고 브랜드 훼손하는 결과 낳게 된다고.

디자인은 수익만이 아니라 브랜드 지명도를 높인다 - 라쿠에
농업이라는 1차 산업에 디자인 입히는 것을 상상해 봤는가. 농산물 생산, 판매하는 라쿠에는 유니폼과 밭, 농산물판매 패키지에 CI를 개발하고 디자인을 입혔다. ‘흙에서 생각한다’라는 의미의 CI는 인지도 상승 계기 만들었다,

타킷과 디자인 철학이 분명한 기업들의 성공사례, 경영을 생각하다

그밖에 무인양품은 신기하거나 개성적인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맞는 최적의 형태를 만든다는 철학을 갖고 부유층만의 전유물 디자인이 아닌 연봉 40만엔 50만 엔 선인 중산층이 느낌 좋은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을 적용했다. 전통소재와 현대기술의 만남은 한 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디자인을 낳았다.

디자인 투자가 고정고객의 창조가 목적이라는 에스텍 화학은 디자인으로 비용을 줄였다. 닛케이 식품은 세상을 향한 메시지로 이야기하고 싶은 디자인을 만들었다.

스마일즈는 브랜드를 브랜드를 전 직원 공유하기 위해 가상 캐릭터로 환언시켰다. 백화점과 미술관을 융합시킨 마루야는 광고가 아닌 디자인에 예산을 쓴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층을 장식하고 방문한 사람이 맘에 들어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광고 투자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얻었다.

디자인이 경영인프라여야 하는 이유를 한 권으로 책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브랜드이며, 브랜드는 곧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따라서,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말'이 아닌 상징성 있는 기호, 즉 디자인을 통해 직원과 기업가치를 공유하고 소비자와 소통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기업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한, '기업가치'와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이 경영 인프라로 도입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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