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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인연'에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그리고 일어나는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언제 산 지도 까마득한 류시화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을 읽으며, 근래에 인터뷰한 두 분을 떠올린다.
사람과 책이 공통적으로 내게 뭔가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건축가, '빈자의 미학' 실천가 승효상은 땅과 집의 사용권은 있어도 소유권은 없다고 말했다. 집에 숫자가 아닌 '이로재'와 같은 이름을 지어, 삶의 방식을 사유하길 권했다. 또한 슬리퍼를 신고도 다닐 수 있는 미술관과 숲, 공동체를 언급했다.
숲유치원 전도사, (사)나를 만나는 숲의 장희정 박사 역시 '공동체'를 언급했으며, 성찰문화, 관계성을 생각한 통합적 교육, 자연(숲)에서의 교육에 대해 얘길 나눴다.
그런데, 류시화의 책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었다. 내게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한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인디언의 가치와 문화가 인류를 구원할 시기가 온 것일까.
대지 속으로 사라져 간 인디언 영혼의 울림
류시화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15년간의 자료수집과 집필 기간을 거친, 천 여페이지에 달하는 인디언 역사라 할 수 있다.
특이한 건, 그 역사가 얼굴 흰 사람들이 얼굴 붉은 사람들(인디언)을 침략해서 짓밟은 1900년대까지 있었던 추장들의 연설 41편의 연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아는가. 1942년부터 1990년 사이 인디언 숫자 90% 감소한 것을.
책은 연설문과 함께 연설 할 당시 상황과 인디언 문화에 대한 작가의 해설, 인디언들의 어록(기도문, 헌법), 그리고 그들의 얼굴과 일상이 담긴 사진들을 담았으며, 부록으로 인디언 달력과 이름까지 실었다.
그들은 소멸하는 별빛과 같은 자신들의 운명 앞에서, 얼굴 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삶의 가치와 방식에 대해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단순하면서도 당당하게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현 시대에 '친환경' , '자연생태주의'라는 용어로 다시 회자되고 있는 건 왜일까. 그들의 이야기에 새삼 귀를 기울여야 할 순간이다.
서양적 문화우월주의와 사고가 가져온 결과
사실, 난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첫번째 연설문인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이 책은 내 일생일대의 책이 될 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꼭 기록해야할 순간으로 인식했다.
나는 몇 편의 연설문을 통해 '물질과 욕망'에 기초한 백인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아메리카 원주민을 땅에서 쫓아내고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문화와 가치를 짓밟았는 지 낱낱히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현재도 진행 중인 일이다.
얼굴 붉은 사람들(인디언)은 땅을 팔라는 얼굴 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유하지 않은(못하는) 것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어떻게 물건과 대지가 같을 수 있는가(한번도 땅을 사고 파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어보지 못했다.)
얼굴 흰 사람들은 얼굴 붉은 사람들을 미개인이라는 부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백인의 지식을 가르쳐 그 어느 쪽 가치관도 가치 못하게 만들었다.(앨빈 토플러가 말한 필요치 않을 지식, 존재치 않을 직업을 위해 공부하는 우리네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왜가리와 거위를 보호하면서 인디언의 삶의 방식은 보호하지 않았다. 또한, 자기네도 아직 왈가왈부하는 그들의 유일신을 강요했다.
삶 자체가 지구 전체에 대한 애정 표현이었던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들은 권력이나 물질을 원하지 않았고 다만, 그들 '자신'이 되길 원했었다.
그러나, 머물 곳과 먹을 것, 살아가는 방법 알려준 그들에게 되돌아 온 건, '소멸' 뿐이었다.
요즘 인류적 위기의 문제 해결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인디언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그들의 문화와 가치다.
지금의 위기는 그들의 영혼이 그들의 어머니 대지로 돌아가, 지금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건 아닐까.
얼굴 붉은 사람들의 연설들은 비장하지 않지만, 당당했고 담담했지만 슬픔이 배어있었다. 그건 단지 자신들이 소멸해 간다는 슬픔이 아니었다. 얼굴 흰 사람들의 미래와 그들의 가치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통해 '신대륙 발견' 뒤에 숨겨진, 최초의 환경주의자요. 권력없는 민주주의를 수행한 인디언의 피의 역사를 본다. 그리고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한 '서양 중심'의 사고를 되돌아 본다.
천페이지의 글을 통해 내 영혼이 인디언의 영혼을 닮아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