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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토 우지다카 지음/21세기북스
6년간 한 과목에 대해 한 선생이 담당한다.
예외는 없다. 수업교재도 수업방식도 담당 선생의 재량에 맡겨진다.
해서, 수업 받은 기수에 따라 아이들의 인성이 바뀔 정도라고 한다.여기 메이지 시대 소설<은수저>를 수업교재로 3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하시모토 다케시가 있다. 그의 수업은 50여년 동안 이어졌으며, 이 책은 그 제자들이(1기생이 일흔이 넘었다) 어른이 되어 들려주는 <은수저>수업교실의 기적이다.
국어교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수업과 변화
전율이 흘렀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씩이나.
학창시절 나의 국어수업 시간을 떠올렸고 수업 시간에 읽었던 작품들을 생각해봐야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국어시간,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작품이나, 떠올리는 수업풍경이 있었던가.
그게 살아가는데 힘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은? 국어교사는 또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던지, 국어교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수업과 그 변화를 직접 목도했다.
3년간 소설 <은수저>를 통한 수업법
노트는 없다. 대신 에티선생이 만든 유인물이 있다. 베껴쓰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쓰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다. 단락마다 ‘내용’을 정리하고, ‘감상’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 문장을 발췌한다. ‘단문연습’에는 <은수저>에서 사용한 어구를 활용해 자유롭게 문장을 만든다. 각 장마다 스스로 제목을 붙이고 발표하면서 친구와 토론하며 공감하는 결론을 이끈다.
古文에 쓰인 단어라 의미를 유추하고 확대해 본다. 물고기 魚가 들어간 모든 한자를 찾아보기도 한다.
수업은 종종 샛길로 빠진다. 몸소 느끼는 수업을 위해, 소설 속에 연날리기가 등장하면 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하고 물엿사탕을 먹으면서 책속 배경과 주인공에 빠져들기도 한다.
단연 눈길이 가는 것은 ‘은수저 연구 노트’ 만들기. 자신만의 어린시절을 회상해서 수필로도 써보고 방학기간에는 특별한 연구주제를 정해 조별로 연구논문을 쓰게 한다. 학생의 학습 의욕과 끈기를 기르기 위한 수업으로 1990년대 미국의 폴트폴리오 교육법보다 앞서는 수업법이다. 이는 자기 손으로 쓴 것, 자신이 정리한 것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에티선생의 생각과 기적
에티선생은 국어실력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또한 속도가 중요한게 아니라, 천천히 가더라도 사물의 본질을 깊게 파고들어 근본원리와 배경을 탐구하도록 했다. 교육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책 천천히 읽기를 통해 공감과 감성능력을 키우며, 이밖에 정리, 작문, 연구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과 끈기있게 파고드는 연구의 방법을 익혀가게 했다. 나는 책을 통해 에티선생의 교수법,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사는 삶의 풍경 속에서 들어갔다. 그의 기적은 사립 나다중학교 설립이래 최초 도쿄대학 진학이나과 최고 도쿄대학 진학율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그의 제자들은 일본의 주류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에티선생이 꿈꾸고 기대했던 결과는 놀랍게도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 에티선생을 웃음짓게 했다. 그런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과 그런 제자의 인터뷰에서 고마움을 느끼며, 자신도 또 다른 '은수저 아이, 형뻘되는'이라고 하는 에티선생. 그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콧끝을 찡하게 한다.
우리는 무엇을, 왜 배우고 있는가
“한국교육이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앨빈 토플러의 말을 새삼 떠올린다.
일본은 2010년 초중학교 학습 지도요령을 ‘살아가는 힘’에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교육의 목적과 현실은 대입이나, 취업, 돈버는 일에 두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왜 배우고 있는가..
'은수저 아이' 되기
백세가 넘은 나이에도 바뀐 시대에 맞게 <은수저>의 새로운 교재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에티선생님께 깊은 존경의 맘을 전한다.
책을 읽은 나는 몹시도 에티선생의 한국판 '은수저 아이'가 되고 싶었다.
슬로리딩, 천천히 미독하며 소리내어 읽어 진동을 주는 것.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느끼고 실천한다면 교실에서의 기적이 아니라 삶에서의 기적을 이룰런지도 모르겠다. 환갑 아니 백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앞으로 나가고 있을 나를 꿈꾸며.
* 좋은 글을 책의 제목과 표지가 오히려 반감시킨다는 생각을 한다. 원제 <기적의 교실>이 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