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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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배우고 싶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을 찾았다.

물반 고기반.

글보다 사진의 양이 더 많은 책에 눈은 즐거웠지만, 남는 게 없었다.

아니, '구도'는 약간 흉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은 지식'이 아니라 기술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를 만난 건 뜻밖의 행운  

 

사진 관련 책에 사진 한장 없는, 오히려 그림과 짧은 글이 들어간 책이라니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그 배짱이 궁금했다

책을 받아든 순간, 작고 야무진 것이 한손에 딱 들어오는 기분.

캐론EOS 5D 바디를 손으로 잡을 때의 그 안성맞춤 느낌이랄까.

책을 펼치니 왼손에 아이를 감싸안은 느낌

책이란 것을 손에 집어든 것만으로도 흐뭇한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책의 사이즈, 레이아웃 편집 등이 감성적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겸손한 저자의 의미있는 작업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내가..사진의 정통하다고 말할 순 없다. 대신 생활사진가들에게 쉽게 이야기해 주는 방법 정도는 알게 된 것 같다' 라며 '팁을 뛰어넘는 개념, 이해할 수 있는 원리'를 얘기하고자하는 책의 목적을 밝혔다. 겸손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촬영 모드에 관한 설명, 조리개 ISO 등의 기본 개념부터

사진사의 발달에 관한 주요인물, 그리고 그의 작품 에피소드, 주요 사진첩에 대한 정보,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좋은 작가의 사진첩을 많이 본다는지), 등이 소중히 담겨있다.

또한 프롤로그에서 느꼈졌던 그의 겸손함을 증명이라도 한듯

여느 책에서는 없는 '예의'에 관한 사항이 눈에 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예의, 다른 사진작가에게 지켜야할 예의 등  


간결한 글은 주목도를 높였고 그림은 이해를 도왔다

왼쪽 그림을 보면 '감'이 왔고, 오른쪽 글을 읽으면 머리 속에 정리되어졌다.
그의 글은 굵은 한 문장으로 요약되고, 아래에 두어문장으로 설명되었다.
설명이 필요없을 땐, 사진에서 생략하듯 과감히 생략되었다. 

사진없이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그, 그가 부러웠다.
그 자신감과 오직 최고에 경지에 올랐을 때만 할 수 있는 잠언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들.
나는 '글'없이 '사진'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의 간결한 책을 이 많은 글로 밖에 설명할 수 없음이 안타까운 순간이다.  

그래서 내게 욕심이 생겼다.
말이 필요치 않는, 아니 오히려 '사진'이기에 가장 잘 표현한, 보는 이를 자극시키는,
때론, 웃게 때론 울게, 때론 그립게 하는 사진을 찍는 것.

이 책을 보는 이 중 누군가는 이런 욕심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활사진작가로 발딛게 한 순간 작가이자 기자인 곽윤섭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떠올릴 것이다. 

'사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했다'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시 그림으로 돌아갔다는 브레송.  

문득 작가 곽윤섭 행로가 한국의 브레송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돌연드는 건 왜일까.
 

* 저자 곽윤섭 작가의 '사진마을' 블로그 http://photov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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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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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 4월 23일.

대한민국 1년에 평균독서량 11.9권 월평균 1권도 못 미치는 원인과 해결은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2002년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모인 도서관담당 교사들 중 열명의 교사와 그들의 자녀 둘이 2008년 1월 12박 14일의 유럽(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도서관 탐방에 나섰다고 한다. ‘계’를 부어가며 그들이 ‘도서관’으로 간 까닭은 바로 이러한 문제인식과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선 것 아닐까. 그들은 곳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했을까.

그들은 의욕에 넘쳤다.  ‘예습’을 하고 떠난 여행, 역시 그들은 교사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유럽도서관들에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니라 우리네 도서관에서 희망을 보았다. 간간히 등장한 안면도? 지역주민이 만든 도서관, 일산 마두도서관 등. 우리나라 도서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짧은 기간 깊이 있는 도서관 문화와 시스템을 알아내기는 부족했을까. 아마도 ‘이용자’로서가 아니라 ‘관찰자’로 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노조파업 혹은 동화마을 등의 우여곡절로 들어가 보지도 못한 곳도 있었다. 책의 실제는 그들의 열정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길이 흐려졌다. 각 장마다 함께한 ‘같이 또 따로읽기’는 관점의 다양성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책 읽는 흐름을 다소 방해했다. 길을 찾아 떠났으나 간혹 길을 잃는 것처럼.

‘문화는 도서관으로 스며들고, 도서관은 다시 문화를 뿌리내리게 한다’

 ‘세계의 지식 발견하라’는 문구처럼 영국 국립도서관은 국내외에서 출판자료를 납본(의무적으로 기증하는 것)받는다고 한다. 참 좋은 방식이다. 출판사도 국가도 또 국민도 윈윈하는 방식이 아닌가한다, ‘지식은 나누는 것’이라는 한스 슬로운의 신념이 문화에 깊게 뿌리내리는 것 같아 부러웠다. 그에 비해 ‘어득강’이라는 조선 선비가 서점 허가해 책 유통해 달라는 간청은 거부 당했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한 지방자치정부가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 도서관은 수와 관계없이 관장 한 명의 책임 하에 운영, 서비스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또 분관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 휴일도 겹치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세심함도 새롭다. 언젠가 월요일은 항상 쉬던 공공도서관을 들렀을 때의 낭패감이 떠올랐다. ‘자율성’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미래에는 국가의 부가 문화에서 창출될 것이다’

노조파업으로 직접 볼 수 없었던 풍피두 센터는 인터뷰로 대신했다. 부랑자도 이용할 수 있고,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및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었다고 한다. 금서행사주간에 건물 외벽에 x로 광고한 것도 인상깊다. 미테랑도서관 사서 카트린느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성마리아 학교에서 만난 <별 헤는 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나 역시 반가웠다. 다양한 분야 학문 발표회를 한다고 하니, 문화의 깊이가 느껴진다.

프랑스 최초 어린이 도서관 ‘즐거운 시간 도서관’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다. “냠냠”이라는 컨셉으로 피자 책 등의 전시가 색다르다. 새로운 전시 예술가와 사서가 함께 만드는 문화공간. 이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공공도서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가져봤다. 또한 어린이도서관과 학교도서관 개방시간을 상호보완한다는 것도 합리적이었다. 이탈리아 피노키오 마을은 하나의 서적이 어떤 문화와 가치를 창출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독일

10~15분 거리마다 도서관이 있고. 스스로 탐구 발견하는 교육을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립도서관은 서가 높낮이를 통해 사용자를 배려하고. 재학생 아니면 못 들어가는 우리 대학도서관과 달리 열린 대학도서관도 ‘공공성’과 ‘평등성’에 기반한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만의 방식, 블로거의 힘으로 '책읽고 사고하는 문화'를 만들자  

도서관은 그저 입시, 자격, 취업시험 준비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이 숨막힌 습관과 현실에서 나는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많은 기대를 했었나보다. 에필로그에서 그들이 가진 건 ‘열정’이라는 말이 오늘처럼 작게 느껴진 건, 아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먼 우리네 현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힘들게 내딛은 첫걸음인 만큼 그 후에 걸음은 훨씬 수월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본 유럽의 도서관은 자연스런 문화에서 배어나온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도서관은 예술이었고 문화였고 자긍심이었다. 지식의 평등한 나눔을 위해 유럽 도서관을 찾은 그들은 이후에도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바라며, 나는 ‘책을 리뷰하는 블로거’로서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좋은 서평’을 전할 계획이다.

우리보다 100년 앞선 도서관법을 뛰어넘을 인터넷 강국의 힘, 1600만명(?)의 전문 블로거의 힘,  ‘책’ 읽는 문화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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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 옛길박물관이 추천하는 걷고 싶은 우리 길
김산환 글 사진 / 실천문학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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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내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슬프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동네를 몇바퀴씩 쉴새없이 돌며 너무 지쳐 내 자신을 돌볼 즈음, 아니 그 아픔이 탈색이라도 되듯 무덤덤해질 때 즈음,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세상과 인간의 무서움을 좀 일찍 겪게 되면서 이른 운전을 시작한 뒤로 내게 '걷는 것'은 피곤하도 두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 '걷는 것'에 대한 동경은 그치지 않는다. 신마저 '운명'이라는 작업에 손을 놓을리만치 복잡한 세상, 좀 단순해지기 위해서라도.

김산환의 책 '걷는 것이 쉬는다'가 내게 남다른 이유다. 

김산환은 서문에서 '걷기여행은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아마도, 걸으며 자연의 바람, 하늘, 땅을 통해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친철한 김산환의 책'은 나와 같이 하루에 몇키로도 걷질 않는 사람들까지 배려하여 코스의 난이도를 별표로 표시해주고 찾기 좋은 계절도 표시해 주었다.  

모든 장소에는 이야기가 있다. 시인의 마을이면 시인의 시와 이야기가 또 바위의 일화가 옛시조가 등장하여 지역의 과거, 현재를 볼 수 있다. 길 소개가 끝나면, 코스를 안내하는 지도가 있으며, 교통, 별미, 볼거리, 숙박까지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초행길이어도 오래된 길잡이와 함께하는 것처럼 편안한 여행길을 안내하는 책이다. 

책은 3부로 나눠있다. 1부는 물의 길, 2부는 고갯길, 3부는 사람의 풍경이 있는 길. 

두툼한 책 속에 내가 가본 길은 단 하나.

책 맨 뒤에 소개되는 봉화 청량산, 거기 숫불돼지갈비가 유명한데 역시나 잘 소개되어있다. 으슥해진다. 하지만, 이외에 내 유년시절을 보냈던 영주 죽령 옛길은 아직 내가 닿지 않은 길이다. 그래도 영주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빨간 사과를 보니, 또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나도 몰랐던 다자구 할머니 일화를 보니, 정말 여행전문가이다. 영주가면 인삼으로 만든 갈비를 꼭 먹어야겠다. 

내 이목을 끄는 길은 시인 김용택을 낳은 임실 섬진강.. 시인의 어머니와 마을분들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꼭 가보고 싶게 했다. 서편제의 길 완도 청산도의 당리 돌담길의 포장을 걷어내게 한 사람들도 인상적이다. 김선우의 <대관령 옛길> 시도 인상깊다 

나는 특히나, 숲에 마음이 간다.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를 쓰던 자연 원시림은 태고의 어머니 품을 연상케한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같은 주인공이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춘원 임종국. 지금은 볼 수 없는 춘원의 손길을 느끼기 위해 장성 축령산에도 들러야겠다. 거기서, 장 지오노와 같은 짧고도 인상깊은 수필 하나쯤은 나올 것 같다. 

삶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길만 실려있진 않다. 정산의 화절령 일대의 석탄 채굴 현장도 있다.

그의 길에 대한 남다른 철학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얼마전 슬로시티 담양의 돌담길이 허물어졌다는 기사를 봤다. 가지 않는 길은 지워진다. 복잡한 세상,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또 얼마나 많은 옛길, 자연의 길이 없어질까. 부지런히 찾고 또 걸어야 겠다.  그의 수고스러움으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 이제 내가 걸을 차례다. 걷다보면, 내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겠지. 

'길은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 - 신경림의 <길>  

* 이 책에는 이루마의 Maybe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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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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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이, '고민하는 힘'을 대변해 준다
날카로운 눈빛,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서린 그의 얼굴에 시선이 꽂혔다.
책 표지로 인물사진, 그의 얼굴은 '고민하는 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상중의 힘으로 '나쓰메 소세키', '막스 베버'와 동행하다
그에겐 여러 수식이 있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건 '극우파의 칼침을 우려해 배에 신문을 대고 다닌다'는 일화다. 그의 진지한 얼굴과 달리 그의 글은 마치 1:1 인터뷰 하는 마냥 차분하고 깊이있게 나의 궁금증을 풀어내 주었다. 또한 마치 한국인이 쓴 글처럼 색다른 표현을 읽는 재미도 한몫했다. '싱싱하게 읽히는 남녀의 모습'. '결혼, 쓰다 버린, 그래서 차갑고 딱딱해진 것처럼 변한' '정보량에 트림이 나오는'

그의 우울했던 청춘시대 의지가 되었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그의 책에 선뜻 동행해 주며, 글속에서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의 예리한 지성과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으로 채워진 아홉가지 주제를 읽으며, 그간 이유없이 방황했던 내 내면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그의 깊이 있는 고민을, 책 한권으로 읽게된 것이 무척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한권을 읽은 댓가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가진 것 같아서. 

그의 책의 힘은, 누구나 고민해 봄직한 주제를 깊이 있게 꿰뚫어봤다는 것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한다. 왜 살아야 하나. 왜 죽으면 안되나. 왜 일해야 하나. 사랑이 대체 무언가.. 이런 물음에 이 책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사유한  문학적, 사회적, 철학적, 경제학적 관념들을 끌여들여 아홉가지 주제를 꿰뚫어 풀어주고 있다.  

이 아홉가지 물음이 많은 독자를 이끌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한번쯤 해 봄직한 물음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고민스럽게 생각하고 살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대 20대 50대.. 세대를 망라해서 그 어느 시점에서든 한번쯤 멈춰서서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점이, 그의 독자층을 앞으로도 넓혀주리라 생각된다.  

아홉가지 주제 중에, 유독 나의 이목을 끌었던 주제의 의미있는 구절을 다시 살펴본다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중심주의자'였다.
''자아중심주의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대개 '타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때문에...'(31p) 이 구절을 읽고 깨달았다. 나는 자기중심주의자였음을. 왜 타자와 이어지기 힘들어진 것인지를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를 이해해야 했다. 
 
제대로 안다는 건?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부분이다)
-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곧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람인지 묻는 물음'
'과다한 정보량에 트림이 나올 듯한 기분' (65p) 아주 정확한 표현에 놀랐다.
과다 정보로 열정적으로 탐구하지도 호기심도 없어졌다는 그의 말은 통찰력 있다
'과학은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과학은 그 행위의 궁극적이고 본래적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대답하지 못한다'(68p) '뿐만 아니라, 인간 행위의 소중한 의미를 하나씩 빼았아 간다'  현실의 육체나 감각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형태로 자기 신체에 맞춰 한정하는 것 필요하지 않겠는가.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의 문제는 곧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람인지 묻는 물음' 우리는 조직과 제도를 만들 때,(특히 교육제도) 이 뼈져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믿음'에 대한 논의에서 '자유로부터 도망쳐 절대적인 것을 찾는 인간의 본능'과 '인생이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들의 집적, 결국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고... '의미'를 얻어야 한다는 말은 '구원'의 또 다른 해석으로 다가왔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행복하고 싶다와 사랑을 착각하고 있는 것, 결국 사랑에는 형태가 없으며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  결국, 사랑은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 한쪽이 행동을 취하고 상대가 응하려고 할때 성립되는 것, 그런 의지가 있는 한 계속되는 것이 사랑' 특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사랑이 되기 쉽다'는 말은 내 머리를 크게 울렸다. 나는 지금껏 행복해지기 위한 에고이즘적 사랑을 했던 것 같다.   


자신의 내적 반성의 시간, 이제 내가 고민할 차례
이 책은,   ‘자신을 지탱해 온 가치나 삶에 방식에 대한 그 뿌리 깊은 내적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나만의 '깊은 고민'에 빠지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 건지 난감했다...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는 ‘생각한 것을 취하기만 했지,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진 못한 것이다.'  

나도 '나쓰메 소세키'를 찾아가야겠다. 그는 내 인생에 어떤 질문을 던질까.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막스 베버)이 되기 보다는 '확신'이 올때까지의 끊임없는 '고민'끝에 인간답게 하는 '존재보다 본질'을 더 탐구하는 인간다운 영혼과 마음을 지닌 나이고 싶다.   

'고민의 힘'을 통해 뻔뻔하고 배짱두둑해진 그처럼, 나 역시 몇년 뒤 그런 삶을 살길 바라며. 강상중 교수의 '끊없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으라'는 말을  당신에게 전한다.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막스 베버)이 되기 보다는 '확신'이 올때까지의 끊임없는 '고민'끝에 인간답게 하는 '존재보다 본질'을 더 탐구하는 인간다운 영혼과 마음을 지닌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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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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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I. 그녀가 차려낸 ‘착한 밥상’ 앞에 앉아, 사라졌던 미각을 되찾다 

식욕이 돋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먹던 그 맛이 이 책의 사진과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되살아난다.  

 

온갖 조미료로 잊었던 미각이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거칠고 슴슴한 맛 쌉싸래한 맛(‘쌉싸름’은 북한어‘)...

미처 먹어보지 못한 것이라면,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 본다. 맛보지 못한 맛이지만, ‘감’이 온다. 내 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온 조상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착한 밥상’ 딱 표현이 맞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밥상,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게 할 그녀의 소박한 꿈이 담긴 ‘착한 밥상’이 차려졌다.

어린 시절 시인과 화가가 꿈이었던 작가가 친정에서 옛날 고유음식과 시댁에서 궁중음식을 전수받아, 밥집을 차리고 ‘책’까지 냈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나 역시 좀 특별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흔했던 이런 상차림이 이제 특별한 밥상이 된 것을 보면 세상이 무척 많이 변하긴 했나보다.

내 앞에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들기 전에 나는 그녀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철학관을 마주해야 했다.

누가 어떤 음식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나는 먹어보면 금세 알아채기 마련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에 대한 그녀의 깊은 생각에 놀랐다.

II. ‘음식’에 그녀의 특별한 생각이 담기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채식 예찬)

지구력이 생긴다. 성정이 차분해진다. 민감하게 미각이 발달된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육식해도 된다. 가장 진화한 생물은 ‘식물’이다

오랜 세월 걸쳐 생존 거듭하면서 자기 복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많이 한 생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이 바로 ‘진화’다.

인간도 식물에게 이용당한다. 먹어서 중독되는 것은 식물, 사탕수수는 탈콤한 설탕 주면서 자신을 재배하도록 유혹. 화학조미료에서 온 거짓당, 골빈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단순하고 복잡하지 않게)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은 아니다.

새는 곡식을 먹을 때는 곡식만, 벌레를 먹을 때는 벌레만 먹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먹으며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소화기관이 혹사당한다. (마치 뷔페에 다녀오면 몸도 마음도 지치는 느낌이다) 복잡하지 않게 조리, 소스는 원재료의 진정한 맛을 미처 느끼게 하지 못한다.

전체식, 껍질은 벗기고 씨는 버리고.. 속살만 먹던 버릇 바꿔야... 음식은 생긴대로 전부 먹어야 영양이 풍부하다.

정성담긴 음식은 영혼을 위로 한다.

음식은 배만 불리기 위한 것 이상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영혼을 따스하게 충만하게 한다’ 따라서 음식은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소리 없는 언어다.

III. 후식이 되는 이야기

주방장이면서 시를 쓰는 그녀는 가끔 작은 음악회에서 시 낭송을 한다.

그녀가 패러디하거나 쓴 부분의 시를 발췌해 본다

- 신동엽 시 패러디

껍데기는 오라

말랑한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는 오라

뿌부드럽고 달콤한 혀끝의 아우성만 살아 있는 알맹이는 가라.

껍데기엔 비바람과 교교한 달빛이 어우러진 생명이 들었으니..

고구마 껍데기, 오이 껍데기, 오징어 껍데기...

- 여자들을 울리고 남자들을 먼산 바라보게 한다는,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쓴 시를 곰씹어 본다. 곰치처럼 씀바귀처럼 씹을수록 달달한 힘이 쏟는다.

나의 자신감은 깊은 좌절에서부터 온다

나를 부정하고 나를 미워했던 그 아픈 상처들, 고름, 피딱지에서부터 온다

나의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진 아픔의 되풀이에서부터 온다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질 때 이제는 일어설 수밖에 없는 마지막에서 온다

나의 자신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은 멍청함에서 온다

겨울잠처럼 밀려드는 우울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는 배고픔에서 온다

...

나의 자신감은 내가 그 누구의 사람이 아니라는 독립에서부터다

내가 본디 나이므로 세상에 거미줄을 치듯이 양 팔을 길게 뻗어 그 누구의 친구도 되어줄 수 있음을 나의 자신감은 나를 사랑하는 힘에서 매일 샘물처럼 솟아 오른다

그녀가 차린 밥상엔 이 밖에도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눈 그리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이 부럽다. 나도 그녀에게 그리운 이가 되고 싶다.

IV 그녀의 밥상에 ‘요리’는 없다. ‘삶(살림)’이 있을 뿐

각 장의 끝엔 그녀의 비법이 담긴 조리법도 있다.  ‘좁쌀 무김치’ ‘묵구이’며, ‘현미오곡밥을 할 때 소금과 황설탕을 조금 넣어라’는 등 아낌없이 나눠주는 그녀의 비법에 딱딱하고 복잡한 요리책에는 얻을 수 없는 따뜻함이 밴다.

저자가 애용하는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애자네’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나중에 해 먹고 싶은 음식 어떻게 찾나하는 걱정도 말끔히 없애준 ‘부록 계절별 상차림’도 고맙다.

책을 덮고 리뷰를 쓰면서 ‘요리’란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책의 목차를 살펴봤다. 역시나 본문에는 ‘요리’란 말이 드물다. ‘음식’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저자는 그녀의 음식을 ‘요리’ 생각해 본적이 없을 것 같다.

사람을 먹이고 살리는 꾸밈없는 ‘음식’과 뭔가 꾸밈이 많고 복잡한 속된 ‘요리’,

그녀의 책을 읽고나니 ‘요리’라는 단어도 입맛에 당기지 않는다.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았기 때문일까. 정갈해진다.

그녀의 상차림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지탱하는 ‘살림’이었다.

‘착한 밥상 이야기’ 저자 윤혜신은 효재와 닮았다. 그러나,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효재는 ‘천상여자’라는 생각이 들고 혜신은 ‘아내’ 같다. 밖으로만 나도는 오토바이타는 남편과 나물캐는 그녀, 그녀가 ‘안(아내)’있어 그 역시 신바람날 게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밥상, 매일 먹는 밥상만큼 그 사람을 잘 대변하는 일이 있을까. 매일 먹는 것이니 식단의 변화를 주면 사람의 품성마저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것만으로도 정갈해지는 그녀의 ‘착한 밥상’을 받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제는 특별해진 ‘그 나물에 그 밥’ 한 상차림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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