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 4월 23일.

대한민국 1년에 평균독서량 11.9권 월평균 1권도 못 미치는 원인과 해결은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2002년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모인 도서관담당 교사들 중 열명의 교사와 그들의 자녀 둘이 2008년 1월 12박 14일의 유럽(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도서관 탐방에 나섰다고 한다. ‘계’를 부어가며 그들이 ‘도서관’으로 간 까닭은 바로 이러한 문제인식과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선 것 아닐까. 그들은 곳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했을까.

그들은 의욕에 넘쳤다.  ‘예습’을 하고 떠난 여행, 역시 그들은 교사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유럽도서관들에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니라 우리네 도서관에서 희망을 보았다. 간간히 등장한 안면도? 지역주민이 만든 도서관, 일산 마두도서관 등. 우리나라 도서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짧은 기간 깊이 있는 도서관 문화와 시스템을 알아내기는 부족했을까. 아마도 ‘이용자’로서가 아니라 ‘관찰자’로 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노조파업 혹은 동화마을 등의 우여곡절로 들어가 보지도 못한 곳도 있었다. 책의 실제는 그들의 열정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길이 흐려졌다. 각 장마다 함께한 ‘같이 또 따로읽기’는 관점의 다양성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책 읽는 흐름을 다소 방해했다. 길을 찾아 떠났으나 간혹 길을 잃는 것처럼.

‘문화는 도서관으로 스며들고, 도서관은 다시 문화를 뿌리내리게 한다’

 ‘세계의 지식 발견하라’는 문구처럼 영국 국립도서관은 국내외에서 출판자료를 납본(의무적으로 기증하는 것)받는다고 한다. 참 좋은 방식이다. 출판사도 국가도 또 국민도 윈윈하는 방식이 아닌가한다, ‘지식은 나누는 것’이라는 한스 슬로운의 신념이 문화에 깊게 뿌리내리는 것 같아 부러웠다. 그에 비해 ‘어득강’이라는 조선 선비가 서점 허가해 책 유통해 달라는 간청은 거부 당했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한 지방자치정부가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 도서관은 수와 관계없이 관장 한 명의 책임 하에 운영, 서비스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또 분관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 휴일도 겹치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세심함도 새롭다. 언젠가 월요일은 항상 쉬던 공공도서관을 들렀을 때의 낭패감이 떠올랐다. ‘자율성’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미래에는 국가의 부가 문화에서 창출될 것이다’

노조파업으로 직접 볼 수 없었던 풍피두 센터는 인터뷰로 대신했다. 부랑자도 이용할 수 있고,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및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었다고 한다. 금서행사주간에 건물 외벽에 x로 광고한 것도 인상깊다. 미테랑도서관 사서 카트린느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성마리아 학교에서 만난 <별 헤는 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나 역시 반가웠다. 다양한 분야 학문 발표회를 한다고 하니, 문화의 깊이가 느껴진다.

프랑스 최초 어린이 도서관 ‘즐거운 시간 도서관’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다. “냠냠”이라는 컨셉으로 피자 책 등의 전시가 색다르다. 새로운 전시 예술가와 사서가 함께 만드는 문화공간. 이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공공도서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가져봤다. 또한 어린이도서관과 학교도서관 개방시간을 상호보완한다는 것도 합리적이었다. 이탈리아 피노키오 마을은 하나의 서적이 어떤 문화와 가치를 창출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독일

10~15분 거리마다 도서관이 있고. 스스로 탐구 발견하는 교육을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립도서관은 서가 높낮이를 통해 사용자를 배려하고. 재학생 아니면 못 들어가는 우리 대학도서관과 달리 열린 대학도서관도 ‘공공성’과 ‘평등성’에 기반한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만의 방식, 블로거의 힘으로 '책읽고 사고하는 문화'를 만들자  

도서관은 그저 입시, 자격, 취업시험 준비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이 숨막힌 습관과 현실에서 나는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많은 기대를 했었나보다. 에필로그에서 그들이 가진 건 ‘열정’이라는 말이 오늘처럼 작게 느껴진 건, 아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먼 우리네 현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힘들게 내딛은 첫걸음인 만큼 그 후에 걸음은 훨씬 수월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본 유럽의 도서관은 자연스런 문화에서 배어나온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도서관은 예술이었고 문화였고 자긍심이었다. 지식의 평등한 나눔을 위해 유럽 도서관을 찾은 그들은 이후에도 일선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바라며, 나는 ‘책을 리뷰하는 블로거’로서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좋은 서평’을 전할 계획이다.

우리보다 100년 앞선 도서관법을 뛰어넘을 인터넷 강국의 힘, 1600만명(?)의 전문 블로거의 힘,  ‘책’ 읽는 문화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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