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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의 시간 - 서유미 에세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아주 오래전 두 아이가 태어나 자라기까지 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시절이 주마등 처럼 떠올랐다.
옆지기로 지내는것과 실제 한 몸이 되어 40주를 보내는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겠지만 그 시간 만큼은 행복했고 , 늘 불안 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늦은 임신에 대한 기록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그 당시 겪어야 했던 아내의 남다른 감정들을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몸과마음의 변화로 겪었을 수 많은 시간을 그당시에는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는 것이 더욱 아쉽고 지금은 잘자라준 두 아이 에게 더 없는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늦은 나이에 임신한 작가의 몸과마음의 변화, 생명을 잉태한 남다른 감정의 순간, 순간을 통해 남자들은 느낄수 없는 시간의 기록을 통해 한 몸이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p77나의 관심은 ‘엄마가 되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가‘뿐이었다. 그 질문에 다들 "그게 꼭 그렇진 않지"하며 웃었다. "그대신 삶이나 시간의 밀도가 훨씬 촘촘해진다" 고 했다. "소설은 잘 모르겠고 시간을 아까워 하면서 살게 되는건 확실해"
p116~117임신을 한 뒤로는 주변에서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태내에서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고 출산을 돕기 위해 다양한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것 때문에 엄마의 신체뿐 아니라감정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기하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지배를 심하게 받는대." 옆 사람에게 인터넷 기사를 보여주자 "조심하라는 소리지?" 하며 빙긋 웃었다. ‘나는 평소와 비슷했다. 특별히 우울하거나 따뜻한 물 안 ‘에 앉아 있는 것처럼 행복하거나 기대감으로 넘실대지도 않았 ‘다. 다만 눈물이 좀 많아졌다. 인터넷의 어떤 기사나 사진만 봐 ‘도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울컥해져서 눈물을 자주 뒤이서 눈물을 자주 닦아냈다.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극중 인물이 불행해지거 ‘나 죽는 걸 슬퍼했는데 임신한 뒤로는 어딘가에는 어딘가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안부와 고통에 마음이 갔다. 호르몬의 지배 때문 인지는 몰라도 생명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명이 있는 것들을 가여워 하게 되었다. 그런 관심과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p205 우리는 원래부터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었지만, 더욱그렇게 되었다. 아이로 인해 기뻐하고 아이 때문에 염려하고 아이와 관련된 일에 욕심을 부리고 포기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 삶은 분명히 제약이 많고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고 내가 축소되는 삶의 형태일 것이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거기에서 오는 고민과 좌절, 기쁨과 보람이 매일 매 순간 우리곁에 머물다 지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라는 인생의 문 안으로 걸어갔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걷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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