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기란 쉽지 않다학생시절 국어 수업 시간에 시를 외워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지금 학생들은 시를 하나 골라 발표하고 느낀점을 이야기 하는식으로 평가한다.그런데도 시는 좀처럼 읽기 쉽지 않다.전작의 성공으로 출판사를 바꿔 나온 시인의 신작은 전작을 같이 사서 함께 읽으려 했는데 쉬 손이 안간다.시는 저절로 입속에서 중얼 거리듯 저절로 외우게되는 맛이 있어야 음미 하듯 꼭꼭 씹게되는데 근래 읽어본 시집이 드물어 더욱 시집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그래서 더욱 읽으려고 구입 했는데 역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그만큼 시 라는 장르를 접하기가 읽어내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지방에서 몇칠 일하고 올라오는 내내 버스속에서 곰곰히 생각 해본 싯구절 ˝어떤 빚은 빛으로 돌아온다˝라는 말이 입에서 계속 맴돌아 집에 오자마자 시집을 다시 펼쳐봤다.사계를 주제로 삼은 시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 를 꼼꼼히 읽으려 했지만 눈 앞에 보이는것은 글자요 넘어가는 것은 종이다 왜 일까?그토록 아련하게 눈에 선하던 시집 이었는데, 감정의 문제 일까?불편한 잠자리, 낯선 새벽 공기,보고싶은 얼굴을 생각하며 떠오른 시인 이었는데 막상 집에오니 그런 감정이 안 생긴다역시 시 는 멜랑 꼴리할때 읽어야 제대로라는 생각이든다. 시인의 첫 작품 아무래도 처음 나오는 시가 의미 있어서?ㅡ선잠 ㅡ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얼핏 잠 들었나 하는 찰나의 순간에 행복은 말할수 없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잘 모르듯이 그런 선잠같은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 해보며 역시 떨어져 있어야 소중한 줄을 안다 나 만 그랬나!제목이 들어간 시장마ㅡ태백에서 보내는 편지그곳의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평상과 학교와공장과 광장에도빛이내려이어진 길마다검다고 했습니다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인사가 아니라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하지만 나는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이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제는 희미해진 모습 그저 기억속의 표정과 얼굴로 떠오를 뿐이다태백 하면 그냥 돌아가는 주사위,패가망신이 생각 나니 내 감성도 이제는 메마른듯 그저 장마를 함께 볼수있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이제 장마 라는 개념도 없어지고 있으니 세상은 온통 소멸 그 지체가 답인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아버지라는 말이 가끔 생각난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읽힌ㅡ종암동ㅡ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어느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왜 우시냐고 물으니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와서 그런다고 했다아버지가 아버지,하고 울었다아버지 하면 생각 나는 일화 하나 어느날 문득 이불 한 채 던져주며 가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겨울 즈음에 오리털 이불 이라며 또 하나 술만 드시면 이야기 하던 쓸테없는 잔소리들 이제는 듣고싶어도 들을수가 없다 그런 잔소리를 지금은 두 딸에게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다시 시 라는 장르를 생각 해봤다 가슴속 깊숙히 페부를 찌르는 언어의 무기에 옛 추억을 떠올릴수 있다는 것은 가성비 최고 인듯 앞으로 시집을 좀더 많이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