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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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번뇌의 대상이 아니라 수행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충고. “머리만 헛돈다”라고 라는 문장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구체적인 행동은 없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분별판단만 하면서 머릿속 스토리는 점점 자가증식을 하고 감정과 불만도 자가발전한다. 명상 서적에 종종 등장하는 ‘머릿속 감옥에 갇힌다’라는 표현은 자기만의 에고와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의 해법은 “마음과 몸이 완전히 일치해 맞물려 움직이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점점 충실감을 맛볼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일을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일에 대한 불만으로 허황된 목표를 세우고 구름속에 있기 보다 당장의 눈 앞의 현실에 충실할 때 오히려 삶이 변화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약간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쩌면 명상일반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는데 모든 것을 ‘자기책임’으로 자기잘못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사회구조의 잘못은 없을까? 저자는 ‘가혹한 근무환경에 책임이 크다’라는 한 문장으로 끝낸다. 물론 잘못된 환경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관점이 궁극적으로 주체적인 자유로 향하는 길일 것이다. 또하나 짚고 싶은 것은 근무시간에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마음과 신체를 일치시키는 알아차림을 하는 게 생각외로 쉽지 않다는 게 나의 경험이다. 그건 아나빠나 사티를 해보면 안다. 눈 감고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도 한 두 호흡을 넘기지 못하는데 심지어 일하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며 매 순간 '현존'하는 것 자체가 만만찮은 수행 내공을 필요로 한다는게 내 짐작이다. 저자의 주장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신에게 솔직하고, 지금 여기 이순간에 현전하며 일에 임하라’정도가 될 것 같다. 뭐 그러면 많은 일도 거뜬히 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해법이 너무 나이브하다는 느낌도 들 수 있지만 읽고 나면 스님이 쓴 책 답게 평온함과 낙관적인 기분을 주는 미덕이 있다. “우리는 ‘마음의 작용’과 그를 통해서 나오는 ‘언어’, 나아가 ‘신체의 움직임’, 이 세 가지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마음의 안정을 잃게 되고 이 때문에 더욱 큰 번뇌가 생겨 괴로워진다. ”...“내가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언어의 내용 중에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없다. 어디선가 읽었던 것을 생각 없이 주절거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내 자신의 체험 속에서 끌어내서 확실하게 실감했던 것만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에 걸리는 것도 없고 미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이 신체와 언어와 완전히 일치해 있는 상태여야만 우리는 최고의 충실감을 약속받을 수 있다.(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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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짊어진 사람들 - 대물림되는 트라우마의 비밀을 찾아서
갈리트 아틀라스 지음, 신동숙 옮김 / 정신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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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 사례를 케이스별로 소개하는 구성이라 현장감이 있고 몰입감이 있다. 쉬운 문장과 단순한 구성에다 챕터별로 내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다. 후생유전학이란 분야가 있긴 하지만 예전에 조상의 트라우마가 대대로 유전된다는 것을 신비주의 비슷하게 풀어낸 책이 있는데 이 책은 그것보다 지그문트-안나 프로이트, 도날드 위니컷 같은 이름이 더 자주 등장한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패턴이 있고 그것은 부모와 가족관계의 정신역동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이다. 인간의 무의식은 조상이 실패한 지점에서 조상과 자신을 동일시 하며 실패를 치유하려고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한계를 가진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애도할 수 없게 한다. 결국 저자는 과거를 애도하고 미래로 나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작업과정과 사례 등을 참고해서 관련 분야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여튼 모두 알고 싶어한다. 자기 인생이 왜 요모양 요꼬라지인지 말이다. 치유라는 단어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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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하는가 - 오너와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 ㅣ 테드북스 TED Books 12
배리 슈워츠 지음, 박수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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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봤던 후루야 미노루 만화 <두더지>의 한 장면이다. “1억원 줄 테니까 똥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어요?” “5천만원에도 할 수 있어” “오오 반액으로~”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인간은 일터에서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오히려 타인에 대한 헌신 같은 다른 미덕을 몰아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열거하는 좋은 일의 특징은 의미와 목적의식, 재량권, 도전가능성, 다양성, 계발 기회 등이다. 인간이 일터에서 만족으로 얻을 때는 소명의식과 신념, 의미가 있을 때다. “저 사람은 돈만 보고 일해”라는 말에는 분명히 평가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일하기 싫어하고 돈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이데올로기는 일에 대한 노동자의 재량권을 줄이고 관리자의 통제를 강화한다. 그리고 이렇게 변한 일터는 노동자가 돈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작동하며 일이란 것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만든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자기충족적인 실현이다. 인간의 본성은 고정된 것으로 ‘발견’되기 보다 주변환경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발명’된다. 어떤 사회의 일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일은 원래 하기 싫은 것이고 인간은 돈만으로 움직이며 통제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라면 일터의 환경은 거기에 맞게 설계될 것이고 인간의 본성은 그러한 ‘믿음’대로 실현될 것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결국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게 되어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자못 비장한 70년대 느낌의 주장을 들으면 인간의 뇌(변연계, 신피질, 구피질 등) 가 수직통합되어 있다는 뇌과학 서적의 비유가 떠오른다. 욕망도 이렇게 수직통합되어 있는 거 아닐까. 마치 게임 스테이지 클리어하면 더 높은 빌런이 나오는 단계적 구성(의미같은 건 둘째치고 먹는 게 먼저야!) 이 아니고 의미추구와 단순한 생존욕구가 수직으로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먹고사는 게 먼저지 무슨 의미 같은 배부를 소릴 하고 있어, 같은 주장은 그래서 넌센스다. 먹고사는 문제는 바로 의미추구의 문제로 연결될 것이다. TED북스 시리즈라는데 테드 강연 듣고 났을 때처럼 왠지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얇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알찬 내용으로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전달하며 독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모든 일은 다양성, 복잡성,기술 계발, 발전이라는 요소를 포함하도록 구성될 수 있다”라고 낙관적으로 말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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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하는가 - 오너와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 ㅣ 테드북스 TED Books 12
배리 슈워츠 지음, 박수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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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있었던 ‘시럽급여‘ 논쟁이 떠오른다..

느리게 회복중인 불경기 속에서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못한 미국인들에게 실업수당을 확대할지를 놓고 최근 불거진 논의들을 고려해보라. 실업자들의 삶은 이러한 수당있어도 여전히 힘들다. 그러한 수당까지 없다면 삶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하지만 연방정부의많은 이들이 반대한다. 수당을 늘리는 데 반대하는 핵심 - P154

주장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실업수당을 주면 그들을 일하도록 유도하는 동기가 약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일하겠는가? 이 주장에는 사람들이 일하는 유일한 이유가 임금이며 임금이 필요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을 거라는 애덤 스미스의 관점이 내재해 있다. 아무도 이 관점을 명쾌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나 보편적인 생각이어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데올로기가가장 치명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의 모습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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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서의 일 - 일과 삶의 갈림길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모르텐 알베크 지음, 이지연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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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관련하여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들은 게 ‘투 트랙의 삶’이었다. 워라밸.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라고 말하던 경영학과 교수님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이 주장이 환상이고 기만이라는 것이다. 삶은 하나고 죽음은 확실하다. 복지천국이라는 북유럽에서 왜 일에 대한 불만족이 증가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워라밸이라는 개념이 환상이라는 것이다. 애플티비의 <세브란스:단절> 시리즈는 이 점을 비꼬는 것 아닐까? 비슷한 느낌으로 임금노동도 일종의 사기고 야바위 아닐까 싶다. 맑스이론에서 등장하는 ‘노동과 노동력의 구분’같은 것도 일종의 가상의 게임같은 것 아닐까? 나는 내 노동력을 상품처럼 나의 몸에서 떼어내서 팔 수 없다. 나는 그냥 한 명의 인간이다. 내가 근무시간 동안 일터에 귀속될 때 나는 나의 노동력을 상품처럼 임금과 교환하는 게 아니라 나의 삶 전체를 갖다 바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다. 직장에서 일할 때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 하고 자기 최면을 걸지만 정제사 마크처럼 뇌수술이라도 받지 않는 한 나는 한 명이고 결국 사라지는 건 돌아오지 않는 나의 시간이다. 저자의 결론은 자신의 ‘삶의 실존’과 일을 통합해야 하고 조직이 운영되는 기준도 이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생존 모드’에 있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미리 전제한다. 그렇게 따지면 ‘생존모드’에 있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긴 하다만, 죽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라는 게 저자의 충고다. 아리스토텔레스 느낌인데 행복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느낌의 분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은 감각이나 감정이 아니라 지켜야 할 윤리나 미덕에 가까웠다. 저자는 ‘비일상’인 행복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라고 말한다. 그런데 의미란 제각기 다를 수 밖에 없으니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이고 자기만의 가치의 사다리를 정립하는 것이다.(이건 어째 니체의 ‘거리의 파토스’를 떠올리게 한다.) 직장에서 할 일은 이러한 자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자기 존중’이라고 표현한다. 직장은 상하급자의 위계가 아니라 ‘상호윤리’에 입각한 ‘사랑’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치밀한 이론으로 전개되기 보다는 일과 관련한 새로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중반부 ‘의미지수’가 등장하면서 경영학 이론서 비스끄레 나가는 게 걸리긴 하는데 (저자는 컨설팅 회사의 대표다.) 그래도 ‘꿈꿀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는 책이다. 내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겪은 대한민국 직장은 유치한 군대고 '비열한 거리'다. 저자는 후반부에 이상적인 조직상을 제시하는데 ‘공상적 사회주의’ ?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믿거나 말거나 저자의 말은 ‘상호윤리’와 사랑에 입각한 조직이 결국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한 가지 떠오르는 비판은 ‘워라밸’ 못지 않게 저자가 말하는 ‘삶의 의미’라는 개념도 모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자기성찰’이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말로 알 수 있을까? 처음에는 삶의 의미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스스로를 배신하는 경우는 없을까? 어쨌거나 책에 등장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연구에 따르면 커리어와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두 가지는 돈만을 좇아 직장을 택한 것과 때가 되었음을 알면서도 직장을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삼전 하이닉스 성과급 때문에 배아픈 사람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책이다.

 

ps. 게오르그 짐멜이 <대도시의 정신적 삶>에서 도시화가 인간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한 것처럼 임금노동이 인간이 자신의 시간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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