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카와
네, 그렇습니다. 사실 거북이는 용녀입니다. 이 이야기처럼 여자가 프러포즈하는 옛날이야기가 꽤 많아요. 남자에게는 아이의 목욕물, 즉, 아이 낳을 집을 만들라고 하고요. 요컨대 경제력이 요구되는 겁니다.

나카노 그런 물고기가 있잖아요. 수컷이 둥지를 만드는물고기.

아라카와  그래서 여성은 남성의 돈으로 만든 집에서 아이를낳아 기릅니다. 옛날부터 남자는 경제력이 있어야 했죠.

나카노 
역시 돈으로 아이를 기르는 것이군요.

아라카와 
간혹 돈 없는 남성들이 "여자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걸 참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데요. "너희가 여자의 나이와 외모를 중시하듯 여자도 남자의 돈을 중요하게 여기니 완벽한 등가교환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 P202

아라키아 맞선 제도는 거기에서 낙오된 사람들끼리 짝을 이루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나카노 인스타그램에서 <배철러레트 Bachelorette>라는 프로그램 광고를 자주 보는데요. 고스펙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남성들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며, 거기에 출연하는 고스펙여성은 명문대 출신 여성이 아니라 승무원이나 모델입니다.
즉, 여성의 최고 스펙은 ‘외모‘라는 겁니다. 수입이나 학력이 아니고요. 여성들은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여성이 남성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라카와 맞아요. 똑같아요.

나카노 여성의 최고 스펙이 외모라면 다 성형을 하겠네요.

아라카와 근데 그게 최근 몇십 년 동안 생겨난 문화가 아니라, 벌써 몇천 년째 이어져 내려온 거잖아요. 화폐가 없던 시절에는 사냥 능력이 곧 경제력이었고요.
- P203

나카노네.  미인을 ‘상옥‘이라고 불렀을 정도니까요.
아라카와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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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전쟁 - 전통주의의 복귀와 우파 포퓰리즘 걸작 논픽션 28
벤저민 R. 타이텔바움 지음, 김정은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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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하는 전통주의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문자 “T”로 시작하는 전통주의(Traditionalosm)는 인도유럽 종교의 세계관에 묘한 영성주의가 결합된, 지난 100년간 지하에서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 온 철학적,영적 학파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높으신 정치 엘리트와 지적문둥병자들이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마치 에코의 소설 <푸코의 추>를 논픽션 버전으로 보는 느낌이다. 템플기사단이 현실에서 암약하는 것을 목격한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랄까,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본 것은 어설픈 제의를 실천하는 서커스단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시감과 함께 불안감이 확 든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xx법사가 시키는 대로 북한을 선제공격한다고 생각해 보라. xx법사는 사이비라서 그런 말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트럼프 옆의 스티브 배넌, 푸틴 옆의 알렉산드르 두긴, 보우소나루 옆의 올라부 카르발류는 허풍쟁이가 아니다. 저자는 춘추전국시대에 책사들이 합종연횡했던 것처럼 이들이 전통주의라는 오컬트를 배경으로 두고 내셔널리즘, 포퓰리즘 등이 섞이면서 세계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추적한다. 전통주의의 기조는 현대가 암흑의 시대이고 새로운 황금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배넌이 선택한 트럼프는 거기에 딱인 인물이면서 지금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요즘 여론조사 조작으로 시끄러운 명모씨처럼 스티브 배넌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브라이트바트 같은 매체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 물론 스물 몇살까지 소젖 짰다는 명모 씨와는 달리 스티브 배넌은 젊은 시절 <영원의 철학>(올더스 헉슬리,김영사)을 탐독했던 영적 구도자에 가까웠다. 요즘 공직자 청문회에서 지명된 후보자가 왜 이상한 말을 자꾸 하는지, 독도 조형물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은근한 가스라이팅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지원한 이런 활동은 극우계가 말하는 소위 메타 정치의 강화되고 혁신된 형태다. 정치가 아닌 문화를 통한 캠페인 전략이다. 예술, 엔터테인먼트, 지성주의, 종교, 교육을 통한 투쟁이다. 우리의 가치관이 형성되는곳은 투표소가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사회 문화를 바꾸는데 성공하는 사람만이 정치적인 기회를 창조해낼 수 있다. 여기에 실패하면 미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의 상식에서 극우 정치란 공적으로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무엇이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려면 메타 정치 캠페인은 둘 중 하나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기존의 문화채널 내부로 이물감 없이 침투시키는 방식, 아니면 자신들만의 대안적 채널을 만들어 주류 문화와 대결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위키피디아 항목들을 은근히 편집하거나 새로운 하위문화를 창조한다. 공적 교육 과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정신에 입각한 사립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전자의 방식들은 일반 대중에게서 더 넓은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해 외연 확장을 노린다. 후자의 방식들은 사회 안에 별도의 평형사회를 형성해 주류와 권력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크고 급진적인 사회로 키우고자 한다. 굳이 전통주의에 영향을 받은 우익 지식인의 저작을 읽지 않아도 이러한 전략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앤드루 브라이바트가 잘 표현했다.


"정치의 문화의 하류다." - P84

 

저자는 콜로라도 대학 민족음악학 교수로 스티브 배넌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며 두긴, 올라부와도 관계를 유지했다. 거기다 블랙워터에 극우 출판사, 유럽 극우 컨퍼런스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마구 등장해서 흥미를 돋군다. 만약 저자가 신중한 학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정도 치부될 정도다. 소설같은 문장은 아니고 등장인물도 많아 읽는데 약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얇은 분량에 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다. 대안우파라든지 포퓰리즘, 내셔널리즘 같은 단어에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우익도 이렇게 분석하는 작가는 없는 걸까? 요즘 드는 생각인데 예전에 유행했던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같다. 미성숙한 한국사회의 적폐처럼 묘사되던 학벌주의는 미국 공화당 중도보수의 모습이다.(<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마스프랭크,갈라파고스) 한국에서 일어나는 젠더문제와 현상들은 한국만의 특수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인셀테러>,로라 베이츠 ,위즈덤하우스) 저자가 묘사하는 세계권력의 핵심은 누군가 세계권력을 움직이는 비결이 담긴 책이 여기 있다고 해서 어렵게 구해 펴봤더니 던전앤드래곤 공략집이었다는 식이다. 대한민국 우익은 파보면 뭐가 나올까? 일본신도? 우리나라 우익이 어디에서 발현해서 어떻게 분화하고 결합했는지 연원을 따져가며 분석하면 재밌는 책이 될 것 같은데. 아마 MSG를 듬뿍 친 인스턴트 라면 같은 맛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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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지원한 이런 활동은 극우계가 말하는 소위 메타 정치의 강화되고 혁신된 형태다. 정치가 아닌 문화를 통한 캠페인 전략이다. 예술,
엔터테인먼트, 지성주의, 종교, 교육을 통한 투쟁이다. 우리의 가치관이 형성되는곳은 투표소가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사회 문화를 바꾸는데 성공하는 사람만이 정치적인 기회를 창조해낼 수 있다. 여기에 실패하면 미래는 없다. - P84

대부분의 사람의 상식에서 극우 정치란 공적으로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무엇이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게 하려면 메타 정치 캠페인은 둘 중 하나의 형태를 취해야한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기존의 문화채널 내부로 이물감 없이 침투시키는 방식,
아니면 자신들만의 대안적 채널을 만들어 주류 문화와 대결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위키피디아 항목들을 은근히 편집하거나 새로운 하위문화를 창조한다. 공적 교육 과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정신에 입각한 사립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전자의 방식들은 일반 대중에게서 더 넓은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해 외연 확장을 노린다. 후자의 방식들은 사회 안에 별도의 평형사회를 형성해 주류와 권력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크고 급진적인 사회로 키우고자 한다. 굳이 전통주의에 영향을 받은 우익 지식인의 저작을 읽지 않아도 이러한 전략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앤드루 브라이바트가 잘 표현했다.
"정치의 문화의 하류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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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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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이 낯익어서 집어들었는데 옛날 VHS 시절의 비디오용 영화 보는 느낌이다. 킬링타임용 영화를 볼 시간이 있을만큼 여유있던 시절이여 복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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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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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독서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독서와 문자,언어와 관련한 일반적인 교양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매뉴얼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는 아니고 뇌과학 관련해서 전문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만큼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언어를 음소를 분절하고 그 분절된 음소를 인식되는 그림(문자)에 대응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하며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시절, ‘we cannot learn language seperately’라고 말하던 외국인 강사가 기억난다.) ‘독서유전자 는 없다. 저자는 인류가 뉴런재활용을 통해 후천적으로 언어와 문자를 얻었으며 신경과학적으로 독서하는 뇌가 혁신적 사고를 발생시키는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표의문자(중국어)보다 표음문자(알파벳)가 습득과 효율성 면에서 더 진화했다는 쪽인데 서구우월감?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글을 극찬하는 대목에서는 국뽕을 느낄 수도 있다. 대안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강의에서 류재화 선생님이 반복하는 말을 텍스트 너머를 보라는 것이다. 저자도 계속 문자를 단순히 해독하는 것과 깊이 있게 독해하는 것은 틀리다고 강조한다. 저자에게 독서는 몰입,추론,은유,시점 변화 등을 통해 자기를 떠나 다른 내면으로 인지적 도약을 이루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가 인지적 도약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 주면 좋겠지만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아마 독서계의 오랜 논쟁, 속독vs정독 이슈가 나올 것이다.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은 지금도 절찬 판매중이다.)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구술언어와 문자언어의 대립 이슈도 나온다. 저자는 구술언어에서 문자언어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나온 소크라테스의 우려가 문자언어에서 디지털매체로 넘어가는 현 시점에도 유효하다고 한다. 문자언어주의자인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우려에 동의하면서도 소크라테스가 문자의 힘을 과소평가했다고 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의 내면에서 구술언어처럼 대화가 이루어지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 자체가 바뀐다. 반어법, 발음, 은유, 시점 등 단어에 대하여 알고 있는 다양한 용법을 적용해 가시적 텍스트 너머를 보고 타인의 의식을 내면화하는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걱정과는 달리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독서에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몇밀리세컨드의 시간이 있지만 디지털매체에는 오직 정보의 폭격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문자언어를 막지 못했 듯 우리도 디지털매체를 막지 못하겠지만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마 후속작 <다시, 책으로>(어크로스) 로 이어진다.) 저자가 묘사하는 독서는 텍스트와 독자의 인터액티브한 경험이다. 마치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처럼 읽을 때마다 고정된 텍스트에서 같은 의미가 인출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독자가 상호영향을 받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지금 여기의 경험이다. 한 가지 딴지를 건다면 강유원이 <책과 세계>에서 말한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라고 말한 대목이다. 굳이 생동하는 현실을 버리고 책에서 간접경험을 쌓는 자는 병든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이 강유원이 독서를 근본적으로 비판한 건지 아니면 그냥 어깨뽕인 건지 알 수 없지만 저자가 칭송하는 인지적 도약이라는 것의 실체와 가치가 무엇인지 한 번 되짚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온화하고 친절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기분. 난독증 등 독서장애에 관한 분석과 대처도 있으니 품에 안긴 갓난아기를 바라보며 독서교육에 신경이 쓰인다면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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