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 가장 부유하고 파괴적인 스포츠 산업이 되기까지
조슈아 로빈슨.조너선 클레그 지음, 황금진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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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이었던 영국 축구가 프리미어리그 출범을 계기로 끓어넘치는 도가니가 되는 과정을 담는다는게 기획의도 같은데 좀 난삽하다. EPL의 역사와 흐름이라면 <더 믹서> 같은 책이 잘 보여주는 바 이 책은 포커스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결국 돈과 미국식 자본주의가 프리미어리그 출발의 시작이었던 같은데 초지일관 그 키워드로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면 너무 지루했을라나? 메시와 호날두에 열광하다가도 그들의 주거비용(호텔 1박에 얼마라고?)과 잘빠진 여친들 에 괜히 심사가 뒤틀리는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그,너의 본질을 파헤쳐주겠다,하고 의욕을 불태우며 집어들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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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푸른시원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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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에 등장할 정도로 소크라테스의 이름은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실제 책을 읽어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40대가 넘긴 나이에 이 책을 읽게 된 걸까?  읽고 나서 한동안 웃었다. 여기서 변론을 펼치는 테스형의 진심은 진지한 "~습니다"체를 벗겨내면 과장이 아니고 이런 느낌이다.


"씨바 너네가 빈정상했다고 나한테 이러는거 내가 다 알거든?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살려줄 거라는 것도 알지만 밸이 틀려서 그 짓은 못하겄다. 인생 뭐 있어? 내가 차라리 죽고 만다."


이런 소크라테스를 바라보던 아테네시민들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내 머릿속에 누가 있어'라고 말하는 이 분은 지금 이 시대에 와도 4차원이라고 왕따당하기 딱이다. 자신에게 유죄를 내린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는 뒤끝까지 확실하다. 철학에 대해서 뭣도 모르지만 테스형이 자신을 변호하는 논리가 그리 세련된 건 같지 않다. 주로 쓰는 전략은 개념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재판은 규칙을 어기는 자를 교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모르고 규칙을 어긴 자신은 재판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재판은 교화 목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싸지른 똥에 대한 응보의 목적도 있다.) 죽음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두려움은 알 수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닌가. 더 얄미운 전략은 자신을 기소한 근거-신을 믿지 않는 다는 것-를 자신을 변호하는 논리로 쓰는 것이다("나한테 이렇게 하라고 시킨 건 너들이 말하는 바로 그 신이다!") 변변치 못한 나도  이정도 흠결을 짚어낼 수 있으니 현명하신 아테네의 시민들은 바로 테스형에게 사형을 때려 버렸다. 내게 특이했던 점은 고리타분한 테스형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분히 현대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번역가의 역량인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가 묘사하는 아테네를 보자


"말하자면 여러분이나 다른 군중에게 순진하게 맞서며 도시에 수많은 부정과 불법이 자행되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입니다."(31e)


이건 흡사 배트맨의 고담시 아닌가? 더 피부에 와닿는 묘사도 있다

 

"대부분은 사람은 돈벌이를 하거나 가정을 꾸리거나,군인으로서 또는 대중 연설가로서 또는 그 밖의 다른 공직자로 출세하는 일이나 정치 결사,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당파싸움에 관심이 있지만 나는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36c)

 

그리고, 이건 바로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아닌가. 이것을 우리가 통상적으로 "삶"이라고 부르고,주변의 행복과 불행, 갈등과 고민, 사태와 상황은 모두 저것들을 둘러싼 스펙타클이 아닌가. 그러니까 2500년전 아테네와 현대 코리아는 사실은 같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테스형의 대안은 이거다.

 

"내가 미덕과 그 밖에 대화를 통해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캐묻곤 하던, 여러분이 들었던 그런 주제들에 관해 날마다 대화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최고선이며,캐묻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내 말을 더더욱 믿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아테네 서열경쟁에서 탈락한 자의 분풀이 내지는 '권력의지'일 수도 있다.(니체가 요런 느낌의 해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면, 정말로 테스형은 정말로 다른 무언가 가치있는 것, 정말로 중요한 무언가를 알고 있었던 걸까. 너희들은 이걸 삶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이거말고 무언가 다른게 있어, 라고 테스형은 말한다.  죽음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4차원 노인네가 아니라 지극히 시니컬한, 세련된 현대인이다.  

 
"만약 죽으면 아무 지각도 없어 죽음이 꿈 없는 잠과 같은 것이라면,죽음은 놀라운 이득임이 틀림없습니다. 생각건대 만약 어떤 사람이 꿈도 꾸지 않을 만큼 깊은 잠을 잔 밤을 골라, 지금까지 살아온 다른 밤과 낮과 비교해보고 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런 밤보다 더 훌륭하고 더 즐겁게 보낸 낮과 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충분히 숙고해본 뒤에 말해야 한다면, 보통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페르시아 대왕이라도 그런 낮과 밤이 나머지 낮과 밤보다 쉽게 헤아릴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그는 알게 될 것입니다. 죽음이 그런 것이라면, 나는 죽음이 이득이라고 말하겠습니다."(40e)

 

"살러가는 당신과 죽으러 가는 나, 둘 중에 누가 더 나은 운명인지 모른다"라고 마무리 짓는 마지막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우리가 200% 동의하는 가치에 대해 테스형이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뒤끝이다. 테스형이 지금 이 시대에 왔어도 인간관계가 그리 좋았을 캐릭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새삼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테스형과 함께 했다는 다이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다이몬을 묘사하는 대목 때문에 이 책은 약간 오컬트의 느낌마저 준다. 단순히 측두엽간질이었을 수도 있고(측두엽간질 환자 중에 종교인이 많다고 한다. (카렌 암스트롱의 "마음의 진보") 아예 사도 바울이 간질환자여서 예수님의 환상을 봤다고 주장하는 책도 있다.) 정말로 수호천사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 오컬트 서적에서 이 일화를 근거로 종종 사용한다. ) 크리톤을 같이 읽어보면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택한 이유가 결국엔 악법도 법이다 같은 고상한 이념보다 느낌적 느낌,("신께서 보내신 신호가 나를 어디에서도 말리지 않는 것이며,"운운) 혹은 낙장불입 같은 똥고집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심증이 든다.

 

어쨌든 모든 것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영화 시리즈물로 치자면 "필로소피아 비긴즈"나  "필로소피아 0" 이다. 최초의 시원을 한 번  흘긋 본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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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객주 1~10 세트 - 전10권 (부록 : 객주 우리말 사전) - 이두호 장편 시대극화
이두호 글.그림, 김주영 원작 / 바다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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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진짜 진국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후반부터는 약간 예전 스포츠신문 연재물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보고나면 왠지 “탁배기 한사발 “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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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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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같은 이가 유투브로 수천을 버는 시대에 소설쓰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책의 출판년도가 94년인데 조금만 더 빨리 왔었더라면 싶다. 굳이 소설가 지망생이 아니어도 재미있다. 저자의 입담과 유머는 내내 힘을 잃지 않는다. 소설쓰기는 어쩌면 수행이나 명상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꾸준함과 우직함(빚쟁이에게 빚을 갚는 것처럼 매일 글을 쓰라고 한다) 이라는 점에서,자의식을 죽여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는 꿀팁이라고 할만한 창작의 디테일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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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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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 장르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저자가 묘사하는 인간의 약점은 다음과 같다. 1. 불안 때문에 모든 것에 원인을 찾고 패턴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우연이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원인을 찾아 결과를 예측하려고 한다.) 2.  스토리텔링에 치우쳐서 일화적인 증거에 치우친다.(저자에 따르면 일화적인 증거-누가 그랬대더라-는 질이 떨어지는 증거다) 3. 기대와  욕망 때문에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기억을 왜곡시킨다. 여기서 저자의 대안은 확률이론과 통계수치, 통제연구 등이다. 

 저자는 증거의 질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화적 증거-여기서 지금 백신 후유증에 관한 상황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는 아무리 많다고 해도 질이 낮은 증거라고 말한다. 인간의 감각이나 기억자체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감각, 예언, 텔레파시 등을 검증할 때에는 1000편의 경험담보다 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한 연구결과만을 신뢰하라고 한다.저자는 이것을 "색다른 주장에는 색다른 증거가 필요하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한다. 마이클 셔머가 했다는 과학의 정의도 눈여겨볼만하다. "과학은 일련의 믿음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부정되거나 확인될 수 있는 일련의 검증 가능한 지식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과정이다" 과학은 잠재적인 진리일 뿐이며 검증이 불가능한 명제는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앎에 대한 이런 추구로 절대적인 진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삶의 신비를 푸는 데는 이것이 최선이다" (이런 열린 결말에 대한 강조는 철학의 정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어떤 상황-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과 후유증의 상관관계-에서 증거의 질을 고려하고(일화적인 증거보다 엄격한 통제연구를 택한다.)설명들은 검증한 후 기존의 지식체계와 가장 잘 부합하는, 가장 명쾌한 설명을 택해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증거의 양에 따라 믿음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과학적 사고의 프로세스이다. 

 확률이론을 설명하는 장에서 재미있는 것은 주식시장 예측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저자가 말한다는 것이다.아니 페어하게 말한다면 단순한 우연을 예측의 결과라고 말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저자의 말대로라면 주식애널리스트들은 전부 코박아야 할지도 모른다.우연이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패턴으로 예측하려고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그런데, 어떤 상황은 근본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 외에도 인간은 불완전한 감각과 기억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기대와 욕망에 따라 일종의 인지오류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전부 고려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가독성은 상당히 높고, 여러가지 실험결과나 케이스도 잘 소개되어 있어서 소화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단 실험은 이제 약간 익숙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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