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까치글방 6
J. 호이징하 지음, 김윤수 옮김 / 까치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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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애매모호하다는 느낌.... 경쟁을 찬양하는 것 같아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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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지음 / 이학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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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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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의 죽음에 관하여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나는 아프리카의 대륙을 뛰어다니는 가젤이다.나는 살아남기 위해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포식자의 시선을 피해 계속 도망다녀야 한다. 어제는 발이 느린 나의 동료가, 무리 끝에 있는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포식자에게 먹혔다. 나는 그 광경을 언덕 위에서 지켜 보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온 몸에 퍼지며 저절로 다리가 접혔다. 나는 살아 남았다.
지금까지 나는 나와 똑같은 가젤들이 포식자의 이빨에 찢기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들은 대부분 늙고 병들어 이제는 빠르고 능숙하게 달릴 수 없거나, 운이없는 나와 비교하자면 어딘가 모자란 종류들이었다. 포식자들이 그런 나의 동료들을 조각내기 시작했을 때 문득 어떤 위화감 같은게 느껴졌다. 무엇인가가 예전과 달랐다. 나는 아직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다듬으며 무릎을 접은 채로 이 느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요동치던 심장이 가라앉고 언덕위를 훑던 바람이 나의 몸을 식혔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이전보다 늦게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대로 계속 늦게 달리게 된다면 나는 언젠가 나의 동료들처럼 포식자들의 이빨에 의해 조각날 것이다. 최근에 경주가 얼마나 자주 있었던가.경주가 반복될 때 마다 나는 조금씩 뒤처질 것이며 포식자의 이빨은 조금씩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장면을 서술하고 있지만 상상할 수는 없다. 상상해보라 죽음이 조금씩 다가오는 장면을. 죽음을 리얼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목덜미가 물어뜯기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봐야 하는 가젤의 기분은 어떨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겐지의 “시골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를 읽고 난 다음이다. 겐지는 말한다. 야생동물처럼 길 위의 죽음을 감수할 수 있다면 시골에서 살아도 된다고. 언젠가 닥쳐올 죽음을 조금씩 체감하며 산다는 것. 그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것은 무력감일까 아니면 삶을 전진시키는 에너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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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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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철학 에세이. 심란할 때 읽어보면 좋을 듯. 게인적으론 루쉰의 편지가 가장 인상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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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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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시인은 <산자의 길> 후기에서 마루야마 겐지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처음 겐지를 접했을 때 거의 "감전"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봐라 달이 뒤를 쫗는다> 나  <소설가의 각오> 등을 몇 번씩 읽으면서 경탄했었죠. 그 때가 27살이었는데 그 때 느낀 감상은 아, 내가 27살까지 치욕의 삶을 살았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까지 주체적으로 살지도 못했고, 항상 남의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했었으니까요. 그럼 제가 27살 이후로 인생이 급반전을 이루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사람이란게 그렇게 쉽게 바뀌지도 않을 뿐더러 원래 문학이란게 좋은 음악 같은 것이어서 들을 때에는 순식간에 사람을 고양시키지만 그게 끝나면 그 고양감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이 표현은 <고통에게 따지다>에 나온 표현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겐지에게 당신 소설을 읽고 내 인생이 바뀌었다 라고 말하면 그는 "어설픈 놈" 하고 코웃음칠 겁니다.  다만 겐지의 소설을 읽고 내 일부분이 바뀌었고 그게 그 이후의 인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 것이겠지요 .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는 여전히 저의 "멘토"입니다. 그래서,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가 나왔을 때 냉큼 도서관으로 향했죠.

  겐지의 소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주제는 "자유" 입니다. 이건 그냥 느낌인데 일본이라는 나라에는 안 좋은 의미에서의 "공동체주의"가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딱히 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아마미야 카린은 3.11 때 "비판하는 말을 하면 비국민 취급을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이런식의 "동조압력"이 심하기 때문에 이지메 같은 것도 유행하고 이런 동조압력에 반발하는 겐지 같은 작가가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자유와 긍지를 위해 투쟁하고, 삶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 완전연소하는 삶. "죽음보다 못한 삶이 존재한다"는 믿음( <산자의 길>에서는 변화의 조짐을 보여줍니다만) 개인의 독립과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태도. 그런 것들이 겐지의 소설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테마입니다. 

 그런데, 겐지에게는 그런 삶의 반대지점으로 향하게 하는게 아이러니하게  "직장"입니다. 겐지는 3년동안 마루베니라는 회사의 전파통신원으로 일했었는데 이 때 아마 직장생활의 본질을 뼈저리게 느낀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이게 또 오버에요. 평생동안 직장생활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그가 보기에는 직장인이란 자유의 혼을 잃고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며, 굴종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직장이란 뜨듯미지근한 물에 잠겨 안정과 자유를 맞바꾼, 나태한 생활을 보내는 자기 자신을 책임질 줄 모르는 어른아이입니다. <인생따위,,,> 와 <시골이란..>에서도 그런 관점이 여지없이 드러나는데요. <인생따위> 에서 겐지는 자영업을 하라고 권장하고, <시골이란> 에서 상정하는 독자는 직장에서 60살 정년퇴직한 사람입니다. <시골이란> 에서 겐지는 시골과 자연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삶의 현장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장소하고 말합니다. 더불어 시골 공동체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지, 권력에 아부하는 굴종의 정신으로 무장한 인종으로 이루어져있는지 말하죠. (  이것도 재밌어요 겐지도 시골 출신이고 지금 시골에서 몇년째 살고 있거든요)  멋진 풍광과  그 풍광 아래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 그런 시골을 생각하며 시골행을 결심하는 것은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고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어른아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깨알같이 펼쳐지는 시골생활의 진실도 재밌지만 겐지가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시골에서 살지마라" 가 아니라 "홀로서기"를 하고,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는 태도를 지니라는 것일 것입니다. 시골을 삶의 도피처로 삼지 말라는 것이지요.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삶의 정수를 맛보겠다는 태도. 과연 매력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그토록 좋아했던 겐지지만 뒤돌아보면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의 "홀로서기"라는 것이 아주 추상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도 마지막엔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홀로서기"라는게 자영업을 하는 거라면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저 역시 직장인지만, 요새는 꼭 프리랜서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지 오래고, 조직내에 있다고 시스템이나 조직이 보호해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왜냐하면 조직내에서는 서로 살아남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혹시라도 터질 폭탄을 피해 폭탄돌리기를 하거든요. 겐지가 말하는 야생의 긴장감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어요. 단 겐지가 말하는 "잔혹한 세상을 살아남는 상쾌함" 같은 것은 없습니다. 느는 건 짜증 뿐이죠. 

  이런 애매모호함을 처음 느낀 건 <천년동안에> 를 읽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역시 아끼는 작품이지만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요, 작가는 싸움나무의 입을 빌리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효과는 있습니다만. 동성애에 대한 편견도 눈에 띄구요(이후 작품에서는 변화합니다만)  "홀로서기"라는게 그냥 거칠게 원시인 마냥 자급자족하는 삶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럼 좀 단순하네요  요약하면 겐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의 삶에 정직해져라"정도일 것입니다. 삶의 허위가 사리질 때 겐지가  말하는 "삶의 정수"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 아마 겐지는 직관형의 작가가 아닐까요. <산자의 길>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나오긴 합니다만, 논리나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본질을 통찰하고 그걸 소설로 옮기는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연이어 읽으면 재밌는 책이 <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 입니다. 물론 제주도는 시골이 아니지만 겐지가 말한 시골생활의 특징이 이 책에도 나온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시골의 배타성,(제주도는 꽤 폐쇄적이라고 하네요) , 외지인들과 토착민들과의 갈등 같은 것입니다. 충고도 비슷합니다., "제주도를 도피처로 삼지마라", "삶은 현실이다"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주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같은 것을 가지고 이주하지만,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며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페혜의 축소판이라고 하네요 . 덧붙이자면 이 책에는 변해가는 제주도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돈은 정말 대단합니다. 섬이었던 제주도 마저 삼키려고하고 있으니까요 글쎄요 아마 호킹이 말한 것처럼 인류는 결국 멸종하지 않을까요. 부자들이 사설 방공호와 개인 우주선으로 몸을 피신한 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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