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개그콘서트에서 한 개그맨이 관객을 바라보며 던진 한마디.“내일 출근하시죠?” (개그콘서트는 토요일 오후에 방영된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이 던진 한 마디.“ 너희들도 토요일 저녁이면 인생의 비참함을 느낄 거다” 인정하자. 일주일 중 가장 비참한 시간. 다음날 출근과 등교를 생각해야 하는 일요일 저녁.
  대체 일은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을 괴롭히는 걸까. 왜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 죽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면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안달인걸까? 게다가 바야흐로 “내리막” 시대다. 경제성장의 파도는 이미 지나갔고 백수,잉여, 비정규직 같은 단어들이 일상화됐다. 어쩌면 우리는 찬밥,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한 쪽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얼른 스펙을 쌓아서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한다. 문제는 좋아하는 일에 밥벌이의 무게가 얹히는 순간, 그 일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고, 생존경쟁에서 승리하는 순간 찰나의 기쁨과 긴 허무가 찾아오기가 십상이라는 것이다.
  “내리막...”의 저자 제현주는 1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경험한 후 자신만의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일을 찾으면서 했던 고민과 성찰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일이라는 주제가 워낙 광대하다 보니 하나의 통일성 있는 주제보다는 일에 대한 저자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 저자는 일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책을 채워 나간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어떻게 일 할 것인가”하는 물음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연결된다. 우리 일상의 대부분을 일이 채우고 있는 현실에서 일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우리 삶은 소외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일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일에 관한 성찰이 필연적으로 사회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일을 통해 생존을 이어나가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한 회사에 취직해서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전 생애를 채우던 모델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제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저자는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 “노마드”가 되려면 일을 다시 개념짓고(잉여짓은 왜 일이 아니란 말인가?),일터를 다시 개념짓고(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회사는 불가능한걸까?), 타인과의 관계(등가교환으로 관계를 바라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저자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지만 “공동체”라는 개념을 넌지시 제안한다. 저자의 삶이 계속 진행중인 만큼 이 책의 내용도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아직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저자가 말하는 대로 우리에게 “일에 대한 새로운, 자신만의 윤리와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하는 전자출판업이 에너지를 얻는 장소라고 한다. 끝나봐야 모든 걸 알 수 있겠지만 이쯤되면 벌써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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