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남산강학원에서 정화스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도반이란 무엇인가"란 주제였는데 정작 내용은 도반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금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떠오르는 단어는 "공감"과 "협동"이라는 단어이다. 우리 존재의 기반은 "공감"과 "협동"이고  우리 몸 세포도 "공감"과 "협동"을 잃게 될 때 암세포가 된다는 것이다.아마 "무아"라는 개념도 비슷한 것 아닐까. 공감과 협동,  그런데, 이 공감과 협동이라는 단어를 다른 책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팀 파크스가 쓴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라는 책이다.

 

저자는 중년 남성들이 흔히 겪는 전립선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아랫배가 불에 덴 듯 아프고 취침 중에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문제는 병원 검진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병원만 가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린다. 원인없는 통증 ,자기를 일단 수술하려는 의욕 만땅의 의사 앞에서 저자는 엉뚱하게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위빠사나 명상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현대의학이 얼마나 무기력할 수 있는지와  "행위"와 "자아"를 떠난 "존재"라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위빠사나명상에서 그를 가르친 구루는 존 얼 콜먼이라는 사람이다. 흔히 구루가 그렇듯 이 사람도 별로 구루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도 (직업이 목사다)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고집하는 냉소적이고도 지적인 저자를 그는 돌려놓는다. 위빠사나 수행 중에 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친다. "만물에게 공감과 협동이 함께 하기를!"   명상을 하다 저자는 생각에 잠긴다. "옛날같으면 죽은 사람에게 감사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는 그 때 아버지에게 뭐라고 해야 했을까? 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콜먼도 물론 불교도였다. 따라서 정화스님과 같은 말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문득 떠오른 니체 생각. 니체의 마지막 발작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토리노의 말" 이라는 영화가 있다. 물론 주인공이 니체인 건 아니다. 니체의 발작은 하나의 단서이다. 토리노의 광장에서 니체는 학대받는 말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 발작을 일으켰다. 여기까지는 이런 저런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추가된다. 집으로 옮겨진 니체는 의식을 회복하며 단 한 마디를 남긴 채 영원히 발작하게 된다. 그 한 마디는 "어머니, 전 바보였어요" 이다.(이 영화 언젠가 한번 봐야겠다.)  이 에피소드가 과연 사실일까?  어쨌든 니체가 마지막에 전하지 못했던 말은 무었이었을까? 자기가 했던 말을 전부 부정하는 말이었을까? 니체는 왜 하필 학대받는 말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 발작하게 된 걸까?  항상 비아냥대기 좋아하고 강자에 대해 프렌들리(?) 했던 니체. 어쩌면 니체가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말은 "공감" 과 "협동" 아니었을까?  순전한 지레짐작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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