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장면-
1. 중무장한 군인이 영화에서처럼 대오를 갖추고 들판에서 경계하면서 전진한다.. 순간 노인이 뛰어나와서 외친다. "이봐요 거긴 양귀비밭이요. 당신들이 지금 밭을 짓밟고 있어요. 다른 길을 안내해 즐테니 따라와요"
순간 총을 들고 바짝 긴장하며 전진하던 군인들은 <비현실>이 되고 <애들장난> 이 된다. 밭을 가는 노인들은 <현실>이 되고 총을 든 군인들은 전쟁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건 전쟁놀이가 아니다. 나중엔 실제 시체가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지구 한 쪽에 존재했었던 어떤인간의 역사와 일대기를 보는 것과 같다. 탈레반과 덴마크군이 전투 준비를 하자 민간인들은 대피를 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을 보면 꼭 탈레반이나 덴마크군이나 불청객처럼 느껴진다. 아무 관계도 없는 심술궃은 아이 둘이 서로 땅따먹기놀이를 하며 심통을 부리는 통에 어른들이 짜증내며 피하는 느낌이랄까. 영화속에 등장하는 아프간 노인의 말마따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2. 아마도 아리안인 같은 느낌? 잘생기고 젊고 건장하고 몸에 문신을 한 군인이 탈레반 네명을 사살한 후 의기양양해서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손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입으로 총을 쏘는 소리를 낸다. "틱틱틱틱틱틱"(자동소총연발음).... 이상하게도 내가 이 장면을 보며 느낀 감정은 그 군인이 <비참하다> 내지는 <측은하다> 였다. 후에 시상을 받는 장면에서도 왠지 이들이 김이 빠져 있다 내지는 아르마딜로 기지가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 뿐이었다.
3. 아주 옛날에 나왔던 영환데 샘 멘데스 감독의 <자헤드>란 영화가 있다. 난 이 영화를 보고싶었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아마 이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내용 같았는데, 만약 사실이면 허구를 사실이 입증한 꼴이 되겠군. 더불어 예전 미군이 탈레반 시체에 오줌을 누던 사진이 생각났다. 이제 그 장면을 왠지 이해할 것 같다. (아, 물론 그 미군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 다큐에 등장하는 미남 아리안 군인이나 오줌누던 미군이나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처럼 나에게 느껴진다. 오줌 미군은 단지 아리안 군인보다 한 발자국 더 나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