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부패한 LA 경찰 영화 장르’가 따로 있지 않을까. 유명세만 듣고 수십년 간 보지않고 묵혀둔 영화 중 하나인 <L.A. 컨피덴셜>을 보고 든 생각이다. 어떤 영화는 수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느낌을 주는 영화가 있는데 - 예를 들어 왕가위의 영화들 - 아카데미상을 받고 당시 꽤 이름값이 있었던 이 영화는 이제 낡은 느낌이다. 물론 나쁘진 않다. 명배우들이 전성기 모습으로 떼거지로 나온다. 성추문으로 맛가기 전의 케빈 스페이시, 전형적인 백인 히어로 필의 가이 피어스, <글래디에이터>의 투박한 느낌과는 달리 러셀 크로우도 쌩쌩하다. 이들의 연기도 전부 훌륭하지만 뭐랄까, 이들은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들로 보인다. 마치 감정과 행동라인이 정해진 규칙대로 자동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그 게임의 규칙은 부풀린 코트 자락, 힘이 들어간 어깨, 담배를 꼬나물고 한판 붙어볼까 하는 스테로이드 뿜뿜하는 남자들의 세계다. 여기서 여자들은 헐리우드 배우를 닮기 위해 성형 수술하고 ‘아방궁’에서 남자들을 기다린다. 당시 영화평처럼 ‘LA는 더 이상 천사들의 도시가 아니다.’ ‘밝고 건전한 도시 이면에 숨겨진 범죄 세계’ 같은 컨셉으로 충격을 주고 싶었겠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흑막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는 오히려 이들의 행동들과 번쩍이는 조명,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파티, 술집과 자동차들,,, 이런 것들이 ‘좋았던 옛날 시절’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남자들은 어깨를 부풀리고, 서로 총질에다 치고받고 주먹질하고, 잔뜩 거들먹거리며 매춘부에게 순정을 바친다. 선과 악도 분명하고 적도 분명하다. 왠지 흥분되고 두근거리는 사건 사고가 있을 것 같은 LA라는 닫힌 세계에서 마음껏 스테로이드를 발산하며 ‘어디, 무슨일이 있나, 한번 붙어볼까(살아볼까)’하는 정서가 느껴지는 것이다. (어째 우울할 때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영화에서 FM 경찰은 한 명도 없다. 어차피 닳은 요즘 관객들은 그런 거 기대하지 않을 거 같은데 전부 조금씩 편법을 쓰던 경찰들이 마지막에 정의감에 불타 힘을 합쳐 거악을 처단한다는 – 이것도 어째 ‘좋았던 옛날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다. 기억에 남는게 러셀 크로우가 현장에서 무방비 사태 범인을 체포하지 않고 죽인 다음 범인이 먼저 총을 쏜 것처럼 조작하는 장면이다. 이거 보니까 알폰소 쿠아론의 <트레이닝 데이>에서 비슷한 장면의 덴젤 워싱턴이 떠올랐다. 이것도 LA 경찰영환데 헐리우드가 있어서 LAPD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건가?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도 <스피드>의 잭 트레븐도 LAPD다. 이 영화나 <트레이닝 데이>가 뭐 LAPD의 부패를 고발하는 영화는 아닐 테고, 그래도 <LA 컨피덴셜>의 업데이트판이 <트레이닝 데이>처럼 느껴져서 재밌다. 아니 요즘 한참 시끄러운 박모 검사 사례를 보면 이들 영화에 지혜가 담겨있는 지도 모른다. 진실을 보여주는데 영화 속 얘기로 치부하는 관객이 어리석은 지도.
혹시 부패 경찰들을 보며 마음이 상했다면 <엔드 오브 왓치>의 두 순찰 경관으로 마음을 달래보자. 뭐 엄청 재밌진 않다. 그래도 머리를 삭발하고 경찰 제복을 입고 총질하는 제이크 질렌할은 폼이 난다. 형사하고 순찰 경관하고 위계가 있나? 그러고 보니 <트레이닝 데이>의 에단 호크도 고속도로 순찰하다 마약반에 들어가고 싶어서 하루동안 트레이닝 데이를 받는다. 13X13 순찰차의 ‘짭새’느낌의 2인조 경찰과 LA 밤거리를 순찰해 보자. 그들의 뒤를 받치는 수천명의 ‘형제’들의 동료애와 함께. 거리의 ‘쓰레기’들과 한바탕 총격전을 벌인 후에 사격 자세를 취하며 서로에게 묻는다. “YOU GOOD?”, “GOOD,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