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봤는데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초반부는 대사가 별로 없고 루마니아의 도시를 걷는 주인공을 계속 보여준다. 신호등을
건너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화면 한 구석 전봇대 기둥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낙서가 있다. “sex” 길거리에서 주차문제로 주인공과 우연히 설전을 벌인 남자도 익숙한 욕설을
내뱉는다. “내 *이나 빨아, 걸레야” 감독은 이런 식으로 일상에 슬그머니 숨어있는 우리가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기호들을 보여준다. 아이스크림 광고판의 문구는 “목구멍 깊숙이”이고 극장의 외벽에 장식된 그리스식의 남성 조형물은 성기가 당당히 드러나 있다.
길바닥에 버려진 여자 마네킹 다리 옆에는 그 가랑이 사이를 연상시키는 꽃이 피어 있다. 이
영화를 루마니아라는 국가의 사회분위기와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감독이 차우세스쿠부터 군가를
부르는 아이들,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같은 극우,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기호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의 마지막 학부모회의 중 한 명은 루마니아 군대는 패하지 않는다, 라고 외치는 군인이다. 감독은 루마니아의 파시즘이 여성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하는 걸까. 이게
남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유는 섹스동영상이 유출된 여교사는 음란하다고 비난을 받는데 다른 남자 가수는 당당히 “내가
박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기억인데 한 미술교사가 자신과 부인의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학부모의 항의를 받고 아마 징계를 받았던가?..
하는 일이 기억난다. 주인공 여교사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학부모회의의 반응 그 때의 코리아의 학부모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밌긴 하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한국과 루마니아의 학부모가 비슷한 문제에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주인공이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교사라는 것은 후반 학부모 회의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추잡한 짓을!”은 변하지 않는다. 섹스는 더러운가? 우리는 단지 동물일 뿐인데 실은 고상한 척 하느라
섹스를 철저히 감춰야 하는 걸까? 이건 필패다. 섹스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인간은 (아마도) 없기 때문이다. 답이나 결론을 제시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주는 영화같다. 무거운 영화가 아니라 탭댄스를 추듯 경쾌하고 안드로메다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