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토마스 프랭크 지음,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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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대구 경북의 대통령 지지율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20년 전 캔자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미국 정치지형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감이 덜 되겠지만, 캔자스 노동계급들이 왜 계급배반투표를 하는지에 대한 분석처럼 우리나라 정치지형도도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분석한 계급배반투표의 이유는 공화당이 문화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 캔자스의 노동계급에게 닥친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데 공화당은 낙태반대운동이나 애국심같은 도덕적 의제로 사람들의 분노와 피해의식을 자극해서 이를 가려버린다는 것이다. 1998년 캔자스 주 공화당 정책을 보자. 부동산세 폐지, 주식매매로 버는 자본이익에 대한 세금 폐지(금투세 폐지!) ,사회보장 민영화, 정부의 보건의료부문 개입 반대. 총체적인 민영화,자유시장체제작동 지금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다. 아마 지금 이런 정책을 우리나라에서 반대하는 사람을 보수우파들이 빨갱이라고 부른다면 20년 캔자스의 노동계급들은 오만한 자유주의자 엘리트라고 딱지를 붙일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심리적 프로세스는 이렇다. 보수주의 운동이 경제적 문제는 외면한 채 캔자스 노동계급에게 박해받는 진실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주입하고 피해의식을 가공해 낸다. 피해자는 자기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 동부 아이비리그 출신의 똑똑하지만 오만하고 국가를 배신하는 자유주의 엘리트라는 외부의 적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트럼프가 노동계급에게 어떤 이미지인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민주당의 잘못도 있는데 상류층 엘리트들을 포섭하기 위해 계급문제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디디에 에리봉,문학과지성사)에서 게이인 저자는 성정체성 문제보다 계급문제가 더 말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이 책의 저자도 계급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미국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공화당이 써 먹는 구도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도덕적이고 싶어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100% 퓨어한 악당이라는 전모 대통령조차 회고록에서는 자기가 5.18의 책임을 뒤집어썼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가.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남을 비판할 때 인간은 큰 쾌감을 느끼는 법이고(<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나카노 노부코,동양북스)) 인류사에서 가장 잔혹한 일은 정의라는 이름 아래서 행해졌다 .(<차별감정의 철학>(나카지마 요시미치,바다출판사) 일본의 넷우익은 재일조선인은 부당한 특혜를 받는다는 허위주장으로 선량한 일본인이 피해를 받는다는 피해의식을 자극해서 혐오세력을 키워왔고(<거리로 나온 넷우익>(야스다 고이치,후마니타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임지현,휴머니스트)는 2차세계대전의 숭고한 피해자와 민족주의의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매노스피어는 진짜 피해자는 남성이라는 말로 소년들을 끌어들인다. (<인셀테러>(로라 베이츠,위즈덤하우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도덕적 분노같은 정동이다. 책에는 팀 골바같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가며 공화당에 헌신하는 풀뿌리 노동계급 운동가가 나온다. 마치 방향만 바꾼 체 게바라라고 할까. 역설적으로 이들에게는 저자의 분석조차 자기들을 바보취급하는 오만한 자유엘리트들의 헛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 나도 그 정돈는 안다구.하지만, 난 낙태반대운동과 베트남파병 애국자를 위하는게 더 중요하다구, 하고 말이다. 이들의 가치는 대부분 우파 기독교 가치인데 어쩌면 이기적 인간은 실은 더 숭고한 것을 원하고 있으며 공화당이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캔자스를 설명하는 초반부는 지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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