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커 씨, 사실인가요? - 베스트셀러 저자 스티븐 핑커와 한스 로슬링이 말하지 않은 사실들
이승엽 지음 / 어떤책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에 들은 얘기. 회계담당자를 뽑는 자리에서 영업이익을 계산해보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구직자들이 한 말: 구직자 A-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린 후 영업이익은 OO원입니다.” 구직자 B- 역시 계산기를 두드린 후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00원이고, 낙관적으로 계산하면 00원입니다.” 구직자 C- 숫자를 한번 쓱 본 후 영업이익을 얼마로 해 드릴까요?”. 당근 취직한 사람은 C.

저자에 따르면 핑커를 비롯한 신낙관주의자들은 팩트라는 것을 산 속에서 산삼 찾는 것처럼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이나 평화’, ‘민주주의같은 개념부터가 인공적 창조물이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들이대는 객관적 숫자들이 산출되는 과정에는 연구자들의 관점, 이데올로기가 주관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더 짜증나는 건 이들의 이데올로기가 서구의 세기라는 말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개발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서구 덕분에 갈수록 살기 좋아졌으니까 정치에 신경쓰지 말라는 주장은 배고픈 시절을 못 겪어봐서 데모한다는 오래전 꼰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착취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사람을 개돼지로 보나고 입에 거품을 물 만하다. 이들은 여러 가지 통계를 들이대며 이것이 팩트라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이런 팩트가 어떻게 가공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하며 이들의 주장 역시 편향되었음을 밝힌다. 반대로 저자는 세계화 개발패러다임이 오히려 빈곤을 증가시켰다는 요지를 펴는데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핑커의 통계를 워낙 조목조목 발라낸 뒤라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도 혹시?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만약 우리 모두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면 팩트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가장 근본적인 사회적 가치관의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런 합의 위에 쌓인 팩트들이 하나의 결론을 유도해 낼 것이다. 하지만, 맥락이 제거되고, 제시된 현실에서의 함의가 무시된 팩트는 양 진영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독단적으로 만든다. 저자는 핑커의 책에 이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팩트는 맞지만 맥락면에서 독자들을 호도하는 예로 든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을 까 하다 포기한 책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안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핑커의 벽돌책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각을 외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싶다. 이런 관점을 보여준 게 저자가 처음일까.(아직 대학생임) 이 책을 외려 번역해야 하는거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