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워크 - 242억 켤레의 욕망과 그 뒤에 숨겨진 것들
탠시 E. 호스킨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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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한켤레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착취구조를 파헤친 책.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사무직에서 일하는 나는 접해보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세계를 보는 창이다.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소수가 단기적인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환경과 인간을 파괴하고 있다. 빨갱이라고?  그런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책에도 영화처럼 연출력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면, 이 책의 연출력 역시 뛰어나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문장에 다큐를 보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단 기승전결의 클라이맥스 구조는 아니라서 약간 밋밋하긴 하다. 

결국- 적어도 나는- 자유롭지 않다. 강신주의 말을 빌리면 '소비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세계는 철저히 위계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굳이 신발공장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네가 죽든 그건 알 바 아니고 내일 아침까지 끝내 놔"같은 태도는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누구든 접해보지 않았을까. 예전 지하철역에서 노동자가 죽은 것처럼, 이번에 SPC 노동자가 죽은 것처럼.  옮긴이는 무기력을 벗어나라고 후기에서 썼지만, 무기력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신발은 어디서 사야 되는 거지?  파리바게트말고 뚜레쥬르 가면 마음이 편해질까? 중요한 건 구조와 형식이라고, 역시 강신주의 말.


ps 잔인한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나도 그랬지만, 지금부터 노력하면-세상의 스펙을 맞추면-나는 살아남을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세상은 어차피 짱들의 지배하에 있다"는 잭 블랙의 대사(스쿨오브락)는 여전히 유효하다. 스펙을 갖추면 세상이 사랑해 줄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유란 건 요원하다. 스크럼을 짠 소수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건 다같이 그런 잔인한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이었다. 스펙이나 기준 따윈 니들 사정이라고, 그런건 신발 밑창정도로 여기는 막가파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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