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셔머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 책이 가장 자신의 주장을 명료하게 드러낸 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의 주요 논지는 "뇌의 패턴성"과 "행위자성"이다. 셔머는 이를 뭉뚱그려서 "뇌의 믿음엔진"이라고 부른다. 진화의 과정 중 무작위한 주변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패턴을 발견하는 학습과정을 발전시켰고, (유전자의 자연선택은 거기에 비하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이것이 여러가지 미신과 마법적 사고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이런 패턴 추구경향은 개체의 생존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기여한다. 행위자성은 마음이론(우리자신과 남들의 갈망과 의도같은 정신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에서 도출하는데 패턴성과 "외부에 무언가 있다"라는 주체를 결합해서 신이나 유령같은 환상의 존재를 만들어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토대는 당연히 셔머답게 뇌와 뉴런들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지를 바닥에 깔고 다른 유에프오나 임사체험, 초능력 같은 소재에 대한 묘사와 그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는 것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은 셔머의 저술에서 계속 반복되는 부분이라 11년작인 이 책이 약간 식상하다는 느낌도 든다. 내게 오히려 관심을 끈 부분은 크리스 나이바우어와의 차이점이다.<자네, 좌뇌한테 속았네!>에서 크리스 나이바우어는 뇌의 기능분화를 설명하면서 "좌뇌해석기"가 있다고 말한다. 셔머가 말하는 뇌의 패턴성과 비슷한데 무차별적인 것에서 패턴을 찾고 범주화를 통해 개념과 언어를 만들어 내는 기능이다. 이걸 처음 처음 발견한 가자니가 박사의 연구는 양 쪽 모두의 책에 실려있다. 하지만, 크리스 나이바우어의 방향은 사뭇 다르다. 책의 부제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가 암시하는 대로 이 책은 그런 패턴성이 실은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셔머가 패턴성으로 외부의 신과 초자연적인 존재를 환상이라고 해석했다면, 나이바우어는 화살을 내면으로 돌려서, -나가세가 존자식으로(농담이다)- "셔머 당신은 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만약 셔머가 듣는다면 그가 이 말을 그의 긴 헛소리 리스트에 추가하고 <스켑틱>의 농담거리로 삼을 것이라고 나는 예상한다. 예로부터 진리와 오류가 섞인 현실을 체로 거르는 것은 철학과 종교 과학까지 모든 분야가 고민해온 문제일 것이다. 현대에는 과학만이 그 임무의 적임자라고 나서고 있고, 도킨스나 셔머 같은 신유물론자도 나왔지만, 나는 셔머의 과학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자신만만한 어조가 왠지 불편하다. 과학적 진실은 잠정적 진실이라고 겸손을 보이는 것 같지만, 결국 과학적 세계관과 맞지 않는 명제들은 "언제가 과학이 규명할 것"이라고 오류가능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불도저처럼 자신의 세계관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셔머는 "과학과 서구민주주의의 세속적인 계몽가치가 인간 생존의 최고 희망이다."라고 주장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계몽의 변증법>같은 논리도 있지 않나? 서구에서 명상시장이 호황인것으로 아는데 트렌드를 못 따라 가는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11년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