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윈이 중요한가 -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에 대한 진화론의 대답들
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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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두 권 읽은 게 전부지만, 마이클 셔머의 책은 입답은 능숙하지만, 약간 난삽한 것 같다.  좋게보면 더 대중적이다. 문외한이라 그런지 저자의 진화에 관한 지식이 리처드 도킨스나 다른 유명 저자들보다 뛰어난지 의문을 가져본다. 내가 이 책에서 진화론에 대한 완전한 설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실 돌이켜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사실들- 독도는 우리땅, 지구는 둥글다, 생명체는 진화했다-의 근거를 들라고 하면 의외로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 나는 진화론의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그런상황에서 저자가 내놓는 근거들이-저자는 지적설계론의 주장을 열거하고 그에 반박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한다. 그 외에 2000년 이전까지 미국 교육계에서 벌어졌던 창조과학과 진화론간의 소송전을 소개하고 있다.-  정말로 합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적설계론의 또 다른 반박이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 <코스믹 게임>에서 스탄 그로프가 내새운 주장인데, "반쪽날개는 진화의 의미가 없다"며 진화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여기에 마이클 셔머의 답은 "굴절적응" 이다. 반쪽날개는 날기위한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체온 조절용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진화는 상식보다 훨씬 무작위적이고 우연적이다. 날개는 날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을 하다 보니 날게 된 것 뿐이다. (하지만, 스탄 그로프가 말한 '수컷공작의 화려한 꼬리' 사례는 답이 없다. 성선택이론대로라면 암컷 공작은 그로프가 비꼰 대로 미의식을 가져야 한다.) 사실 셔머의 지적대로 지적설계론은 부정적인 증거로 논증을 한다. 과학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창조한 것이다. 사막의 시계가 저절로 생겼을리 없다. 등등. 하지만, 알 수 없다고 해서 바로 지적설계로 가야 할 당위성은 없고 사막의 시계는 대수의 법칙처럼 어마무시한 우주의 광대함의 결과이다. 만약 원숭이에게 에러를 제거할 수 있는 툴을 가진 타자기로 타자를 치게하면 언젠가는 원숭이는 햄릿을 칠 것이다. 자연은 자연선택을 통해 에러를 스스로 솎아낸다. 진화론과 종교간의 갈등에 대해 셔머는 대놓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종교와 과학을 완전히 분리하는 대안을 차선으로 지지하지 않나 싶다. 셔머에게 최선은 물론 종교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겠지만. 진화론과 지적설계론 관련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어도 초심자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ps.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초반에 등장하는데, 칼 세이건도 강조하는 것이 과학이 민주적인 열린 시스템이라는 거다. 뭐 틀린 말은 물론 아니지만 이것도 역시 이상론적인 측면이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과 세계를 해석하고 싶어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고싶어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신일 수도 있고 셔머에게 그게 과학인 것이다(책의 마지막 문단: 다윈이 왜 중요하냐면 진화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과학이야말로 우리시대의 뛰어난 이야기, 곧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서사적 모험담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험담은 자신의 정체성과 단단히 붙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셔머의 '과학적인' 모험담을 공격한다면 셔머가 '비과학적으로' 화낼 것이라고 나는 충분히 예상한다. 이렇게 민주적인 시스템의 구성원인 과학자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데이비드 H.프리드먼) 참고 


ps2 그로프의 수컷 공작 꼬리 답변에는 <개미와 공작>이 있다. 다음 독서목록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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