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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로 가는 길 - 신화에게 길을 묻다
조지프 캠벨 지음, 노혜숙 옮김, 한성자 감수 / 아니마 / 2020년 9월
평점 :
"신은 죽었다"고 쿨한 척을 해도 인간에게는 환타지나 신비,초월을 원하는 본성이 있는거 아닐까? 내가 태어난원인이 정자와 난자의 결합때문이 아니라 운명이기를, 사랑이 단순한 호르몬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인연이기를 바라는게 인간의 본심 아닐까? 신화학자 캠벨은 "세상의 신비감과 그 영원한 형상들을 일상 생활의 의식으로 가져온 사람"으로 칭송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토마스 만과 프로이트, 융, 매슬로우 등 인류학자와 심리학자들을 인용하며 인간의 내면과 의식, 죽음과 초월 등을 신화와 그의 자전적 이야기들과 연결시키며 설명하고 있다. 전에 출판된 <신화와 인생>의 약식본 같은 느낌으로 <신화와 인생>이 어필했다면 이 책 역시 마음에 들 것이다. 주 내용은 <신화와 인생>에서도 말했던 영웅신화의 구조와 캠벨 특유의 인생론이다. 그 외에도 융심리학 이나 프로이트 등을 인용한 작지한 알찬 지혜들이 실려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매슬로우의 욕망가설이 "블리스"(캠벨 담론의 핵심용어다)가 없는 지루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이다. 캠벨도 이게 "낭만적이고 어리석게" 보일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가치관은 정말로 실패한 삶은 블리스, 살아있다는 희열이 없는 삶이라는 거다. 영웅은 어느날 부름을 받고 어둠의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 곳에 길은 없다. 만약 길이 있다면 그건 다른 사람의 길이다. 영웅이 할일은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멕시코 저항군 사파티스타를 이끄는 마르코스에게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자네 잘못은 길을 찾으려고 했다는 거네. 자네는 칼로 나무들을 헤치며 길을 만들었어야 했네"(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부름을 받고 여행을 떠난 영웅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더욱 지난한 것은 영웅이 애써 모험에서 얻은 전리품을 가지고 와도, 기존의 세상은 그 선물을 팽개친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새로운 수평선은 끊임없이 떠오르고 우리는 질문을 받게 된다. 과연 모험에 뛰어들 것인가?
"블리스"라는 개념 자체는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혹시 캠벨은 자의식 강한 청년들을 사회의 부적응자로 만드는 것 아닐까? 그 희열, 살아있다는 느낌, 현전한다는 느낌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어쨌든 캠벨의 전제는 우리모두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잠재력을 실현시켜 자신만의 신화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라는 것이다. 특히 융심리학을 많이 인용한다. "집단무의식"을 말하는 만큼 신화와의 연결점은 프로이트보다 많을 것이다. 신뢰성 여부를 떠나서 읽고 나면 묘하게 힐링이 된다. 비루한 현실에 신화만한 특효약이 또 있으랴. 개인적으로는 30대 초중반 직장생활에 학을 떼다 <신화와 인생>을 읽고 탈출한 적이 있다. 그 후로 2년 정도 도서관 출입 등 딴짓으로만 일관하다가 다시 직장생활을 재개했다. 사실 캠벨은 블리스를 찾아 떠나면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는 씨크릿 류의 분위기도 살짝 풍긴다.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캠밸의 말은 진실인가? 나의 신화는 무엇일까?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은 다시 캠벨의 말이 진실인지 실험해보라고 부추기는 건가? 2014년 출간된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의 개정판이니 오해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