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교과서 - 당신이 몰랐던 진짜 철학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김윤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과연 철학이 죽음이라는 부조리, 혹은 불행이라는 부조리를 견디게 해 주는 대안이 될 것인가. 보통 철학입문서는 철학이 일상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철학적 재능은 소수의 것이며 철학적이라는 게 "통찰력이 있다", 혹은 "교양이 있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며 허들을 높여 버린다. 저자가 마주하는 세계는 죽음과 불행이라는 커다란 부조리이며 철학의 유용성은 이런 부조리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천착은 이 저자의 메인테마인데-일곱살 때 부터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니 할말 없다- 이 책은 결국 저자만의 철학관을 서술한 책이다. 아마 철학이란 학문은 물리학이나 화학과는 달리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이 맞물려 있는 것 같다. 다른 학문이었으면 출발점이었을 "00은 무엇인가?"가 철학에서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철학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순간 그 사람만의 철학이 완성되는 것이다. 저자에게 철학은 보편적 물음-어떻게 살것인가가 아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을 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온몸으로 회의하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철학은 반사회적이고 병적이며 무용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회의를 끝까지 몰아붙일 때 세계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삶에 대한, 삶의 부조리에 대한 감수성이 바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정밀한 언어로 치밀한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 철학의 이미지이고 저자도 그걸 강조하지만 결론은 지극히 감성적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철학이란 "자기 인생에 대한 자기 고유의 절절한 느낌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거기에 보편성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확한 언어로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는 행위"이며 "상대방 개인의 실제적 감각에 호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책의 중간에 저자가 선수행은 인정하지만 그게 이해는 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서술한 부분이 있는데 저자의 결론 역시 선수행 비스끄리 하게 나가는 거 아닌가 싶다. (물론 스토아 철학이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저자가 선수행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누군가는 저자의 철학관과 감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그럼 죽음에 대한 감수성도 없고, 당장 내일 취업과 결혼이 문제인 사람에게 철학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입문서가 보통 친근감을 주는 것에 비하여 이 책은 오히려 허들을 높여버린다. 철학이라는 거, 결국에 나의 일상과 무관한 거 아냐?   저자도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자신의 결점을 키워나가라"는 대목을 추가한다. 아마,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이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끝까지 추적하고 음미하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주시하고 음미하는 것이다. 거기에 왜라는 물음까지 추가된다면 영락없이 철학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일본 출판연도가 1994년인데 그래도 동시대, 같은 문화권의 철학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철학책을 읽는 법, 철학으로 먹고 살기의 현황, 동양인의 입장에서 서양의 철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등등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팁을 말해준다. 인생론을 곧잘 쓰는 작가 답게 내용과 어조가 학술적이지는 않아서 읽는데 부담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읽고 나서 철학은 과연 나와 무관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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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1-08-2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카지마 요시미치에게 철학의 재능이란 오히려 감성적인 성격을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