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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ㅣ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
에드워드 크레이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보부와르와 사르트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천국에서 지옥까지"에는 철학교사가 직업선호 1위로 나오지만 지금 철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젓지 않을까. 철학은 과연 무용할까?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우리가 따르는 가치관이 우리의 행동을, 나아가 우리의 현실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철학은 과연 나와는 상관없는 딴나라 이야기일까? 저자는 우리 모두 어느정도는 철학자이고, 철학으로 들어갈 수 있는 면허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저자가 바라보는 인간은 각자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철학적인 물음이 도출되는데 "나는 누구인가?(존재란 무엇인가?)"(세계상과 관련된 질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치관과 관련된 질문)", 이 명제를 연결시키는 "나는 어떻게 아는가?"이다. 철학은 이러한 질문들의 콤비네이션이고 변주라는 것이 저자가 바라보는 철학의 정의이다. 사유에 반대하는 불교의 선수행조차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라고 하면서 저자는 인간이 세계관과 세계상을 버릴 수 없음을 강조한다. 또 저자는 철학이 "구원의 방편"이며 "절박한 동기나 절실한 믿음"에서 생겨났다고 낭만적으로 서술한다. 고리타분하고 꾀죄죄한 지금의 철학이미지와는 반대로 철학은 문명의 행로를 바꾸기 위한 ,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모험이다. (철학에 관심있는 분은 이 대목에서 짠할 듯.) 사실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철학이란게 대체 무엇인지? 하는 질문에 한번쯤은 머리를 긁적였을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 정석 집합론에서 더 나가지 못한 것처럼 지금도 철학의 정의가 아리송하다.) 거기 비추어 저자는 철학을 넓게 정의하는 것이 좁게 정의하는 것보다 덜 해롭다고 하며 이런 열등생들을 안심시킨다. 철학의 외연과 의미자체가 시대를 거치면서 변해왔고, 동시대인에게 철학이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앞의 세가지 물음의 샘플로 삼을 수 있는 세권의 책(소크라테스, 흄, 나가세나)을 소개하며 사유하는 예를 보여준다. 때문에 이 책을 정확히 읽으려면 앞의 참고도서를 읽어야 한다. 저자는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같이 독자와 사유하기를 원한다. 이후는 철학의 주요 용어나 래퍼런스들을 조금씩 소개하고,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자들을 조금씩 소개한다. 철학입문서를 읽을 때 난점은 입문서에서는 결국 다른 철학자들을 소개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단순한 요약정리이면 금방 질리게 된다는 것이다.(이걸 내가 왜 대체 알아야 하지?) 저자도 다른 철학자들을 요약하고 있지만, 크게 지루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어조가 무난하고 상식적이라 가독성이 좋다. 제기하는 이슈들이 결국 우리 삶과 관계가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철학입문서만 해도 오거서가 넘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short introduction" 이지만 철학의 첫출발로 삼고싶은 사람에게 적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