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사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
로버트 C. 앨런 지음, 이강국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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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재미없다는 게 일반적인 이미지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경제사는 사회과학의 여왕이다. 경제사의 근본적인 질문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이다. 이 책은 그 원인을 시간적, 공간적 틀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두께는 얇지만 역자 후기에 쓴 것처럼 방대한 내용을 몇시간 짜리 다큐멘터리로 압축해 놓은 듯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많은 학술적 백데이터가 숨어 있는 것이다. 장점은 관심있는 입문자에게는 하나의 아웃라인을 보여주는 지침서가 될 수 있지만, 이 책의 주제에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지루하다.) 저자가 간간히 늘어놓은 도표는 무관심한 입문자에게는 오히려 난삽하게 보인다. 입문자라고 표현했지만 완전 생짜는 입문자조차,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조차 없다.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과 문제의식이 있어야 입문자라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저자가 기존의 학설에 배치되는 주장을 편다면 거기에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기술했으면 더 선명하게 책의 내용이 다가왔을 성 싶다. 

책의 내용은 대략 15 세기, 16세기 정도의 세계의 경제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때 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백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어떤 연구방식으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는 차치하고, 왜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나고, 서구가 부유해졌는지, 아니면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했는지에 대해 저자는 산업혁명 같은 특정 주제나 아메리카, 아프리카 같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 일단 부를 축적한 나라의 특징은 산업화, 도시화에 성공한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을까? 저자는 의외로 잉글랜드의 고임금경제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쉽게 말해서 비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본가는 기술을 발전시킬 유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과 자본이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으로 연결되며 선순환 경제를 이루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반면 아프리카나 인도같은 저임금 경제에서는 그런 유인이 없었기 때문에 기술이 정체되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꼽은 또다른 이유는 세계화다. 솔직히 나는 5,6백년 전부터 세계 교류가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활발했다는 것이 경이롭다. 저자의 이론은 고등학교 정치 경제 시간에 흔히 배우는 “비교우위 이론” 인데 산업화를 먼저 이룬 서구가 그렇지 못한 국가들을 무역을 통해 탈산업화, 즉 산업화의 씨았을 밟아버리며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제국주의도 빠지지 않는다. 나는 포르투갈하면 호날두가 떠오르는데, 지금의 서구의 복지사회는 사실 다른 이들의 피로 기초를 닦은 것은 혹시 아닐까? 상업과 제조업의 발달은 식자층의 수요를 급증시켰고, 서구는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부를 축적한 서구의 또다른 공통점은 관세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했으며 철도나 교통기관의 확충을 통해 국가 내부에서도 물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육제도를 발전시켜 산업예비군을 양산해내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발전이 시장논리가 아니라 인위적인 정부의 개입아래에서 발전했다는 의미로, 저발전 국가는 이런 개입에 실패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도 일정 정도 이런 전략을 채택하여 추격 전략을 폈지만, 각각의 지리적 위치나 개별적 상황에 의해 서구같은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저자의 마지막 관심은 한국, 대만 일본 같은 국가들이 서구를 추격한과정이다. 저자는 “빅 푸시”라고 표현하는데, 거칠게 표현하면 박정희 정권이나 지금 중국 공산당의 “밀어붙이기”, “하면 된다”같은 이미지다. 시장 논리가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회구조와 경제구조를 강제적으로 뜯어 고친다. “빅 푸쉬”전략은 후진국들에게 빛을 안겨준 유용한 전략이었을까? 난 약간 낯선느낌도 드는데 박정희 정권은 결국 군부 독재였기 때문이다. 

 이 책이 “로쟈와 함께하는 강제독서” 에 선정되는 바람에 읽게 되었는데 문외한인 나로서는 마치 딱딱한 빵을 씹는 것 같다.(결국 두번을 읽지 못했다)  비전공자가 이런 책을 읽는 다면 결국 이런 경제사가 지금 여기의 현실을 설명해준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만약 반복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실은 매일 매일 새로운 상황이고, 예를 들어 19세기 멕시코의 저발전은 19세기의 멕시코의 상황에만 들어맞는 것이고, 그 상황은 우주가 끝날 때 까지 반복되지 않는다면? 이 책의 유용성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어쨌든 이 정도 두께의 책은 낮은 산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한 번 도전을 권한다. 충고하자면 인내심이 약간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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