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교본을 숙지하는 것과 직접 물에 들어가보는 것은 틀리다. 대체로 수영교본을 숙지하는 것보다는 물에 들어가 개헤엄이라도 쳐 보는 것을 권장할 것이다. 하지만, 개헤엄도 어느정도 치고 나면 내가 제대로 헤엄을 치고 있는 건지, 남들은 어떻게 헤엄을 치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책읽기도 마찬가지여서 처음에는 제멋에 혼자 신나 책을 읽어제끼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책
벌레"들이 어떻게 책을 읽는지 기웃거리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는 양질전환의 법칙 같은게 적용이 되어서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면 자기가 읽은 책에 관해 나불거리고싶은 욕망도 생긴다. 책벌레들이 쓴 책읽기에 관한 책이 넘쳐나는 요즘은 축복받은 세상이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의 주인인 윤성근이 쓴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는 초보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부터 시작해서, 읽는 방법 ,책과 처음 만나는 방법 책읽는 습관 등 독서가들이 관심있을 만한 디테일들에 관해 자신의 예를 들고 있다.
책이 얇고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어디 책을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는 사람들부터 이제 막 입덕한 사람들까지 편하게 읽어볼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가진 궁금증은 다음과 같다.
1. 어떻게 읽은 책을 정리할 것인지?(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책에 밑줄을 그어야 하는 것인지?)
2.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책을 읽을 것인지?(저자만의 독서비법이 있는지?)
저자의 답:
1. 헌책방주인답게 저자는 책에 밑줄을 긋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재독시 감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신 점착메모지와 에버노트 활용법을 소개한다. 나도 금방 실전투입 가능한 기술이다.
2. 영상매체를 일단 멀리한다. 책읽기도 바리스타가 커피맛 감별하는 것처럼 독서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외출시에는 잡지를 읽거나 여러가지 교차독서를 하면서 읽는다. 변신을 읽으면서 카프카 평전을 읽는 식이다. 저자는 문사철 독서법이라는 것을 소개하는데 하나의 주제에 관해 문학, 역사, 철학의 측면으로 읽는 것이다. 단순히 책의 내용만 파악하는 것이 독서의 전부가 아니다. 그책이 다른책이나 다른 사상, 저자와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책의 그물망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피에르 바야르의 주장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마쓰오까 세이고처럼 책의 지도를 만드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책 속에 관련된 다른 여러책을 링크걸듯 소개하고 있는데 한 번 클릭해 볼만하다. 저자만의 속독술도 소개하고 있는데 나름 비법이다.
재미있게도 윤성근의 독서방식은 서평쓰는 방법과 연결된다. 서평쓰기를 강의한 책은 의외로 적은데 이원석의 <서평쓰는 법>은 간결하게 서평의 본질을 "요약과 비평"으로 압축한다. 이 책 역
시 얇고 쉬운 문장으로 부담없이 읽어 볼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비평을 비교를 통해 값을 매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책 내부의 논리적 정합성도 따져야 하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맥락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평가할 때 그 책이 지니고 있는 다른 책과 시대의 관계 등으로 책의 위치를 정해주어야 한다. 즉 좋은 서평가는 선행학습이 많은 서평가이다. 아마 이런 비평은 윤성근의 교차독서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 외의 비평의 요소는 번역, 제목,문체, 지식과 논리, 목차 등이 있다. 저자는 실례를 인용하면서 각각의 요소를 설명한다.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점은? 서평은 감정이 주를 이루는 독후감과 달리 논리와 체계가 바탕이 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로자 이현우는 서평가는 게이트키퍼라는 표현을 쓰는데 저자도 서평가에게는 자신의 돈과 비용으로 악서를 읽고 그걸 읽지 말라고 권하는 희생정신이 있다고 말한다.책을 읽고 나서 이제는 좀 재잘거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PS 기시마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를 호되게 비판하는 서평이 나온다. 아마 이원석의 전공이 그 쪽이지 싶다. 아들러가 심리학의 3대 우두머리 중 한명이라는 서술에 대한 비판인데, 재밌게도 로쟈 이현우의 <책에 빠져죽지 않기> "미움받을 용기" 서평에서는 해당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소개하고 있다. 이원석의 주장이 맞다면 책읽기의 달인인 로쟈의 실수를 보는 것 같아 음침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게 말로만 듣던 샤덴프로이데 뭐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