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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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다시 차가워지고 있다. 이제 물에서 나와 뭍으로 가야 할 때인지 다시 마음이 혼란스럽다. 새삼스레 아프로헤어 아즘마 생각이 난다. 아프로헤어 아즘마가 남들이 목매는 아사히신문사를 왜 그만 뒀느냐고? 저자에겐 이게 가장 큰 노후대비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회사의 본질을 두 개로 정의한다. “돈”과 “인사”.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필요한 것을 시장에서 돈으로 사서 메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숨쉴 공기가 부족한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인사.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길 두려워하는 것은-고미숙씨의 말을 빌리면- 삶의 현장을 확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새 1인가구가 회사를 안 다니면 생사확인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회사를 통해 해결한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월급은 언제나 적고 승진은 항상 아는 놈이 먼저 한다. 저자는 그나마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된 정규직 생활에 나름 풍족한 소비생활을 하다 마흔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젠가는 회사에서 나갈 테고 그땐 어떡하지?  저자가 택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먼저 돈. 자신의 욕망을 줄이고 돈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 것 . 궁색이 아니다. 욕망은 제어될 수 없다. 하나의 욕망이 다른 욕망을 제압할 수 는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의 쾌감을 제압하는 다른 쾌감은 자신이 무엇인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독립심이다. 또한 지금껏 무심히 혹은 귀찮게 여기며 지나쳤던 사소한 순간들을 음미하는 쾌감이다. 물론 심하기는 하다. 냉장고, 선풍기 없이 사는 게 지금 가능한가. 히라카와 가쓰미는 지금껏 인류가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며 자유를 확보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1시간만에 제주도에 갈 수 있고, 지금 여기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통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오히려 “할 수 없는 것”에서 자유를 찾는다. 겨울에 난방이 되질 않아서 화로를 껴안고 있는 자신에게서 재미를 느끼고 밤에 전깃불을 켜지 않는 대신 벌레소리를 들으면 풍류를 느낀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무엇의 가치는 그것을 얻기위해 투입한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저자에게는 이제 이틀에 한번 가는 목욕탕도 큰 오락거리이다.    
 다음으로 인사. 회사사회는 결국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는 사회라고 저자는 말한다. 때문에 저자에게 필요한 것은 “연대”의 윤리다. 저자에게 일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수단이다. "백수론"을 강조하는 고미숙씨는 "내발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마 어떻게 읽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애기 같기도 하다. 나는 이 말을 돈이 되지 않아도 자기 내부의 이니셔티브를 따라라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반면 <바보의 벽>의 요로 다케시는 일이란 세상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좋아하는 일만 하라면 자기는 해부학은 때려치고 곤충수집만 하겠다는 거다. 이런 태도에는 고미숙씨의 "내발성"이 아니라 타인의 필요라는 요소가 있다. 저자는 일이란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삶의 정의가 각자 다르겠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가정 현실적으로 봤을 때 삶이란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타인과 어떻게 관계맺느냐인 것 같다. 그리고, 권력구조로 점철된 회사를 나온 저자에게 타인은 자신의 목적을 만족시킬 수단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개체이다.   
 더불어 저자는 자신의 순간을 소중히 했다. 이냥저냥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며 월급루팡을 하는 것 보다 좀 더 밀도 있는 삶의 순간을 보내길 원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자부심과 당당함을 가지기도 쉽지 않은 것 아닐까. 저자의 충고는 이거다.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체력을 길러라.”
  50대의 여성이 이렇게 활기발랄 귀염모드 일 줄이야. 거기다 아프로 헤어까지! 어쨌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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