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먼바다의 라라니 ㅣ 미래주니어노블 9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평점 :
먼바다의 라라니/ 에린 엔트라다 켈리/ 밝은미래/ 2021
자신에 대한 믿음
모처럼 판타지 소설에 빠져들었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숲의 정령들이 등장하고 이름들이 생소한 정령이 많이 등장한다. 하나씩 등장하는 그런 정령들과 함께 책 속 여행을 하다 보니 400여 페이지의 책이 금방 읽힌다. 판타지가 주는 매력이 이렇게나 크다.
저자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두 번의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다. 『안녕, 우주』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로 두 번째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이번 『먼바다의 라라니』는 필리핀 신화와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평범한 한 소녀의 모험 판타지 세게를 펼쳐냈다. 작품으로 『검은 새의 비행』, 『잊혀진 소녀들의 땅』, 『너부터 먼저 해』, 『어쩌면 아마도 마리솔 레이니』 등이 있다.
“로 유지네 슬레이트 지붕 위로 푸르스름한 달빛이 드리워져 있고, 방 구석구석 빛벌레들을 잡아넣은 유리병들이 별처럼 빛났어. 로 유지는 흔들의자를 앞으로 기울여 청중들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그들의 표정을 살폈어. 청중이래야 라라니와 라라니의 단짝 베이다. 그리고 베이다의 남동생 헤츠비, 이렇게 달랑 셋뿐이었지만 말이야.” (15~16쪽)
세 아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판타지 소설은 결국 세 아이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지만, 아이이기에 할 수 있고 가능한 일도 있다는 걸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셈이다. 욕심과 사리사욕에 눈 먼 어른은 절대 할 수도 나설 수도 없는 일을 열두 살 소녀의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때로는 삶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 그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면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보렴. 난 괜찮을 거야. 난 살아남을 거야. 그러면 진짜 그렇게 돼. 지금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야.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믿는 건 거짓말하는 게 아니거든. 너희들은 괜찮을 거야. 우리 모두 살아 남을 거야.
지금 라라니가 하려는 것도 바로 그거였어. 자기 자신을 믿는 것.” (105쪽)
뭔가를 하기 위해서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도 도움을 줄 일도 많다. 그런 과정에서 외부 사람을 만나 어떤 거래를 하게 될 경우, 자신 외에 믿을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부부나 형제자매간에도 등 돌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기 자신을 믿는 거. 이게 최선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 둬야 한다.
“어째서 내 이웃은 나보다 더 멋진 걸 갖고 있지? 나보다 나은 게 쥐뿔도 없으면서? 딸기 한 바구니를 따느라 하루 반나절을 허비할 이유가 뭐야? 이미 딸기가 가득 든 바구니들이 있는데 물론 그게 남의 딸기라는 걸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딸기가 그렇게나 소중하다면, 남에게 뺏기지 않게 잘 지켰어야지.
하지만 딸기 한 바구니로 만족할 도둑은 없어.” (125쪽)
“살아가는 동안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있는 삶을 택할 기회가 아주 많아. 누구나 처음은 어렵지. 하지만 한번 기회를 잡고 나면 두 번째부터는 좀 더 쉬워지지.” 테이팅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어. “하지만, 헤츠비, 넌 겁쟁이가 아니야. 이건 확실해.” (372~373쪽)
자신의 것을 잘 지키는 것도 큰일이다. 투자에 비유하면 투자를 해서 많이 벌어들이는 일도 중요만 잘못 투자해 큰 손실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가진 것을 잘 지켜내고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도 하고, 선택의 상황에서 잘못 선택하는 우를 범해 처음으로 되돌아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두 번째는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된다. 본문에 헤비츠의 선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두려움 때문이었는데 이 선택이 자신에게 후회와 아픔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테이팅의 말 한마디로 간단하게 다음 기회를 잡게 된다. 용기 있는 도전.
페이 디와타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지.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고결한 마음에게 상을 내려. 페이 디와타가 네 마음을 들여다봤을 때 그런 고결함이 보이지 않으면, 너는 죽게 될 거야. 너 죽고 싶으냐? (422쪽)
“‘새소리는…… 삶의 만복을 가져다준단다.’ 페이 디와타가 말했어” (425쪽)
결국 12살 소녀가 해냈다. 새와 오사바나를 가득 싣고 산라기타로 돌아왔다. 페이 디와타에게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라라니, 세 아이, 라라니와 베이다, 헤비츠는 다시 만났고, 사경을 헤매던 라라니의 엄마도 병을 털고 일어났다. 아이의 힘과 용기, 희망을 이 소설 장면장면에서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허니에듀카페와 밝은미래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