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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모자와 신발 ㅣ 아침마중 동시문학
문삼석 지음, 김천정 그림 / 아침마중 / 2016년 11월
평점 :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와 동심
우리들의 모자와 신발, 문삼석, 아침마중, 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그 동안 『산골 물』, 『우산 속』, 『그냥』 등 많은 책을 펴냈고,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 카톨릭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번 동시집은 그 동안에 펴낸 동시집과 조금 다른 깊이와 여유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쉬지 않고 조금씩
크고 있단다.
- p107 「크는 나무」의 일부분
아침마중에서 나온 동시집 『우리들의 모자와 신발』을 읽다보면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계실 저자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그려진다. 위의 시, 일부분처럼 쉬지 않고 조금씩 크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른 나무라고해서 성장을 멈춘 것은 아니듯이 더 깊이 있는 글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는 게 느껴진다.
전화를 받던 엄마가
나를 보며 웃습니다.
그거 할머니 전화지?
- 응!
나 아픈 데 없냐고 했지?
응!
나 밥 잘 먹느냐고 했지?
응!
나 보고 싶다고 했지?
- 응
안 받아도 할머니 전화,
나는 다 압니다.
- p34 「할머니 전화」 전문
슬며시 웃음이 난다. 누구라도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손자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일상에서 종종 보는 풍경이 아닐까? 저자의 손자 사랑이 묻어난다.
가끔, 아주 가끔
허리 굽은 할머니가 문 열고 나와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는 집.
- p50 「그 집」 일부분
지금 한국을 일컬어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핵가족을 넘어서서 일인 가구가 차지하나는 비중이 높다. 이런 현실이 농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적용되다 보니 혼자 사는 혹은 나이 드신 부부만 사는 가구에서는 표현하지 않아도 자식들을 언제나처럼 기다린다. 찬바람 부는 다리에 나와 서서, 골목 입구에서 어디라도 온다는 연락이 없어도 습관처럼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동시를 많이 읽자! 건강한 동심은 서로 어울려 사는 데서 더 많이 생긴다. 기다리는 부모는 자식들, 손자들 봐서 좋고 손자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산 경험을 배워서 좋다.
어우렁 더우렁, 망치질 소리, 하마 귀, 하마 코, 이건 못할 걸! 등 서정적인 동시와 재미있고 깜찍한 동시가 많이 있다.
산 경험을 할 시간적인 여유나 여건이 부족하다면 서점으로 가 보자. 『우리들의 모자와 신발』과 같은 동시들이 서점 책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자와 신발이 왜 우리들 머리에, 발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