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별

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이 책은 작가가 직접 현직에 있는 분이라 더 특별한 책인 듯 하다.

경찰관이 경찰을 소재한 책인만큼 아주 가까운 데서 관찰하고 썼으나 반대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픈 부분을 굳이 꺼내야 하니까 말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 경우는 있다. 부럽다~ 하는 생각도 들고 처음과 같이 항상 같은 마음으로 잘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는데 중간에 어떠한 이유로 이별을 하게 되면 그만큼 마음 아픈 일도 없다.

 

이 책에서 진수와 수경이 운명적인 만남이라 하는데...

그 부분은 크게 운명적인지 잘 모르겠고 담뱃가게에 담배 사러 들어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 쳐다보는 건 여삿일이 아닐까?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일이나 소방일 같은 직종이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이런 것과 거리가 멀고 좀 위험직이다 보니 늘 가족들 마음이 불안하고 본인들은 본인들대로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그런 건 어쩔 수 없다.

 

책에서도 언급해는데 큰 아이 지운이가 태어날 때 급하게 사건 때문에 뛰어 가야 하고 결국 아이가 태어날 때 옆에 있어주지도 못한 남편이 되었다. 그런대도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주는 아내 수경과 이쁜 아들, 딸이 있어서 힘들지만 아빠의 자리를 잘 지켜가고 있었다.

그런데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꼭 시샘하는 게 있다. 결국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린 날도 수진의 재롱잔치가 있는 날이었다. 한 다발의 꽃을 사서 아이가 한껏 뽐낼 재롱잔치에 얼마나 기대가 컸든지... 딸이라면 끔찍이도 귀해 여기는 아빠로써 죽어가면서도 전해주지 못한 꽃다발 때문에 마음 아파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가장을 잃고 몸부림치던 아내와 오지 않는 아빠를 고집스럽게 기다리는 아들...

그리고 주변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가슴아픈 눈물.

영안실에 가면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그 주검이 천수를 누린 자연사가 아닌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로 얼룩지게 되어 있다. 이 책에 주인공 아빠 역시도 범인의 칼에 온몸이 난자당한 만큼 끔찍하면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바로 며칠전에도 검문하던 해양경찰이 중국어선을 검문하던 과정에서 그들이 휘두른 삽에 바다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의 민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건 반대로 우리 역시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별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별...

많은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편안한 길을 떠날 수 있도록 이별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