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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램의 희망
이상묵 랜덤하우스
세상 돌아가는 일하고는 거리가 멀어 그런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누군지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아니라서라는 변명을 하기에도 궁색하기만 하다. 내 시야가 그만큼 좁았다는 것이고 이상묵교수에 비해 멀쩡한 사지를 가지고 불평이 심한 것에 대해서 나 탓이 아닌 남탓이 앞선 게 아닌가 반성도 하게 한다. 그만큼 이상묵 교수는 기적에 가까운 삶을 살고 계신 것이고 제목만큼 0.1그램의 희망이 모여 1그램, 10그램, 100그램...
더 큰 단위의 수로 불어갔으면 좋겠다.
세계의 언론에서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워 지는 이상묵 교수는 2006년 여름까지는 정상인이었다. 한국에서 해양연구원으로 온 세계의 바다를 누비다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어 미국에 야외지질조사를 갔다가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같이 동행했던 서울대 여학생 한 명은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갔고 이상묵교수님은 지금 목아래로는 전혀 감각이 없는 마비상태로 훨체어가 없으면 안 되는 삶을 살고 계신다. 그러나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고 계신다. 6개월만에 강단에 다시 돌아올 정도의 정신력이 놀랍다. 서울대학교 교수의 사고라는 것으로도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의지로 6개월만에 다시 강단에 섰다는 점은 거의 불가사의할 정도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몇 년이 걸려도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할텐데...
물론 이상묵교수가 강단에 서기까지 직접 밝혔듯이 미국이란 나라의 잘 짜여진 의료체계나 기술도 한 몫을 했지만 더 좋았던 것은 IT기술이었다고 한다. 현재 강의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가 음성인식이 되기도 하고 입으로 마우스를 조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강의가 가능하다. 또한 수강생이 대학원생이라 필기가 거의 필요없다는 것도 강의를 가능케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자카르타에서 살다 온 덕에 개방적이고 한국에서 어려워하는 영어를 현지에서 배워 왔으니 다른 분들 보다 조금 다른 이력으로 출발을 한 셈이다. 하지만 정말 서울대교수가 아니고 일반인이었다면 조용히 묻히거나 신문에 한귀퉁이에 단신으로 실릴 사건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신이 서 있는 현재 위치가 앞으로 미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하는 걸 모든 사람들이 깨달으면 좋을텐데...
이상묵교수가 사고 후 다시 세상과 만나는 법을 새로 익히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걸 보면 정말 인간승리다. 30분마다 휠체어에서 위치를 바꾸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감각이 없더라도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하지만 그 정신력과 재능으로 강의를 계속하시는 한 한국의 해양학은 크게 발전할 것 같다. 머리가 아닌 온 몸으로, 가슴으로 가르치시기에 강의 듣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상묵교수의 희망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 전세계로 퍼졌으면 한다. 그리고 교수님께 양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기적 같은 게 일어나길 바라는 개인적인 다른 희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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