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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와 루돌프 ㅣ 한림 고학년문고 9
사이토 히로시 글, 스기우라 한모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이 길어서 의아했던 책인데 막상 읽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가는 책이다. 빨간 표지에 검둥이 고양이 루돌프가 한껏 인상을 쓰고 있는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한밤중에 들리는 울음소리는 스트레스 최고로 받게까지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주택가에도 밤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많다보니 단잠에 들었다가 고양이 소리로 깨게 되는 날은 짜증이 몰려오곤 한다.
그런데 지금껏 내가 생각하던 고양이와는 전혀 다른 의리의 고양이 두 마리를 이 책에서 만난 것이다. 바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낯선 도시 도쿄로 발을 들여놓게 된 루돌프, 집고양이가 주인의 손에서 떨어져 스스로 먹이를 구하며 살아가야 했다. 물론 먼 길을 트럭을 타고 왔기 때문에 자신이 살던 고향이 어딘지도 모른다. 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고향이 되고 만 것이다. 입에는 빙어 한 마리 달랑 물고서...
이때 만난 고양이가 바로 “많이 있어”다. 물론 이름이 많다..라는 말을 루돌프는 진짜 이름이 “많이 있어”로 알아들어서 그때부터 이름이 “많이 있어”로 불리게 되긴 했다.
둘이서 도쿄를 누비며 집고양이에서 야생고양이로 살아가는 방법을 많이 있어 에게서 배운다. 많이 있어는 고양이긴 하지만 참 지조가 있다. 품위 있는 귀족고양이라고 할까? 비록 아무데서나 자고 하지만 글을 읽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고 막무가내로 여기저기 들락거리지 않고 약한 것들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은 의리의 고양이다.
루돌프를 위해 먹이를 같이 구하러 다니고 먹이 얻는 법을 가르치고 고향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고양이라고 함부로 볼게 아니구나 싶다. 미술선생 말처럼..
뒷부분에 루돌프를 위해 스테이크를 먹이고 싶어한 많이 있어서의 마음이 꼭 아이들 보살피는 부모 마음 같아서 짠했다. 좋은 거 먹이고 싶어 하고 좋은 것 주고 싶어하고 가르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거기에 답이라도 하듯 많이 있어서가 다치자 미술선생을 데려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옆에서 보살피는 루돌프의 마음...
더구나 겨우겨우 찾아온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많이 있어의 복수를 위해 무기한 뒤로 미뤘다. 데블을 아주 화끈하게 혼내주는 장면이 속을 후련하게 했다.
고양이들의 세계...
정말 글을 아는 고양이가 있다면, 대화가 통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상상만으로 참 재밌는 인간과 동물의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