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속에서 노닐다

어린이를 위한 우리나라 대표 그림 -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조정육 지음 / 대교출판 / 2005년 2월

 
어린이를 위한 우리나라 대표 그림

조정육


옛그림을 감상할 때는 현대그림을 감상할 때와 다르게 차분해지면서도 여유가 있어서 좋다. 아마도  수묵이 주는 안정감이나 자연이나 생활 생활이 소재가 되어서 우리에게 편안하게 다가와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대의 그림이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는 마치 미로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만큼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나름대로 표현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다 보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전하고자 하는 말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그림 (조정육 지음, 대교출판)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대표 그림을 모아 상세한 설명과 함께 돋보기식으로 좀 더 가까이서 그림을 잡아 보여주기도 하므로 생생한 옛그림을 즐길 수 있다. 특히나 이러한 대표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은 직접 보고 온 기억도 나서 훨씬 더 반갑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연구하기도 하지만 남아있는 유물을 통해 추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림들이 남아 있으므로해서 더 정확한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무덤에 그려진 고미술에서부터 우리나라 그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불교미술, 그리고 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 점점 더 다양해지는 기법이나 세분화된 자신만의 전문분야로 그림도 탈바꿈을 하게 된다. 꽃, 나비, 새, 인물, 매화...등등 자신만의 세계를 탄탄하게 다져가는 그림세계를 만나 볼 수 있다. 어떤 그림에선 전율이 흐르고 어떤 그림에선 힘이 넘치는 걸 볼 수 있고 어떤 데선 편안하고 온화한 오후 한 나절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특히나 표지 그림으로 나온 김득신의 (야묘도추)는 순간적인 상황을 잘 포착해서 해학적으로 잘 나타냈다. 멍석을 짜다 풀쩍 뛰어오르는 노인의 모습과 노인이 다칠세라 놀라 달려오는 부인의 모습, 병아리를 물고 가면서도 뒤를 한 번 돌아보는 고양이, 새끼가 고양이에게 물려가자 마당에서 꼬꼬댁거리는 암닭까지...
좋은 어린이책으로 선정이 된 책인데 이렇게 독자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띠기 때문에 좋은 책으로 선정된 듯 하다.
제 아무리 작가가 잘 쓰고, 잘 그린 책이라해도 찾는 이가 없으면 평가 받을 곳도 없기 때문이다.


옛그림 속에서 하루를 푹 빠져 놀다 나오니 산이 온통 점이고 높이 솟은 빌딩도 온통 먹물의 농담을 이용해 편안한 도시로 바꿔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