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와 소름마법사 1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여름이라 그런지 극장가엔 공포물이  슬슬 등장했다. 워낙 공포물을 싫어하는지라 극장에 안  간지 한참 됐다. 그런데 영화와는 다르게 오돌오돌 떨면서도 보는 게 추리소설이다. 읽고 나면 머릿속에 맴맴도는 소름 돋는 이야기지만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 또한 대단하다.

 

에코와 소름마법사...소름...이라해서 엄청 무서운가보다...했다. 하지만 여기서의 소름은 보름을 뜻하는 거라 무서울 때 돋는 소름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전혀 무섭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에 가슴에서 뜨거운 심장 보단 차가운 철과같은 심장을 가진 아이스핀이 꾸미는 일은 충분히 소름 돋게 할만 하다.

 

주인이 죽자 여기저기 떠돌이  신세가 된 에코..코양이는 거의 탈진 상태에서 아이스핀을 만나는데 둘은 서로 거래를 한다. 아이스핀은 에코를 한 달간 모든 것을 다 제공해주고 그 댓가로 에코는 아이스핀에게 자신의 지방을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는다. 지방을 제공하는 게 단순히 주사기로 지방을 빼내는 것이 아니라 죽인 다음에 체취하는 것이라 한 달을 기다리는 동안 에코에게는 하루하루가  공포의 연속이다. 물론 아이스핀은 에코에게 온갖 종류의 요리를 준비해서 바치는가 하면 가끔은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아이스핀이 알고 있는 연금술을 에코에게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머리 좋은 에코는 그대로 받아들여 둘의 관계는 원만하게 흘러 간다.

 

아이스핀의 성에는 알 수 없는 곳이 많이 존재한다.

에코가 좋아하는 지붕으로 덮인 지붕.. 그 위에 있는 호수 ..지붕으로 올라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가죽쥐들의 거처... 그리고 지하실, 백설마녀나 유령... 고통의 초...

이러한 것들이 마치 놀이공원에서 어쩌다 찾는 유령의 집을 연상하게 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어쩌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구석으로 내모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스핀이 한 눈에 반했던 사람과의 결혼 약속이 그를 떠보기 위한 약혼자의 마음 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군에 지원을 해버린다. 그곳에서 사고로 처참하게 변해버린 아이스핀의 그 후 생활은 이렇게 마법에 묻혀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지하세계의 왕처럼 군림한다.

 

살아는 있지만 밝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움직이긴 하지만 어딘가 둔한 모습을 자아낸다. 에코와 아이스핀의 기가 막힌 동거가 한 달간 지속되는 데 그 과정에서 연금술이나 에코가 만난 소름마녀에게서 듣는 소름술은 신비스럽다. 마치 내 스스로가 직접 그 과정에 끼어들어 실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표현이 상세해서 실제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자누엘은 소름마법사를 사모하는데 소름마법사 아이스핀은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에코와 이자누엘이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 한 눈에 반할 만한 약초를 만들어 낸다.

아이스핀이 이자누엘을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하게 할만한 약초...

물론 실패로 돌아갔다.

아이스핀은 철저한 사람이었다.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서 자신에게 마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처방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핀과 이자누엘의 관계

아이스핀과 에코의 관계

아이스핀과 백설마녀의 관계

 

이 세 가지 관계로 인해 아이스핀은 슬레트바야에서 명성을 날리며 살기도 했지만 반대로 이름조차 까마득하게 잊혀져버린 사람이 되기도 했다. 스스로가 쌓은 성에서 스스로 파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혼자만의 세계..

물론 사랑이 뒷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가 사랑한 여인...

그 여인을 죽음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죽은 이를 위해 만찬을 준비하고 죽은 자의 시신을 보관해두고 갖가지 실험으로 되살리려고 하는 자세는 사랑에서 기인하는 거라 하겠으나 그 집착이나 방법 등이 이룰 수 없는 것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아이스핀 또한 시대가 만들어 낸 또 한 사람의 부자유한 인간상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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