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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 여행 ㅣ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대하니까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 있다.
대학교 1학년, 갓 입학한 신입생을 향해 선배들은 동아리 선전을 열심히 했다. 어디에 가입해야 하나...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눈에 들어온 동아리...
요즘은 '시각장애인'이란 마을 사용하지만 그땐 맹인이란 말을 사용했는데 "맹인녹음봉사단"이란 동아리가 눈에 들어와 가입을 하게 됐다. 그 때 막 만들어진 동아리라 회원은 거의 없었고 녹음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없었지만 종종 시설을 방문하고 시각장애인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그들을 도울 일일 찻집을 열어 시각적으로도 모양이 갖춰지는 동아리로 변해갔다.
내가 졸업할 즈음엔 동아리방엔 방음이 갖춰진 녹음실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안 되는 회원으로 경비를 모으고 짬짬이 의견을 내어 뜻을 이루어 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지금쯤... 획기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겠지?
흰지팡이 여행...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흰지팡이...요즘엔 많이들 사용하니까 크게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지만 처음 등장했을때만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그 지팡이를 들고 거리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연습을 했을지... 책 내용으로 짐작이 갔다.
발레리 신도리... 주인공의 이름이다. 처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땐 그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아는 것도 싫어했지만 학교에선 만난 수자 선생님으로 인해 흰지팡이를 들고 거리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물론 가까운 옆집 로저네는 지팡이 없이도 간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다른 감각 기관이 발달한다. 청각이나 촉각이 뛰어난데 그만큼 집중을 해서 주변이나 자신 앞에 놓인 게 뭔지를 알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나왔지만 장애인에게 동정이나 편견을 갖지 않는 것...
이것이 정상인이 해야 할 가장 첫 순서이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는 걸 잘 알아둬야 한다.
내가 활동하는 모임에도 시각장애인이 한 분 계신다. 혼자서 차를 타고 늘 모임에 나오시는데 이분의 경우엔 결혼 이후 직장에서 사고로 장애가 된 것이라 마음이 아프긴 했다. 지금이야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서로 적응해서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시고 모습도 밝아 너무 좋지만 당시엔 서로가 많이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짠했다.
요즘엔 안내견 탄실이처럼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안내견도 나왔지만 워낙 고가라 왠만한 사람들은 소유하기 힘드는 것 같았다. 얼마전에 시각장애인이 되어 체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 연애인이 보름동안 체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보여줬다. 처음 며칠은 늘상 부딪히며 멍들고 하더니 5일 정도 지나니 마음은 좀 덜 불안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안내견을 데리고 다녔는데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안내견을 대동하더라도 위험해 보였다.
능숙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각각의 역의 구조까지의 다 머리속에 넣고 있지는 않고 안내견도 사소한 것까지 다 반응하진 않는 듯해 보였다.
내가 필요치 않을 땐 다른 것들은 별로 와 닿지 않는데 막상 내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것들은 너무 먼 곳에 있다. 그만큼 복지란 걸 말과 다르게 참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
흰 지팡이로도 여행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보다 의학이 정말정말 발달해서 인공눈으로라도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밝은 세상엔 아름다운 게 너무 많다는걸 ... 그들이 알 수 있다면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