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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담은 도자기 ㅣ 숨은 역사 찾기 5
고진숙 지음, 민은정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도예를 접한 지 2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 간단한 물컵 하나 만들고도 얼마나 신기해했는지...
그때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한 분야에서 더 깊이있는 길로 간다는 건 힘들다는 걸 실감한다. 그전처럼 시간을 내지 못해 어쩌다 한 번씩 도예실을 찾지만 손에 익지 않는다. 눈에서 멀어지면 제일 먼저 손이 알아차리나 보다.
이 책은 도자기를 중심으로한 역사의 변천사를 싣고 있다.
보통은 역사를 중심으로 그 곁가지로 다른 사건을 소개하는데 비해 이 이책은 도자기가 중심이다 보니 색다르다. 새로운 발상인 것 같아서 흥미로웠따. 더구나 관심있어 하는 분야라 더 그러했나보다.
국립박물관에서 봤던 도자기도 실려 있어서 기억을 더듬어가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새로운 왕이 나타날때마다 도자기가 바뀌었다는 거...
그런 내용엔 크게 관심 두지 않았는데 이렇게 연결되는 구나 싶었다.
더구나 귀족적인 청자와 실용적인 분청사기... 그리고 청화백자 또한 일반 서민의 막사발까지 ..
도자기 그릇 하나하나에 그 깊은 역사적인 의미가 담겼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쳐오다 의미를 알고 나서는 울기도 웃기도 하게 한다.
주로 나라가 태평할 때는 그릇도 실용성 위주로 가는데 비해 나라가 어지럽고 왕권이 약할 때 일수록 왕들은 엉뚱한 것들로 그 권위를 내세우고자 했다. 그러고보면 담장안에서 얼마나 어리석은 정치를 했었는지 알만하다.
옛날 도공들의 노고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도 알만하다. 요즘은 흙도 사용하기 쉽게 포장이 다 되어 나오므로 그냥 필요한만큼 떼서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예전엔 일일이 그 작업까지 거치고 불순물 없애는 작업까지 해야 했으므로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가마도 장작만 가능한 일이어서 요즘처럼 전기나 가스가마가 일의 편리를 더해주는 걸 생각할 때 그 가치를 비교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도자기로 좀 이름을 떨친다하나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도자기만한 게 없는 듯 싶다. 현대 예술품이라 도자작품을 내놓는 것을 보면 예술적인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하나하나 깨달아가면서 만들어 낸 것이 모양에선 좀 뒤떨어진다 해도 훨씬 가치가 있다. 색이 고르지 못해도 훨씬 정감이 간다.
그전에 안료를 주문해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 만들어져 나온 색에 물만 섞어 사용하면 된다해서 주문했는데 사실 많이 실망했다. 조상의 슬기가 들어있는 않은 안료가 그런지... 가마에서 색이 날아가거나 아니면 끓어서 구멍이 나 있어서 시중에 유통되는 안료가 오래전 조상들이 사용하던 것 보다 못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철화문이나 청화백자 등도 밋밋한 도자기에 색을 입히는 방법으로 획기적인 발명품이 된 도자기들이다.
개인적으로도 분청사기가 마음에 든다.
표현이 훨씬 다양하고 실용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백자나 청자의 단조로움을 극복해주는 것도 마음에 든다. 태평한 시대에 도장 무늬토기가 나왔었는데 혼란스러운 지금....
우리의 옛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장무늬토기라도 유행했으면 좋겠다. 달리 불필요한 데서 왕권을 휘두를 일이야 없을 것 아닐까?
이책에서 보았다시피 말없는 도자기들이 오랜 역사의 산 증인이 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또한 어떤 말없는 것들이 산 증인이 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