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라는 책을 몇 년 전에 읽었다. 그 책엔 지금과 같은 헤어짐에 대한 슬픔은 없어서 편안하게 읽었는데 이 책은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은이와 정이... 그렇게 맑고 이쁜 아이들이 따로 떨어져서 살아가야 하다니...
삶은 가끔은 어른들에게나 어린 아이들 모두에게 참 모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 대모님이 계신데 대모님 딸이 7개월에 조산한 관계로 움직이질 못 한다. 걷는 것도 혼자 앉는 것도, 먹는 것도... 모든 걸 대모님 부부가 옆에서 돌봐야 하는데 가끔 ... 그 댁을 보면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늘 편안한 얼굴에 아이들의 표정도 참 밝다. 물론 아픈 아이도 10살이고 초등학교 특수반에서 휠체어에 앉아 공부를 하지만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보통 일반 아이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각이 깊고 항상 스스로 일어나 앉으려고 노력하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는다.
가끔은 "너무 커서 미안해.."라고 대모님께 이야기하는데 키와 몸무게가 늘다 보니 대모님의 갸냘픈 몸으로 아이를 안고 다니기가 여간 부대끼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걸 본인도 느끼도 보니 점점 더 자라야 할 나이에 "그만 클께"하고 이야기 한다.
이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대모님댁은 경제적으로는 책 속 주인공처럼 생활에 쫓기는 편은 아니다 보니 아이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늘 성당안에서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뵙게 된다.
내가 살던 고향집도 집을 빙 돌아가며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지금은 베어낸 것도 있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도 있는데 늦은 봄에 노오란 감꽃이 톡톡 떨어지면 그 감꽃 모아다 목걸이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들이 어릴 땐 별 게 아니었는데 자라고 나서 보니 참 귀한 추억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은이와 정이도 장애만 아니었다면 그곳에서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지냈을텐데... 감꽃 목걸이 만들던 은이의 모습과 감꽃에 귀를 대고 뱅글뱅글 춤을 추던 동생 정이의 모습이 겹쳐진다. 우리 나라는 아직 사회복지 시설이 많이 미흡한 편이다. 보장시설도 그렇고 제도도 그렇고...
한 가정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거의 가정 자체가 피폐해지다시피 한다. 의료보험이나 그런 해택을 받아도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적이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경제력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슬픈 현실이 없어지도록 좀 더 나은 복지제도가 확립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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