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의 초대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 도종환의 산에서 보내는 편지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8년 1월

아주 오랜만에 도종환 작가의 산문집이 나왔다.

"접시꽃 당신"에서 가슴을 아련하게 적셔놓던 그 구절들이 그리웠던 것일까. 이 번에 나온 책이 더없이 반갑다.

 

이 책에선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종교도 만나고 숲도, 바다도, 들판도...만날 수 있다.

숲을 이야기할 때는 고요한 숲을 도종환 작가의 목소릴 듣듯 감상하고 들판에선 또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선 들판의 이야기를 들었다.

뭔들 신비하지 않을 게 있으랴..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제 자리에서 다들 제 할 도리를 하고 산다.

그것들이 하찮게 여기는 풀 한 포기, 한 마리의 곤충 들일지도..

 

가끔 사람들이 제 잘난 맛에 산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젊을 때는 그렇게도 살지만 차차로 나이들고 인생에 대해서 알아갈 쯤이면 인생이 덧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집착에서 벗어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도종환 작가가 살아가는 방식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지막 종착역 쯤으로 남겨두고 살지 않을까 싶다.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참 조용한 목소리로 와 닿는다.

나만 생각하는 것.. 나만 갖고 있는 줄 착각 하는 것..

주위를 따스한 눈으로 돌아볼 줄 모르는 것...이런 것들이 페이지를 넘길 수록 부끄럽게 한다.

내게도 시골에 엄마가 계신다.

자식들 주실만큼만 손수 농사를 지어 이 집 저 집 나눠주고 창고에 엄마 드실만큼 넣어두고 이 겨울에 시골분들만 인심을 나누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거두고 감는 것들은 새들 모이로 남겨두는 그런 마음 씀이 도시 생활에서 찌들린 마음의 눈을 조금이나마 뜨게 해 준다.

 

뒷산에서 사각거리는 마른 낙엽들의 소란함과 긴긴 밤 고요를 깨는 부엉이들의 소리가 시골의 정막함을 없애주는 시골 부모님 집에 나를 데려다 놓는 이 책...

연두색의 표지처럼 아주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한다.

부처님 말씀도 듣고, 예수님 말씀도 듣고, 달라이라마 말씀도 듣고^^

그래서 숲으로 난 작은 길로 안내는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는 아마도 숲을 한 번쯤은 다녀온 다음에나 온전히 내 마음에 들어올 듯 하다.

겨울에 찾는 숲도 색다른 정취가 있겠지.

벌써 마음이 뛴다. 숲으로 난 작은 길로 들어서기도 전에..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숲에서 보낸 한 장의 초대장 같은 느낌이다.